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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3 16:16
 글쓴이 : 요세미티곰
조회 : 124  

저염식

 

요즘 나는 저염식(低鹽食)으로 식사를 합니다.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던 나에게 하루 세끼 저염식이란 거의 형벌과도 같습니다.

음식 맛이 소금에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알맞게 들어가야 맛이 납니다. 너무 많이 들어가도 안 되지만 너무 적게 들어가도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TV에서 이에 대해 다룬 프로를 본 일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5대 인기짬뽕을 골라 염분 함량을 조사해서 보여준 일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소금 국물이었습니다. 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었는데 고춧가루와 화학조미료 등을 제거한 국물을 사람들에게 먹도록 했더니 모두 구역질을 하면서 토해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심부전과 같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소금을 극히 적게 섭취하기를 권장합니다.

하루 권장량은 5g이지만 식재료 안에 이미 소금분이 포함되어있음으로 실제 섭취할 수 있는 것은 고작 2~3g입니다. 이는 티스푼 반 개 정도의 분량이니 먹지 말라는 소리나 같습니다.

평소 이러한 음식을 만들어보지 않은 가정주부들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처럼 두 식구가 사는 경우 따로 한 사람분을 준비한다는 것은 소량의 식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하루 2~3g의 소금만으로 맛을 낸다는 것은 정말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며느리가 주위에 알아보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골라준 저염식 반찬을 배달해 먹습니다. 메뉴도 매번 바뀌고 소금을 적게 넣어도 먹을 만한 재료들을 골라 만들어 1주일에 두 번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줍니다.

 

나는 아내가 가끔은 나와 같이 식사하는 것을 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 그런 가 했더니 아내는 내가 먹고 남긴 반찬들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비빔밥을 만들어서 부엌에서 몰래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나는 내가 아플 권리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후회란 항상 돌이킬 수 없을 때 하는 것이지만 나는 요즘처럼 내 인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라는 이름의 세월은 누구에게나 그야말로 하루도 빠짐없이배달됩니다.

그것도 공짜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 버리고 맙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앉아서 물 흐르는 것을 구경하듯이 말입니다. 그 하루들이 쌓여서 1년이 되고 10년이 되고 일생이 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나의 하루는 마치 끝도 없이 배달돼 오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내 인생이 바로 그랬습니다.

만일 하루라는 게 저염식처럼 돈을 내야 배달되는 것이었다면 단돈 천원을 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허투루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비교적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검은 비닐 봉투 한 개도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얼마나 많은 세월들을 그냥 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냥 버리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로는 짓밟고 찢어버린 날들도 많았습니다.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인생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읽은 것인지 필자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이 한 평생 겪게 되는 모든 일에는 이미 총량이 정해져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건강 사랑 행복 등은 총량을 타고 나기 때문에 젊어서 다 써버린 사람은 나이 들어 인생이 고달파진다는 것이지요. 건강을 아끼고 관리한 사람, 젊어서 고생한 사람은 타고난 건강과 행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  아끼고 고생한 만큼 늘어나있기 때문에 나이 들어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반면 당장의 즐거움과 쾌락만 추구한 사람은 나중에 그만큼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지요.

 

나는 소금과 기름이 많거나 맵고 짠 음식, 담배 술 등이 몸에 유해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환갑 때까지 줄담배를 피웠고 술은 최근까지도 앉은 자리에서 소주 3병을 까기도했습니다. 이른바 맛있는 집도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먹방을 보고 메모해두었다가 찾아가기도 하고 여행 중에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기를 쓰고 찾아간 맛집들이란 결국 짬뽕 집이었습니다. 소금국물이거나 기름 덩어리거나 산화된 기름으로 튀겨낸 치킨집이거나 대개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식생활에 관한 한 인생 총량의 법칙은 내게는 한 치의 틀림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집에 두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려 맛집을 찾아 헤맸던 나의 생활들은 세 끼니를 저염식으로 메꿔야하는 오늘의 생활과 어김없이 오버랩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나를 예상하고 쓴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 전에 나는 밥상이라는 시를 써서 내 블로그에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밥상

 

멸치여,

남해 푸른 바다를 맘껏 헤엄쳐 놀던 네가

어쩌다 미라 되어 밥상에 올라왔구나.

찬바람 찬 눈도 아랑곳 않던 시금치여,

뜨거운 불 속을 지나왔어도 너의 푸른빛은 여일하구나.

밥상이란 얼마나 잔인한 특혜인가.

나 하나의 생명을 위하여

바로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물고기들이, 채소들이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어 밥상으로 올라왔구나.

음식을 씹을 때는 경건하여라.

생명이란 모두 동일하나니

함부로 살지 마라, .

 

소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과장하면 도를 닦는 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젊어서 맛있는 것을 실컷 먹었으니 이제 맛없는 것을 먹을 차례가 온 것이다, 아니 가족들은 소홀히 하고 내 혓바닥만을 위하여 살아온 응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도를 닦는 심경으로 식탁에 앉습니다, 대충 씹어 삼키지 않고 오래오래 달게 씹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넘기기로 합니다. 식사는 이제 내게 하나의 경건한 삶의 의식(儀式)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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