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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5 09:38
 글쓴이 : 화안
조회 : 282  

유배자

 

 

 

수의囚衣 일까

먹빛을 벗어던진 자들이 몰려온다

 

윗단추를 끄르고 의자 깊숙이

 

가만가만, 내리치고, 솟구치는

저들의 궤적을 짚어 가면 만상에 잡힌 물집이 터진다

 

죄목을 모르니 형기가 없는 허물들이 사지를 떠돌다

심장을 헐떡거린 마른번개의 흔적이 있다

 

덜컹이는 자세에 의자가 기운다

삐딱하다는 건 세상을 일어서려는 힘이다

허물이 터지기 시작하자 비장하게 변질되던 넋두리도, 지친 악다구니도

덮치는 빗물에 씻겨간다


한 방울씩 멈추는 빗줄기다

깊이 들인 담배 한 모금에 줄기차게 번지던 허물의 잔영이 마른다

 

그러지 마라

 

젖는다는 것은 허물을 뒤적이는 일이지만

지나간 뒤에도

씻어도 다시 돋는 허물, 빻아도 남는 물집이 있어

 

강줄기 쓸고 간 자리에서 피는 검버섯 있다

 

다 태울 불씨 하나 얻으려고 오랫동안 어둠을 문지른다

 

 

 


활연 17-12-25 17:32
 
3연을 읽으면,
"형기가 없는 허물들이 사지를 떠돌다/ 심장을 헐떡거린 마른번개의 흔적이 있다"
라는 문장에서 주어는 '허물들이' 술어는 '흔적이 있다'인 것 같은데 두 번 쓰인 주격조사 때문에
주술관계가 좀 헷갈립니다. 허물들의 흔적이 있다,라고 읽으면 "사지를 떠돌다", "심장을 헐떡거린", "마른번개"
등은 과도한 수식이 아닌가 싶어요.
4연
"(비장하게 변질되던) 넋두리, (지친) 악다구니도/ (덮치는) 빗물에 씻겨간다"
에서 넋두리라는 단어와 비장한, 변질된 이런 수식어의 호응이 부자연스럽고, 화자의 관념이나 주관적 느낌이 많이 개입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넋두리는 하소연하듯 길게 늘어놓는 말일 것인데, 그것이 비장하다,는 건 화자의 심사가 너무 깃든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넋두리도 악다구니도 씻겨간다,에서 '덮친다'와 '씻겨간다'는 두 술어의 호응이 중복으로 느껴집니다.

6연에서
[    ] 한 방울씩 멈추는 빗줄기다
이 은유는, 주체가 생략되어서 읽기 좀 어렵습니다. 다음 문장에서도 그 근거를 찾기가 좀 모호하고요

8연, 9연에서
지나간 뒤에도/ 씻어도 다시 돋는 허물, 빻아도 남는 물집이 있어 // 강줄기 쓸고 간 자리에서 피는/ 검버섯이 있다

이 문장은 허물과 물집이 있어(발생하거나 벌어질 상태이거나 그 이유, 혹은 현실로 존재하는 생태일 것인데), 검버섯이 있다[(무엇이) 달리거나 생기거나 새겨지거나 한 상태이다.] 에서 [~이 있어, 있다] 이렇게 요약이 되는데 인과관계가 불변명하게 느껴집니다.

의도적으로 쓰인 관형어구를 줄이고 더욱 건조하고 간결하게 문장을 툭툭 던지면 독자들이 감전되듯 긴 파장과 자장에 휩싸이겠다 싶고요. 주술관계 호응 등을 새롭게 정리하시면 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먹빛을 벗어던진 자" "저들의 궤적" "물집" "허물" "흔적" "넋두리" "악다구니" "빗물" "잔영" "허물을 뒤적이는 일" "검버섯" "어둠" 등이 얼개를 짜고 시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몰려온다" "터진다" "기운다" "씻겨간다" "마른다" "문지른다" 등의 술어가 시적 정감이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다듬으면 윤곽이 선명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내부도 엿볼 수 있겠지요. 좋은 시 읽었습니다.
문정완 17-12-25 19:40
 
/덜컹이는 자세에 의자가 기운다
삐딱하다는 건 세상을 일어서려는 힘이다/

/다 태울 불씨 하나 얻으려고 오랫동안 어둠을 문지른다/

본문에서 별도로 몇 개의 문구를 분리해서 바라보면 반짝이는 인식이 묻어 있는 구절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문의 시가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전체에서 문학적이 아닌 비문학적 표현들이
시 전체의 분위기에 상주하고 모호한 은유들이 흐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문은 빗줄기인지 눈발인지는 모르지만 자연현상에서 발의 하는 풍경에서 어떤 회한과 자신을 반추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어쩌면 지구에 유배를 온 우리 모두는 유배자일 것이다


.................................................................

유배자



수의囚衣 일까
먹빛을 벗어던진 자들이 몰려온다

윗단추를 끄르고 의자 깊숙이

가만가만, 내리치고, 솟구치는
저들의 궤적을 짚어 가면 만상에 잡힌 물집이 터진다

덜컹이는 자세에 의자가 기운다
삐딱하다는 건 세상을 일어서려는 힘이다
허물이 터지기 시작하자 비장하게 변질되던 넋두리도, 악다구니도
빗물에 씻겨간다

깊이 들인 담배 한 모금에 줄기차게 번지던 허물들

젖는다는 것은 허물을 뒤적이는 일이지만
씻어도 다시  피는 검버섯 있다

불씨 하나 얻으려고 오랫동안 어둠을 문지른다

......................................................................

외람되지만 위 본문의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가지치기를 하며 간추려 보았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십시오 잘 읽었습니다
안희선 17-12-26 11:30
 
저는 인생살이 자체가 유배라고 보고,
우리 모두는 유배자라고 보는 입장이지만

아무튼,
위에서 두분이 명징한 분석의 말씀을 놓아 주셔서
저는 그저 고개 끄덕이다가 - 너무 심하게 끄덕여서 목디스크 위험 있음 -

머물다 갑니다
화안 17-12-26 15:46
 
말씀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양현주 17-12-28 01:48
 
유배자

빛을 버린 자들이 몰려온다
궤적을 짚으면 물집이 터진다
의자가 윗단추를 끄르고 솟구치는 찰나
죄 없는 사지들이 헐떡,

네 목에 마른번개의 흔적이 있다

삐딱하다는 건 세상을 일어서려는 힘이다
허물이 터지기 시작하자 비장하게 변질되던 넋두리
지친 악다구니도,

결국, 빗물 진다

한 방울씩 멈추는 빗줄기
젖는다는 것은 허물을 뒤적이는 일이지만
강줄기 쓸고 간 자리 오롯이 피는 검은 방울들

비가 걸어간 뒤에도
다시 피는 가시, 지워도 보이는 문신이 있어
불, 얻으려고 오랫동안 어둠을 끈다

=============================================================

*
시를 퇴고할 때
연을 붙이거나 나누거나 행을 바꿔 나열해 보는 것도
퇴고의 한 방법입니다
느낌이 다른 시 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 됩니다

합평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남의 시를 자기 스타일대로 조언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퇴고엔 정답이 없습니다
일일이 설명하자면 허공을 잡는 긴 일이라
시 본문을 중심으로 행 나눔, 연 교체, 중복 단어 제외해 보았습니다
참고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보시고 문장을  첨삭하고 빼고 싶은 것 빼고
본인 스타일, 화자가 전하고 싶은 선명한 메시지로 시의 길을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퇴고한 시를 한번 봤으면 좋겠군요

관념적인 단어가 과도하게 많은 느낌입니다. 그 단어를 점검하여
이미지화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 놓아둡니다 시적 표현으로 묘사,

옥고 잘 읽었습니다
화안 17-12-28 11:43
 
양현주 시인님,
귀한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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