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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8 19:49
 글쓴이 : 라라리베
조회 : 627  

빈센트 반 고흐/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신명

 

 

 

그가 고통을 매단 신발 뒤축을

절뚝이며 나를 찾아 왔을 때

 

나는 첫눈에 알았죠

 

달빛이 꾸덕꾸덕 말라가던 날

파리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별조차 숨죽이며 질투하던 그를

가만가만 훔쳐보며

복사꽃 사랑을 숨겨왔음을 고백할께요

 

그가 내뿜는 무화과 속살같은 입김은

어느새 고름으로 변해

빛의 속도로 나의 심장에 꽂혔지만요

 

나를 안고 돌때는 이미 낮달이 뜨고

휘몰아치던 태양에 고드름이 돋는

무위의 시간이었지요

 

그러나 광기어린 열정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날개죽지를 퍼득이는

처절한 고뇌를 막지는 못했어요

 

붓과 펜으로 무장한채

세포마다 파르르 떨며 새의 부리처럼 핏발선

비장한 슬픔까지 사랑했으니까요

 

내 생애 어디쯤에

그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는지는 몰라요

 

시공을 초월한 어딘가에서

새벽을 잠들게 했던 못다 안은 밤하늘에

마지막 별을 찍고 있을까요

 

가스등이 켜진 테라스 너머

익숙한 웃음소리에

화집에서 막 깨어난 해바라기가

은밀한 만찬을 준비하고 있네요

 

미래를 항해하는 트랙에 올라탄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비틀대며 3악장의 정점으로 치닫는 사이

 

깊어가는 아를르의 푸른 밤은

피 흘리는 자화상에 수없이 입을 맞추며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별빛을 적셔주므로

 

고갱의 의자를 지나온

푸르고 노란 예수의 눈물이

고흐의 광장에 총총 박히고 있군요

 

 

* 베토벤은 자신의 첼로소나타 제3번 사본에

“ 눈물과 슬픔 사이에서” 라고 써놓았다 한다


라라리베 17-12-28 19:54
 
이 시는 5월말쯤 밑에 시와 달리 제가 많이 애착을 갖고 고뇌하며
힘들게 그려본 시입니다
우수창작시에는 들어갔으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네요
솔직히 지금도 제 마음 속에는 남기고 싶은 시입니다
문정완 시인님의 시를 그려라는 말씀을 듣고 떠올라 올려봅니다
더 깊은 사유로 다듬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많이 귀찮게 해드릴 것 같네요  괜찮은거죠 ㅎ
문정완 17-12-29 02:39
 
이 편은 활연님이나 다른 분의 청음을 경청해보톡 해요
일방적 저의 시선이 편협할수도 있으니까요 ^^

비평토론 방을 부담스러워할 필요없습니다
다같이 공부하는 곳이고 실험적 시나 초고 등을 올려서 여러 문우님들의
생각과 견주어도 보고 하면 퇴고 시 더 좋은 시를 쓸수 있지 않겠어요
활연 18-01-01 21:59
 
"고통을 매단 신발 뒤축을 절뚝이며', "파리한 눈빛", "복사꽃 사랑", "무화과 속살같은 입김",
"광기어린 열정", "처절한 고뇌", "비장한 슬픔", "피 흘리는 자화상",
등등이 이 시의 정감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 저는 이런 어조들은 연민이나 동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흐에 의한, 고흐를 위한 고흐로의 감정이입은,
그가 위대한 유산을 많이 남긴 탓도 있겠지만, 그의 생애 또한 예술가의 극단적인 삶이었으므로,
영화나 언어예술, 등등에 기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생전에 데생 한 점 팔아먹은 가난한 예술가, 그러나 후대에게 안긴 천문학적인 값어치.
그런 괴리들은 예술의 어떤 숙명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고흐와 연애하듯이 그린 풍경은 나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고흐를 관통해서 언술이 보여주는 새로움이 있는지는 의문이 생깁니다.
인상적인 위인전은 아닐 테고, 여러 고흐팔이의 작품들이 많을 텐데
그런 감상문인지, 위대한 작가에 대한 찬미인지, 어떤 오브제를 통한 화자의
감정이입인지. 언술이 가진 유장함은 있으나 대체로 감상주의에
가깝고, 에로틱한 부분까지 느껴지네요. 복사꽃 사랑 등등.
화자는 고흐와 고흐의 작품과 아주 친한데
독자는 그 친밀을 무심하게 구경하고 마는 느낌이 듭니다. 고흐를 인상적으로 해석한다,면
언어적 스케치에 불과하겠지요. 화자의 느낌은 많고
독자의 눈은 건조하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 이미 고흐나 고흐의
그림에 지나치게 전도되어 있으므로.
내가 가진 보편적인 느낌을 공유하자, 그것이 작품의 태도일까요.
그런 것이라면 즉물로 그린 풍경화가 제격이겠는데.

쓴 사람이, 이것 내가 애지중지 매만진 것인데, 왜 몰라주는 거야?
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건조한 눈으로 여러 감정을 매조지고
화자의 눈으로만 드러나는 부분을 부각하든지, 아니면 고흐 속으로 완전히 투신하든지
그런 지점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고흐 같지만 고흐가 아닌
어떤 존재와의 강렬한 만남, 그런 것도 유추할 수 있지만 이 시는
시가 가진 많은 장점을, 감정의 과잉으로 말미암아 덜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흐가 배달된 택배 상자 속의 '작품 사용 설명서'가 되기보다는
고흐에 대한 화자의 새로운 해석도 기대되고요.
아니면 고흐의 귀를 물어뜯는 새로운 발상도 뭔가 새롭게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언중들에게 미리 배포된 전단지를 읽어줄 때,
다들 시들하겠지요. 고흐가 그 시대의 미풍이나 양속에 고스란히
녹았다면, 지금의 고흐가 못 되었겠지요. 격렬했으나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생애 3년 동안의 붓놀림은 인류에게 강렬한 유물을 남겼다. 아싸, 고흐!
스스로 냉정을 잃으면 어떤 현상들에도 나른해지고 독자에게 희떱고 싱거운 감정을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성한 감성도 좋지만,
한 편에서 드러나는 빛나는 감각을 보고 싶습니다.
     
라라리베 18-01-02 07:25
 
제가 고흐의 작품을 글로 그리고자 했을 때 겪은 감정은
동정과 연민이 사전적 의미는 같을지 몰라도
동정보다는 또 하나의 사랑이라는 연민이었습니다
비단 비운의 천재화가가 거쳐 갔던 고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켜보던 어떤 사람, 저 자신, 현세를 살아가는 누구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고흐와의 연애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던 것입니다

시인님이 정확히 짚으신 것입니다
저는 시와 독자를 위한 연애를 한 게 아니고
고흐에 대한 올가미에서 스스로가 풀려나기 위해서, 제가 위안을 얻기 위해서
고흐의 고뇌를 같이 느끼며 위로해주고 싶은 연민의 발로를
토로함이 우선이었습니다
고흐가 몰고 온 고통을 일대일의 관계로 풀고자 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죠
시에 대한, 독자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저 스스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아를르의 푸른 밤이나 별이 빛나는 밤, 꽃이 핀 복숭아나무,
고갱과 고흐의 의자,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등 그의 작품과 생애를 깊이 감지하면서
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한동안 치열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굳이 이 시에 대한 변을 하자면 고갱과 고흐와의 갈등,
자신의 말에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을 때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고갱의 푸른, 황색 예수상에서 보았던
위로의 눈물을 고흐에게 대신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신 시인님의 말씀 다 인정합니다
화자의 감정이 지나치게 드러나고 전도되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부분까지
알아달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작품의 태도가 보여진다
마치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숨기며 듣는 사람에게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석인 것처럼 시도 스스로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되겠지요
제가 저의 단점을 조금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렇게 깊은 혜안을 가지신
시인님의 분석을 접하니 확실히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이렇듯 진지하게 성찰하신 글을 남겨주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장 어렵고 지난한 일일 것 같은데
비토방의 훌륭하신 시인님들을 만나 공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세분 운영자 시인님들께는 귀찮게 해드려 죄송하지만 이 보석 같은 방을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으면 합니다
제가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시제에 따라 감정이입이 서툴고
절제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이후로 한 번도 퇴고를 한 적이 없습니다
아니 들여다보기조차 두렵고 내키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면
시인님의 말씀 거울삼아 잘 숙성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싸, 고흐. 정작 자신은 불운한 삶을 불꽃처럼 살다 떠났지만
가슴을 뛰게하는 황색과 푸른색의 별빛을 선사한 고흐를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활연시인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활연 18-01-02 11:07
 
107명의 화가들이 2년 동안  62,45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 완성했다는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를 강추합니다.
               
라라리베 18-01-02 11:55
 
시인님은 벌써 보셨나요
저도 보려고 눈독들이고 있는데 상영관이 일반적인데가 아니라서
시간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라뜰리에라는 곳도 가보고 싶은 공간입니다
고흐가 처음 한국나들이 왔을 때가 떠오르네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떠밀려 다니면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활연시인님 친절한 배려 감사합니다^^
문정완 18-01-01 22:42
 
저도활연님 말씀에 하나라도 부동의 없이 동의합니다^^
라라리베님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었으면 합니다

새해 좋은 시 많이 씁시다
     
라라리베 18-01-02 07:31
 
문정완 시인님의 격려와 주고자 하시는 말씀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애쓰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좋은시로 자주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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