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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26 08:55
 글쓴이 : 요세미티곰
조회 : 235  

삶과 부조리

 

왜 살아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출세하고 돈 벌면 성공하는 줄 알고 살았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내 인생의 결산서는 성공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지난 인생을 후회하기는 나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성공이 무엇인지 깊이 새겨보지도 않았습니다. 남들이 출세하고 돈 벌면 성공한다기에 그런 줄 알고 살았을 뿐입니다. 이런 나의 인생을 201514뜬구름그림이라는 졸시(拙詩)로 표현한 바 있었지요.

 

그림

 

난 무얼 그리는지 몰랐어,

남들이 그리는 대로

따라 그렸어.

그냥 그대로

따라 그리면 되는 줄 알았어.

똑같이 그리면

더 좋은 줄 알았어.

그래서

그렇게 그리려 했어.

다르게 그리면

안 되는 줄 알고 똑 같이 그리려 했어.

 

그러나 한 평생 지내보니까 산다는 것은 미움과 사랑, 기쁨과 슬픔, 행불행(幸不幸), 희망과 절망 등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命題)들이 되풀이 반복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성공한 사람에게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칸트가 말하는 이율배반이 이런 개념인지는 잘 모르지만 인생이란 그런 모순들이 일정한 주기도 없이 순환되다가 마침내는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 모순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모순은 삶과 죽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모순들은 엇갈려 되풀이되지만 삶과 죽음의 승부는 단 한 차례, 그것도 항상 죽음이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일 죽음이 현생(現生)으로 끝나지 않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廻)처럼 되풀이되는 것이라면 저승이라는 죽음의 세계에도 어떤 모순된 명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공자는 죽음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삶도 아직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대답했다 하지요. 공자님도 그러하신데 제가 어찌 죽음에 대해 얘기하겠습니까. 이쯤 접고 다시 모순된 삶에 대해서나 주절거리겠습니다.

참고로 제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님의 대답은 부질없이 죽음 같은 것에 대해 알려 하지 말고 지금의 삶이나 열심히 살라는 충고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시시포스 (또는 시지푸스 Sisyphus)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죽음의 신 하데스를 속인 죄로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 올려야 했습니다. 애써 정상으로 굴려 올린 돌은 다시 밑으로 떨어지게 돼있고 그는 또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작업을 되풀이해야 했습니다. 시시포스는 같은 형벌이 반복되는 영원한 죄수의 화신입니다.

현대인들의 권태롭고 전망 없는 일상이 시시포스의 희망 없는 형벌에 비유됩니다.

습관과 타성으로 살아가던 현대인들은 어느 날 문득 왜? 라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 라는 질문은 내가 존재하는 세계, 나의 삶, 나 자신, 그리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인간의 삶은 앞서 기술한 미움과 사랑, 기쁨과 슬픔, 행불행(幸不幸), 희망과 절망 같은 것 말고도 합리와 비합리, 도덕과 배덕(背德), 긍정과 부정, 광기와 이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순의 화해 없는 대립과 갈등 괴리로 범벅이 되어있습니다,

카뮈는 이를 부조리라 하였습니다. 부조리는 인간의 숙명이며 필연적이라 했습니다.

까뮈는 인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부조리를 극복할 수 없으며 반드시 죽기 마련이라면 비인간적인 신의 구원을 기대하는 대신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하지 않고 철저하게 지금의 삶에 충실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까뮈는 나아가 시시포스를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면서 삶의 무의미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버티기'라고 보았습니다.

까뮈에 따르면 인간의 삶이 비록 끝없는 좌절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상을 향하여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는데서 그 가치와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치 있는 삶은 완벽한 성취가 아니라, 성취를 향한 노력, 성실한 자세, 좌절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희망적 태도에 더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부조리를 탓하고 말기에는 현세(現世)는 단 한 번 뿐,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삶이 부조리하면 할수록 역()으로 삶의 영역을 넓히고 두루 섭렵하며 즐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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