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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5 11:07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614  
돌산에서 / 활연 

여수 돌산 근처에 와서
물칸을 넘본다 도다리 모로 튼 눈 
물끄러미 물 밖을 본다 돌산은 어둑한 절벽 
곳곳에 묵묵히 등불을 내걸고 
좌시座市엔 
어족들이 더는 보여줄 게 없다는 듯이 온몸 뒤집고 
꾸덕꾸덕 말라간다 그 곁을 지키는 주름 깊은 노인도 
덩달아 말라간다 어물전 촉 낮은 
가판대로 치덕치덕 갯내가 흐른다 
반골과 기골이 발라내진 물칸마다 최후를 
포복하는 눈들이 모로 자빠져 있다
칼날이 아가미 숨통을 자를 때 해구로 
간질을 뻗었을까 
어슷하게 썬 바다가 낱알을 떨어낸 볏단처럼 켜켜이 누웠다  
물골을 핥아주던 강도다리 
저민 단층을 뒤적거리며 융기와 침강 혹은 
몸속 어딘가로 뻗은 주상절리를 젓가락질한다 
돌산 근처에 와서 쑥돌 아래 눌린 물미역처럼 나는 밀린다 
절굿공이로 빻은 혈흉은 해류로 빠져나가도 좋으리
펜촉 여물게 물고 물의 이력을 기록하던 살비듬은 내 
컴컴한 동굴에서 다시 환생할까
싱싱한 편리를 잘라 마시고 불콰해진 붉은 
구름 속으로 해태가 솟아오른다


筆名 : 활연豁然 (本名 : 김준태)
2010 시마을 문학상 대상 受賞
시마을 이달의 최우수작, 우수작 다수
시마을 作品選集 『분홍 불꽃』等
------------------------
<비평이라기보다는 내 나름의 생각 & 감상>
시인 자신은 심드렁하게 말하길, 이 시를 그저 그런 시라고 하는데..

아무튼, 나는 감명 깊게 읽었다

- 하긴, 내 졸시들 중에도 아주 맘에 안 드는 걸 (폐기처분하고픈 걸)
극찬하는 독자분들도 계시지만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시란 건 일단 시인의 품을 떠나면,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시인의 것은 아닌 것을..

- 시 등기부 열람해 보면, 시의 존재권 存在權은 몽땅 독자에게 이전

(이래서,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한 무한책임이
평생을 두고 따라 다닌단 거 - 글쓰기 무섭단 거)

각설하고

여수麗水는 나도 대학시절에 한 번 찾았던 곳..

시를 통해서, 나 역시 한때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시인의 (정감情感 어린, 그러나 예리한)통찰력이 
대상對象(돌산의 정경)과 더불어,
의식意識 위에서 시인 자신의 삶을 투사投射한 채 어떻게
한 편의 시로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느낌

밀도密度있는 묘사가 좋고, 그에 따른 감각적인 
'메타포어'도 인상적이란 생각

흔히, 정경情景을 묘사함에 있어 묘사 그 자체에 함몰陷沒되어
정작 시인의 목소리는 제대로 담지 못하는 시편들도 많은데..

시에 있어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시인 특유의 필법筆法이라 할까

그런 함몰을 벗어난 차분한 어법을 통해 돌산의 정경을 가지고
시인 나름의 '새로운 해석'  즉, <해석의 확장>이 시인 자신의
이력履歷에 이입移入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서 좋다

또한, 시에서 외연外延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 않지만...
(시 끝에 남겨지는 그 어떤 내포內包의 깊은 맛이라 할까)

시인의 무의식無意識까지 포함한 그 어떤 지향志向의 울림에서
심상尋常한 현재의 일상을 뛰어넘으려는 의지(海駝)와 함께, 
시인이 지닌 존재적 고뇌와 아픔이 여수 돌산의 출렁이는 물소리의 
짙은 여운餘韻으로 남아 길게 자리한다

                                                                                 - 희선,
 

 


활연 17-12-05 14:46
 
언제적 글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머리통을 떼내 폐기했는데 아직 당랑거철처럼 무모하게 산 척하고 있네요. 여행이나 관광은 시가 될 수 없다를 믿는 편이지만, 머릿속이 빈곤하면 여기저기를 떠도는 게 취미인데, 그 감상으로 적은 것이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겠지만, 한때의 섬광일 뿐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수 돌산 근처에 와서
물칸을 넘본다 도다리 모로 튼 눈
물끄러미 물 밖을 본다 돌산은 어둑한 절벽
곳곳에 묵묵히 등불을 내걸고

공간적 배경이 쓸데없이 길고 또 뻔하게 느껴집니다. 돌산은 아름다운 야경, 누구나 느끼는 고전적인 풍경, 그러니까 풍경일 뿐이지요. 쇠로 만든 풍경은 바람이라도 타지만 이 시의 화자는, 마치 수족관의 물고기에게 대단한 연민이라도 있는 듯, 그러나 사실은 먹고 사는 우리가 취하는 먹잇감일 뿐이고 나는 여행 중이다, 라는 나른한 진술로 느껴집니다.

좌시座市엔
어족들이 더는 보여줄 게 없다는 듯이 온몸 뒤집고
꾸덕꾸덕 말라간다 그 곁을 지키는 주름 깊은 노인도
덩달아 말라간다 어물전 촉 낮은
가판대로 치덕치덕 갯내가 흐른다
반골과 기골이 발라내진 물칸마다 최후를
포복하는 눈들이 모로 자빠져 있다

수족관이 인간의 입을 위한 것이라면 이 지상 또한 신의 입맛을 위한 가두리 아닐까 생각하지요. 우리도 언젠가는 말라가고 냄새가 나고 그리고 증발하는 존재겠지요. 반항을 허락하지 않는 최후는 어떤 존재에게나 있을 테니까요.

칼날이 아가미 숨통을 자를 때 해구로
간질을 뻗었을까
어슷하게 썬 바다가 낱알을 떨어낸 볏단처럼 켜켜이 누웠다 
물골을 핥아주던 강도다리
저민 단층을 뒤적거리며 융기와 침강 혹은
몸속 어딘가로 뻗은 주상절리를 젓가락질한다

연민에서 도살로, 한 접시의 눈물이라도 쏟아야 할 지경 같습니다만, 죽음을 편면적으로 그린 장면에 불과하지요. 물고기를 화자로 여기면 참혹이겠지만 그저 젓가락질! 비극과 사소함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지요.

돌산 근처에 와서 쑥돌 아래 눌린 물미역처럼 나는 밀린다
절굿공이로 빻은 혈흉은 해류로 빠져나가도 좋으리
펜촉 여물게 물고 물의 이력을 기록하던 살비듬은 내
컴컴한 동굴에서 다시 환생할까
싱싱한 편리를 잘라 마시고 불콰해진 붉은
구름 속으로 해태가 솟아오른다

나는 어쩌고 거창하게 기술했지만 '싱싱한 편리를 잘라 마시고 불콰해진' 여행기 정도의 글로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사물을 통해 화자의 심사를 전달하려 했지만 표현만 무성한 감상(感傷)이고 독자를 서늘케 하는
지점이 없고, 화자의 요란한 언술로 꾸민 시,

삶과 죽음을 쓰려면, 그 중심이 적확해야겠는데 사변적인 말로 구성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까 어떤 시점의 기록~
뭔가 의미를 만들려 했지만 뻔해지고만, 그래서 대가리 떼고 먼 바다로 흘러가 썩어라! 하고 버린 것인데...

시인님은 이 글을 몇 번이고 인공호흡을 하시고, 죽은 놈 自知 만지듯 하시니 송구.
그냥 내 식으로 읽어보았습니다. 혜량을
     
안희선 17-12-05 17:05
 
사실, 이 시는 전에 <내가읽은시>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고
그때에도 시인 자신은 나의 감상글을 매우 탐탁하지 않게 여겼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린 것은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그 어떤 불만을 가지던 간에
시에 있어 진정한 인식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경험적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認識이라는 시적 행위는 서로 한정된 주체와 객체의 공존을 전제로 해서
이 두개의 융합을 도모해야 할 조건을 짊어진다는 면에서
(희서니 나름의 감상으로는) 비교적 잘 조형된 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 여타 여행을 소재로 한,
그야말로 기행문 같은 잡다한 시편들이 넘쳐흐르는 오늘 날의 詩場판 가운데서

내가 위의 감상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나의 부족한 느낌을 나열했지만,
특히 독특한 시라고 지칭되는 작품에 관한 한,
독자 자신이 제대로 접근할 수 없을 때는 차라리 침묵하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소극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정도로 끝낼 일이지
무에 그리 장황하게 말하는가 하는 시인의 질책도 느껴지는데..

어쨌거나, 여하한 경우라도, 실로 유능한, 혹은 신뢰할만한 비평가 또는
뛰어난 시론가 詩論家, 그도 아니면 제법 똑똑한 독자가 행하는 시적 해석이나 해설은
시인의 입장에서는 귀를 기울일만도 하겠으나
현실은 왕왕 그렇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어서 오늘의 경우처럼
시인의 입장에서는 나같은 독자의 그같은 어설픈 감상이
따분하다 할 밖에 없을 것

그러나, 나의 그같은 한심한 감상질 덕에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를 해부해 드러내 보이는 결과도 얻지 않았겠는가
(오죽, 시인이 답답했으면)

아무튼, 시인의 입장은 비평가나 시론가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거

물론, 비평가 또는 광의 독자가 시인 자신의 시에 대해
시인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말들도 불쑥 던질 수 있는 거겠지만
시인의 입장에서는 뭔가 자격부족으로 자신의 작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평자를 위해 계몽까지 해야 할 필요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까지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것 (요건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한 감상에 대해 한 사람의 진정한 독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이처럼 시인 스스로 시의 안내역을 맡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 결국은 관심에 관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저 역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여겼기에
제 나름의 무모한 접근을 했던 것이고
시인 자신은 싫건 좋건 자기 작품에 대한 얘기를
선의의 독자(?)를 위해 해 보는 거 좋은 일인 거 같고
또한 시인이 해야 할 일은 그것으로 족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정완 17-12-05 19:03
 
시학에서  견(볼견)한다는 것은 사물의 외면적 세계가 아니고 사물에 대한 내면의 표피를  읽는 작업이다

두분의 말씀에서 무척 건강해지는 기ㅡ분입니다 ^^
童心初박찬일 17-12-21 13:54
 
중반부 중복과 겹침.
시장묘사가 지나치게 장황한 것이 아니었는지..?
시적 상관물을 끌어내어 시장장면을 조밀하게 압축하였다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 생각이 드네요.
미소님이 마지막 행에만 표를 던졌듯 퇴고까지는 함축과 생략을 생각해 보셔야 할 듯 합니다.(__)
삼생이 18-01-02 02:14
 
활연님의 훌륭한 시가 많은데 이런 시를 올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안희선 18-01-05 11:26
 
박찬일님도 그렇고.. 삼생이님도 그렇고

여기 시마을엔 참, 똥 굵은 분들이 많습니다

- 자신들은 그럴듯한 시 한 편 못 쓰면서

그런 말 하기 전에
소위 시를 쓰고 읽는다는 입장이면,
내가 이 시를 감상하며 뭘 말하는 가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시길

* 저는 이 시가 활연임을 대표하는 시라고 말한 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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