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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4 12:06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203  
전생의 인연은 스님과 비구니

박미향

머리에 난 상처도 아물어 갔고 내가 살았던 세상에 대해 궁금했지만
지금은 덮어두고 싶었다.
남편과의 이혼에 대한 해결도 지금은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고 그저
삼십대의 여자로 있고 싶었다.
옛날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여자 였듯이 잠깐은, 잠깐은 현실을 망각하고
혼자인 여자로. 겨울 햇살이 잘 드는 마루에서, 연화언니가 있는
주방에서, 법당에서 우린 마주쳤다.
결코 어색하지 않은 대화와 부드러움으로 나를 부각 시켜 주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불행한 아내가 아닌 내 안의 나를 일깨워 주고 있었다.
“시아! 낙엽 타는 냄새를 맡고 싶지 않소? 비록 가을은 갔지만
우리 잊혀진 계절을 한번 음미 해 봅시다.”
그는 공양간 앞 가마솥에다 나뭇잎을 태웠고 나는 두 잔의 커피를 준비했다.
나뭇잎이 타는 연기 냄새와 커피 향은 그가 있어 너무 좋았다.
아! 내 앞에 있는 이 나이 많은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짧은 삶을 살면서 굴곡이 많았던 파란을 쏟아 내어
지워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눈빛도 나의 마음을 알기나 한 듯이 내게 손을 내 밀었다.
그 떨림 , 그 부드러운 손길의 감각이 얼마만 인가? 내 안에서
여자가 꿈틀 거렸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 다리”에서의 열정적인 장면이 각인이 되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딴 남자와의 만남에서
갖는 자신에 대한 실체를 확인한 그 열정적인 사랑. 난 이제껏
여자로 살지 못했던 내 불행이 슬펐다.
아이들을 낳고는 살았지만 가슴을 여는 일치감 같은 건 없었고
오직 욕구 충족의 대상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아니었나?
내 심장의 고동 소리가 들킬까봐 부끄러워 손을 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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