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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8 23:14
 글쓴이 : 지명이
조회 : 302  

희귀한 체질

김지명 

   주지호는 섬유원료를 만드는 광선회사 총무부장으로 근무했다. 친구 같은 동료는 생산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했다. 퇴근하면 주석으로 불러 기분을 돋우던 생산부장은 일 년 전부터 사람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예의가 아주 발랐다생산부장은 회사에 근무하다 정년을 마치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지호를 만나 자랑을 늘어놓았다설계도와 사업계획서를 한 보따리 차에 싣고 다니면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했다. 육 개월이 지나자 외국에서 기계를 구매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고 지호에게 동업하자고 제의했다. 지호는 사업에 눈이 멀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만 귀가 솔깃하여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정년이 아직 멀었기에 돈이 나올 곳이 없다고 했다. 조기퇴직 하라고 강조하며 우선은 급하지 않으니 한두 달은 늦어도 괜찮다고 했다. 사업에 미치광이 짓을 하는 부장은 휴일에 만나서 보여줄 것이 있다며 반드시 나오라고 했다. 지호가 휴일에 사업자를 만났다. 사업자는 사실을 확인하라고 승용차에 태워서 공사 현장을 보여주면서 한 창 진행 중이라고 마음에 안정제를 놓았다. 도심지 언저리에 굴착기가 토목공사를 끝내고 골조가 시작되었다.

  지호는 망설이다가 며칠 후 공사장에 찾아가 사업주의 이름을 물었다. 생산부장의 이름이었다. 이인 동명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음이 들뜬 지호는 사장실에 찾아가 사실을 이야기하고 명예퇴직 하려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장은 이유를 꼼꼼히 묻더니 단숨에 거절했다. 사장은 연애 박사가 여인을 만난다면 말리지 않겠는데 사업이라니 당장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섣불리 덤벼들다가 한방에 털어먹으면 어쩌려고 왜 그런 무모한 짓을 왜 하는지 의아하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사장이 극구 말려도 듣지 않아 부부간에 잘 의논해 보라고 덧붙였다. 사업자는 전국에 대리점 모집 중이라고 하더니 한 달만 운영하면 일 년 치 월급을 받는 것과 같다고 지호를 꾀었다. 사업자의 꼬임에 완전히 녹아든 지호는 동업하겠는 마음이 각인되었다. 며칠을 지켜보다가 기어이 사업에 동업하겠다고 생각을 굳히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장은 계획서를 보자며 꼬치꼬치 물었다. 지호는 머뭇거리다가 동료의 말만 믿고 가능성이 있다고 고집했다. 지호가 사업한다면 자금을 도와줄 수 있으나 동업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충고했다. 지호는 듣지 않고 사직서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장은 말려도 듣지 않고 기어이 끼어들겠다고 나서니 어찌할 수 없었다. 며칠을 달래고 타일러도 듣지 않았다. 사장은 말려도 듣지 않아 승낙하고 체험해 보라고 사직서에 서명했다.

  지호는 사업자금을 전달하기 며칠 전에 모두 알아보고 확인했다. 동업자와 함께 넓은 탕에 공장을 지우려고 터를 고르는 중이라며 공사장 언저리에서 설명도 들었다. 공사장에 찾아가 사업주의 이름을 확인하고 사실이라고 믿었다. 지호는 사업한다고 퇴직금을 동료에게 주었는데 한 달 후 다른 동료가 전화하더니 급히 만나자고 한다. 지호는 예감이 신통찮아 동료의 부름에 약속장소로 갔다. 동료도 지호와 같은 처지였다. 수상하다고 느낀 동료가 경찰에 신고하고 한 번 더 확인하려고 지호를 만났다고 했다. 지호는 깜짝 놀라면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공사장에 함께 있었다고 했다. 동료는 지호를 사기 동업자라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지호도 수상하여 다시 알아보겠다고 했다. 여러 사람에게 알아보고 확인해 보았는데 동업자는 몇 사람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외국으로 떠난 후였다. 평소에 회사생활 할 때는 그럴 수 없는 호인으로 모두에게 예의가 바르기로 유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동료였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공사장은 다른 사람이 주택을 짓는데 이름이 같다고 했다. 게다가 다른 회사 간부까지 사기극을 연출하여 다섯 명에게 십억을 챙겨 외국으로 도피했다.

  지호는 이억을 털리고 망상에 적어 돈과는 인연이 없다고 구시렁거렸다. 적은 돈은 분홍녀에게 빼앗기고 많은 돈은 사기꾼에게 털렸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아내에게 말 못 하고 속으로 낑낑대며 술로 마음 달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사실을 알았지만,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다. 아내는 남편을 믿고 살았으며 풀리지 않는 인생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참다못해 남편 몰래 회사로 찾아가 사장을 만났다. 사장에게 지호 아내라고 사실을 말하고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사장은 소문에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사장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부인을 달래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튿날 아침 사장은 지호에게 전화하여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하고 물었다. 지호가 말을 못 하고 얼버무리자 사장은 알았다며 점심을 함께하자고 회사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호는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고 기꺼이 승낙하고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지호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발관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마음속에 잡념도 잘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발관에서 나오면서 목욕탕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몸을 단장하고 마음을 더운물에 불리어 찬물로 씻었으니 아주 개운했다. 약속 시각에 맞춰 회사로 갔다. 사장은 지호를 반기면서 사무실에서 나와 승용차에 함께 앉았다. 기사에게 문수 가든으로 가자고 했다. 지호가 사회생활에서 워낙 충실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다시 받아주겠다고 했다. 식당에 들러 지호는 사장을 보고 고맙다며 큰절로 인사했다. 사장은 자존심을 버리고 내일부터 회사로 출근하라고 명했다. 지호는 사장에게 다시 큰절로 고마움을 전했다사장은 내일 보자며 지호를 내려주고 회사로 떠났다지호 아내는 사장의 사모를 만나 정성으로 마련한 홍삼을 선물하고 사실을 밟혔다. 두 사람은 찻집에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호 아내는 자존심을 버리고 사모에게 남편 몰래 사모 집에서 가정부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사모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짐으로 돌아온 사장 부인은 남편에게 지호가 뭐 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사장은 묻는 의도가 무엇인지 되물었다. 낮에 여인이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남편 몰래 가정부로 일하겠다고 간청하더라고 했다. 사장은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지호는 사업에 실패하여 다시 복직했다고 말하고 효성이 지극한 부인은 살아보겠다고 그토록 발버둥 치는데 지호가 잘 풀리지 않더라고 했다. 사모는 고무신 공장 사장 사모가 가정부를 구한다고 하던데 말해줘도 되겠는가 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사장은 일할 곳이 있으면 당장 말해주라고 권했다. 사모는 사장에게 지호 부장의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내일 승용차를 사용하면 안 되겠는가 하고 물었다. 남편은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는데 동의해야지 하고 몇 시에 보내줄까 물었다. 사모는 열 시쯤이면 좋겠다고 했다. 사모는 고무신 공장 사모에게 전화하여 사람은 구했는가 하고 물었다. 아니 아직 물색 중이라고 했다. 어디 좋은 사람 있으면 말해주라고 했다. 내일 한사람 데리고 11시쯤 갈 테니 집에서 보자고 했다. 그러고 점심 만들 재료만 준비해 두라고 덧붙이고 통화를 마쳤다.

  이튿날 사모는 외출 준비를 하고 승용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승용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사모는 대문 밖으로 나와 승용차를 타고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가자고 했다. 기사는 목적지를 찾았으나 대문 앞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해 도로 언저리에 기다리고 사모가 고목으로 걸어가서 계단을 올라 대문이 없는 집 마당에서 지호 부인을 만났다. 마당에서 일하던 지호 부인은 깜짝 놀라면서 사모가 여기까지 어찌 왔는가 하고 물었다. 사모는 일자리가 있으니 외출준비를 하라고 했다. 방으로 들러 옷을 갈아입고 곧장 마당으로 나왔다. 사모와 지호 부인은 도로에서 기다리는 승용차에 올랐다. 사모는 다시 내비게이션에 고무신 공장 사장 집 주소를 입력하여 목적지로 정하고 가자고 했다. 기사는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여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사모와 부인은 차에서 내리고 승용차는 회사로 돌아갔다. 사모가 대문에 차인 종을 눌렀다. 사모는 부인에게 같은 계원이라고 하면서 고무신 공장 사장 집이라고 했다. 계원인 사모는 대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러 정원을 바라보았다. 지호 부인은 여기가 근무지인가요? 하고 물었다. 사모가 그렇다고 할 때 계원의 사모가 밖으로 나와 손님을 안으로 안내했다. 주인은 지호 부인을 주방으로 데리고 가서 음식 준한 것으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부인은 소신껏 요리를 만들었다.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오찬을 나눴다. 촉촉한 밥에 찬은 간이 잘 맞았다. 두 사모가 솜씨 좋다고 과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부터 근무하기로 하고 일을 시켰다. 사모는 성실하고 효성이 지극하니 임금을 톡톡히 주라고 권했다. 사모는 출퇴근하기엔 거리가 아주 멀다고 하면서 이 부근에 방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부인은 여윳돈이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사모는 고무신 공장 사모님에게 전세로 얻어주라고 했다. 남편이 회사 부장으로 있으니 보증하겠다고 하고 딸처럼 대하라고 권했다. 부인과 두 사모가 부동산 사무실에 갔더니 때마침 이웃에 이층집이 비어있었다. 고무신 회사 사모 이름으로 전세금을 계약하고 부인에게 이사하라고 명했다. 부인은 이삿짐이 없었다. 애들 책상과 이불과 밥솥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사모는 부인이 인상이 좋고 아주 순해 보인다고 사장에게 말하고 이튿날 지호 부장을 하루 쉬라고 권했다. 그러고 이삿짐을 옮겨야 하니 용달차를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사장은 지호에게 전화하여 내일 열 시에 용달차가 도착할 것이다. 하루 쉬면서 이사하라고 하고 비용은 다 지급했다고 알렸다.

  지호 부인은 남편에게 가정부로 일자리 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호는 돈도 없는데 무슨 이사를 한단 말인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모가 전세금으로 방을 옮기라고 해서 간다고 하고 짐을 챙기자고 했다. 지호는 사장에게 연락받았다며 열 시에 용달차가 온다고 하더라, 준비를 서두르자고 했다. 이층집으로 이사하여 신혼살림처럼 깨끗하게 실고 닦았다. 지호는 부자가 된 느낌이라며 사람이 사는 느낌이라며 기분이 아주 좋았다. 아들은 취직하여 직장인이고 딸은 출가했다. 아들은 직장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종종 연구실에서 잘 때가 잦았다. 지호는 세상사에서 온갖 체험으로 많은 경험에서 지견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바람둥이로 소문난 지호는 퇴근 후에는 전철역에서 여인들이 온갖 방법으로 낚아채려고 두리번거리지만, 본체만체했다. 옛날에는 분홍녀에게 잡혀 혼신을 잃고 살았지만, 이젠 삶을 터득한 사람처럼 훤하게 상대방을 읽을 수 있었다. 지호는 여우와 같은 아내가 있었기에 생활할 수 있었고 성실했기 때문에 회사에 복직할 수 있었다. 아내는 사장 집에서 일하면서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힘에 부대껴도 억지로 참으며 가정부로 열심히 일했다.

  지호는 다시 회사에 복직하여 부장으로 소신껏 근무에 임했다. 일 년이 지나자 회식을 앞두고 퇴근 시간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겨울 소식 전하려고 끼룩거리며 줄지어 날아오는 배달부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고 중얼거렸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모처럼 아내가 전화하여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시에 퇴근하라고 간곡히 부탁 한다. 무슨 일인지 이유를 물었더니 형부가 생일이라고 반드시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는 당신을 기다린다고 있으니 어서 퇴근하여 대구로 드라이브가자는 애절한 부탁이다모처럼 아내의 전화를 받고 사내 회식이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언니의 연락 받고 기분이 좋아 온종일 남편의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호는 직원들에게 회식 날을 연기 하자고 했다. 직원들은 회식에 참석하여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고 투덜거렸다. 회식 취소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직원들의 한탄하는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직원들은 장기자랑과 노래로 자신들의 끼를 자랑하려고 많이 준비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지호는 혼자 빠질 것이니 모두 계획대로 실행하라고 권했다. 부장이 없는 회식은 앙꼬 없는 빵이라며 또 한 번 실망의 소리가 사무실을 꽉 메우고 남아 창밖으로 넘쳐흘렀다.

  지호는 퇴근하면서 아내에게 연락하여 마을 어귀 약국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내는 승용차를 보더니 싱글거리며 조수석에 앉는다. 미소를 가미하여 얼마만의 데이트야 아양을 떨면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본다. 승용차는 중앙고속도로로 달리기 위해 수정터널을 빠져나갔다. 이어지는 동굴은 백양산 터널이다. 터널을 지나 요금소가 나타났다. 하이패스가 장착되지 않아 요금을 계산하려고 많은 차량이 줄지어 기다리는 뒤쪽에 붙었다. 긴 시간을 낭비하고 요금소를 빠져나왔다.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았다. 빠를 속도로 달려가고 있을 때 앞서가든 차량들이 모든 차선에서 서행하니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단말기까지 많이 밀리는 모양이라며 서행하면서 어둠이 밀려오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서쪽 하늘엔 뭉게구름이 넌지시 깔려있다해님은 서산에 걸터앉아 그림자를 길게 그리더니 한순간 사라졌다. 땅거미가 밀려와도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계속 지체와 정체로 기어가듯 천천히 움직였다. 도로는 적고 교통량은 많아 원하는 속도를 내지 못하여 갑갑한 마음 털어놓을 수 없다. 긴 터널을 빠져나가 어둠과 부딪쳤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길게 눕히고 어둠 속에 빛을 밝히며 중앙고속도로로 신나게 달렸다. 아내는 달리는 차 안에서 하늘을 쳐다보더니 저녁노을이 멋진 색깔로 장관을 이룬다고 중얼거렸다. 구름이 넌지시 걸려있는 하늘에는 붉은 색깔로 시선을 즐겁게 하더니 그것마저 한순간 사라졌다.

  예전에 장모가 있을 때는 처가에 자주 들락거렸으나 산에 편안히 누운 후부터 발걸음 없었다. 아들이 없는 집에서 여자들만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졌다. 아내가 의지할 곳이라곤 자매뿐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를 대신해준 큰언니가 딸처럼 생각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불렀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큰 동서의 생일이었다. 지호는 중앙고속도로로 달려가면서 밤하늘에 수많은 별빛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했다. 대구가 가까워지고 경산을 지날 때 도심지의 불빛도 별빛 못지않게 반짝거렸다. 어디를 가더라도 졸면서 다니던 아내가 눈이 아주 말똥말똥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내는 기다리던 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서 아주 많이 흐뭇해했다. 지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중앙고속도로로 최고 속도를 넘기면서까지 신나게 달렸다. 아내는 속도계를 들려다 보면서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아내가 장모도 안 계시는데 뭐 하려고 심하게 달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구시렁거렸다. 지호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아내의 기분을 돋웠다. 당신은 고향에 가면 동심이 추억되지 않는가? 아내는 동심을 추억할 때 눈물로 호소했다. 가장 큰 충격은 초등학교 졸업할 시기에 아버지를 잃었을 때다. 아버지는 고요한 산에서 편안하게 잠자리 잡았지만, 기둥이 없어지자 여자들만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아내는 아빠의 정을 밭지 못하여 안타까운 삶을 살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늘 술에 자려 갈팡질팡하더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마저 사라져버렸다. 할아버지는 조선 시대에 벼슬했지만, 아버지는 일본강정기가 끝나자 선비라는 말은 들어도 벼슬이 없었다고 아버지를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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