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1-12 20:44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604  

 

클립

 

 

  한 묶음 비밀을 물고 있는 것이다

낱장을 물어 묶음을 만드는 일이란 꽉 다문 입의 임무, 눈도 귀도 없는 오로지, 무언가를 물거나 뱉을 뿐 삼킨 적 없는 과묵한 입

 

  아버지 마지막 입가에 귀를 댓을 때 끝내 꺼내지 않던 비밀처럼 클립에 귀를 대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 하나를 엿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뭇가지마다 클립이 매달려 있다. 무더기무더기 몸을 뒤집으며 반짝거리는 잎들은 여름동안 입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 다문 입에서 무성한 여름이 자라고 있다.

 

  첫사랑을 놓친 누나는 머리에 나비를 꽂고 다녔다. 어느 겨울 누나의 모자이크에서 얼어 죽은 나비를 보았다. 나는 나비의 날개를 찢어 성당 유리창에 머리핀을 꽂아주고 싶었다. 종소리는 그러나 누나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러고 보면 한 집안의 입을 결속시키거나 키운 것은 과묵한 하나의 입이었다. 배고픈 철의 구조물, 서랍을 열면 엉켜있는 클립들이 있다. 서로 부딪치는 소리처럼 형제들 모여 한 뭉치씩의 입담을 한다.

 

  아버지 마지막 비밀은 꽉 묶여 있는 전답이었을 거라고 낱장들 날린다.


임기정 17-01-16 21:11
 
클립
와~
재미있고 쉽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인님
鵲巢 17-01-23 10:50
 
시제 클립 차분하고 조리있게 쓰신 문장에 감탄하고 갑니다.
성영희 시인님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좋습니다 기온이 여차 떨어지지 않는 이번 겨울에 오늘은 날이 참 춥기만 합니다.
어제는 모 형께서 카페에서 오셔 여러 입담을 즐기다 가셨습니다.
서울에 일이 있어 한동안 그곳에서 지내실 거라며 얘기하시더군요.
서울은 어느 집이든 경기와는 상관 없는 듯 바쁘기만 하더랍니다.
이에 비하면, 지방은 신문이나 매스컴에서 보도한 사실 그대로입니다.
모두가 생활이 어렵기만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글은 많이 위안이 되는 듯합니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이렇게 좋은 문장에 머리가 깨이니까요...

설이 이번 주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 건강하시고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십시오...시제 '클립'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인사올립니다.

작소
허영숙 17-01-25 09:39
 
글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시에서 찾을거라 생각합니다. 읽고 나서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 클립은 결속하게 만드는 힘이군요
특히 마지막 연은 압권입니다.
좋은 시 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성시인님
김용두 17-01-31 10:50
 
성영희 시인님 신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깊고 장광한 사유들 눈부십니다.
저도 이런 유의 시 쓰기를 시도 해 보았지만 번번히 막혔습니다.
세련된 현대시의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시 기대합니다.^^
최정신 17-02-21 11:33
 
우리도 꽉 묶여있는 클립

사유의 지평이 만 평 ㅉ ㅉ ㅉ...
이종원 17-02-23 14:51
 
꼭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날려버리면 그뿐일 수도 있는...
그러나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작은 연결고리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묶어주려고 버티고 있는 작은 힘!!! 그의 역할이 필요한 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늘 좋은 시로 마음을 붙잡아 주십니다. 성시인님!!! 건강하시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72 구름 빵 (1) 박커스 11-23 9
271 도장을 새기다 (2) 이종원 11-23 13
270 잠실 재건축 (6) 장남제 11-18 117
269 (5) 김용두 11-16 123
268 누더기가 꼬리 친다 (5) 이명윤 11-11 186
267 죽어가는 별이 변두리로 간다 (10) 허영숙 11-08 225
266 물소리는 귀가 밝아 (6) 성영희 11-03 266
265 가을을 살았다 (8) 활연 11-01 343
264 골다공증 (5) 강태승 11-01 200
263 새품* (13) 최정신 11-01 290
262 단풍들다 (6) 오영록 10-30 180
261 손톱 (5) 강태승 10-30 238
260 구름등기소 (11) 김선근 10-29 268
259 인화 (5) 박커스 10-25 173
258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틀리다 (3) 활연 10-24 221
257 깃발 (3) 성영희 10-23 188
256 초록 서체 (5) 오영록 10-18 211
255 나는 걸었는데 너는 안 왔다고 하는 전화 (5) 허영숙 10-17 210
254 칼의 노래 (3) 강태승 10-14 230
253 점이 (4) 박커스 10-12 185
252 꿈틀, (4) 성영희 09-30 267
251 해녀들 (2) 성영희 09-21 295
250 딱따구리의 독서법讀書法 (5) 강태승 09-18 340
249 매미의 사랑법 (3) 김용두 09-15 285
248 총량의 법칙 (5) 이종원 09-12 275
247 소행성 B612 (2) 활연 09-10 391
246 포구, 본제입납 (6) 최정신 09-05 502
245 향일암에서 (4) 이종원 08-25 400
244 촉과 축 (4) 鵲巢 08-18 315
243 조율 (10) 이종원 08-17 406
242 구름슬러시 (7) 조경희 08-16 408
241 재정비할 때 (6) 이시향 08-15 278
240 한 여름의 꿈 (11) 박미숙 08-13 434
239 이발 (9) 鵲巢 08-13 323
238 상실기 (6) 활연 08-10 476
237 천둥번개 (5) 강태승 08-02 397
236 파놉티콘 (4) 활연 07-28 408
235 햇살 상담소 (8) 김선근 07-26 436
234 상쾌한 고문 (4) 오영록 07-25 367
233 남 탓 (12) 임기정 07-23 399
232 누룽지 (9) 이명윤 07-23 381
231 회전목마 2 (10) 시엘06 07-20 350
230 자폐증 앓는 나무 (6) 김용두 07-20 314
229 우리들의 천국 (2) 활연 07-19 401
228 참깨를 키우는 방법 (3) 강태승 07-15 368
227 나도 누군가에게 (6) 김용두 07-14 404
226 꿈의 현상학 (4) 활연 07-14 486
225 수타사 (5) 활연 07-11 400
224 너랑 살아보고 싶다 (2) 활연 07-11 438
223 로드킬 (6) 이종원 07-10 337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