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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09 17:11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141  
봄 찾아 달려간 순천

신팔복

햇볕은 따스하고 봄기운도 완연하다.
여기저기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 초록빛이 넘친다.
이런 날씨는 사람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전주 역 승강장(platform)에는 아까부터 여수행(7시 15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전라선의 중심 역이라는 게 실감났다.
기차는 요란스럽지도 않게 스르르 내 앞에 도착하더니 우뚝 멈춰 섰다.
우람한 덩치만큼 바퀴와 스프링도 튼튼하다.
기다리던 승객들이 짐을 챙겨 우르르 기차에 올랐다.
아내와 나도 뒤따라 2호 차에 올라서 좌석을 찾았다.
좌석은 안락하고 객실은 조용했다.
잠깐 사이에 속도가 붙은 기차는 빠르게 달려갔다.
차창 밖의 풍경도 바람처럼 스쳤다.
산이 달려오고 밀려가고, 마을과 들이 번갈아 내 뒤쪽으로 사라져갔다.

기차는 봄 향기를 뚫고 거침없이 달려갔다.
오래지 않아 객실은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소곤거리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10여 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내 건너편에 앉은 젊은
사람은 삶은 달걀을 까더니 소금에 찍어 연거푸 세 개를 먹었다.
아침밥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여행 중 간식의 즐거움은 매우 크다.
또 저 앞쪽에 앉은 대여섯 명의 젊은 여성들도 간식을 먹더니,
아예 좌석을 돌려놓고 앉아 김밥과 치킨까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즐겼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 서로 보여주며 좋아했다.
음료수와 맥주도 한 잔씩 마시더니 이내 깔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봄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나도 지난날 저럴 때가 있었지 했다.
치킨과 맥주라니, 환상의 궁합이 아니던가! 내 입안에도 침이 고였다.
사탕 한 알을 입에 넣고 달콤한 맛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으로 내가 기차를 타본 것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전주에서 출발해서 서울로 갔는데 창문 밖을 내다보며 무척 즐거웠다.
검정 학생복에 학생모를 썼지만, 촌티는 벗어날 수 없었다.
먹을 것은 없었어도 기차를 타본다는 게 정말 신이 나서 기차 안은
시끌벅적했었다.
기차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달려갔다.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차였다.
가끔 ‘홰-액’ 하며 귀청을 찢는 기적을 울려 다음 역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다음엔 디젤기관차가 나오더니 이젠 전기기관차로 바뀌었다.
매연과 소음이 거의 없어 쾌적하고 안락하다.
나이 들어 경로우대까지 받으니 기차여행은 정말 쏠쏠하다.
새삼 기차의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 내외는 순천 역에서 내렸다.
순천 역 시장으로 갔다.
시내버스를 타고 순천만 습지에 도착했다.
입장 순서를 기다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무료입장을 했다. ‘
세계 5대 연안습지’에 속한다는 이곳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아치형 무진교 다리 밑으로 강물이 흘러 갈대숲을 돌아 바다로 나갔다.
겨울 철새 몇 마리가 날아와 갈대 숲 뒤로 숨어들었다.
갈대를 베어낸 자리에서 푸른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마치 청보리밭을 연상케 했다.
새싹들은 일렁일 때마다 고운 빛깔을 선사했다.
쉼터에 앉아 보는 전경은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작은 짱뚱어가 꼬물거려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보니 작은 게들도 갈대 사이를 돌아다녔다.
붉은발말똥게를 비롯해 도둑게, 농게, 칠게, 등이 살고 있었다.
제집 근처를 맴돌았다.
살아있는 연안습지 순천만 갈대 숲은 생명을 키우는 고향의 텃밭 같았다.
영상체험관에서 도둑게들이 갈대를 타고 올라 집게발로 잎을 잡고
뜯어먹는 것과 아무르 강에서 찾아온다는 흑두루미의 자유로운
비상을 볼 수 있어 아주 다행이었다.

대한민국 제1호 순천만 국가정원(약 34만 평)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환상적이었다.
꽃으로 장식한 조형물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 이러니 사람들이 안 올 수가 없겠구먼.’ 수많은 인파 사이를 오가며
꽃길과 정원 길을 걸었다.
한국정원에 가는 길에 나무도 감원에 들렀다.
200여 종의 다양한 나무와 화초류를 볼 수 있었다.
그 중 아담하게 가꿔진 홍가시나무 어린잎의 붉은 빛이 맑은 하늘과
어울려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팝나무 꽃도 활짝 피어 눈이 부셨다.
수목 사이로 굽어진 정원 길은 낭만을 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양반가로 꾸며진 한국정원에도 꽃들이 만발했다.
개울가 조팝나무 하얀 꽃이 시선을 끌었다.
여러 꽃밭을 지나 꿈의 다리를 건넜다.
국가정원 개원을 축하할 때 학생들이 그린 도자기 그림을 벽면에
붙여놓아 감동을 주었다.

여러 나라의 정원 중에 풍차와 어울리는 네덜란드 정원은 매혹적이었다.
형형색색의 튤립(tulip)꽃이 집단으로 가꿔져 있어 포토존(photo zone)은
쉽게 차지할 수 없었다.
활짝 웃으며 자세를 취하는 모습들은 보기 좋았다.
이 정원의 으뜸은 호수정원이었다.
영국의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Charles Jencks)가 순천의 지형과 물 흐름을
잘 살린 정원이라 했다.
호수 안 봉화언덕에 오르는 달팽이 길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복장도 울긋불긋 다채로웠다.
연인원 620만 명이 넘게 찾아온다니 제1호 국가 정원임이 분명했다.
봄꽃 축제를 즐기며 꽃의 향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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