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1-12 20:44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496  

 

클립

 

 

  한 묶음 비밀을 물고 있는 것이다

낱장을 물어 묶음을 만드는 일이란 꽉 다문 입의 임무, 눈도 귀도 없는 오로지, 무언가를 물거나 뱉을 뿐 삼킨 적 없는 과묵한 입

 

  아버지 마지막 입가에 귀를 댓을 때 끝내 꺼내지 않던 비밀처럼 클립에 귀를 대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 하나를 엿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뭇가지마다 클립이 매달려 있다. 무더기무더기 몸을 뒤집으며 반짝거리는 잎들은 여름동안 입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 다문 입에서 무성한 여름이 자라고 있다.

 

  첫사랑을 놓친 누나는 머리에 나비를 꽂고 다녔다. 어느 겨울 누나의 모자이크에서 얼어 죽은 나비를 보았다. 나는 나비의 날개를 찢어 성당 유리창에 머리핀을 꽂아주고 싶었다. 종소리는 그러나 누나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러고 보면 한 집안의 입을 결속시키거나 키운 것은 과묵한 하나의 입이었다. 배고픈 철의 구조물, 서랍을 열면 엉켜있는 클립들이 있다. 서로 부딪치는 소리처럼 형제들 모여 한 뭉치씩의 입담을 한다.

 

  아버지 마지막 비밀은 꽉 묶여 있는 전답이었을 거라고 낱장들 날린다.


임기정 17-01-16 21:11
 
클립
와~
재미있고 쉽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인님
鵲巢 17-01-23 10:50
 
시제 클립 차분하고 조리있게 쓰신 문장에 감탄하고 갑니다.
성영희 시인님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좋습니다 기온이 여차 떨어지지 않는 이번 겨울에 오늘은 날이 참 춥기만 합니다.
어제는 모 형께서 카페에서 오셔 여러 입담을 즐기다 가셨습니다.
서울에 일이 있어 한동안 그곳에서 지내실 거라며 얘기하시더군요.
서울은 어느 집이든 경기와는 상관 없는 듯 바쁘기만 하더랍니다.
이에 비하면, 지방은 신문이나 매스컴에서 보도한 사실 그대로입니다.
모두가 생활이 어렵기만 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글은 많이 위안이 되는 듯합니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이렇게 좋은 문장에 머리가 깨이니까요...

설이 이번 주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겨울 건강하시고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십시오...시제 '클립'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인사올립니다.

작소
허영숙 17-01-25 09:39
 
글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시에서 찾을거라 생각합니다. 읽고 나서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 클립은 결속하게 만드는 힘이군요
특히 마지막 연은 압권입니다.
좋은 시 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성시인님
김용두 17-01-31 10:50
 
성영희 시인님 신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깊고 장광한 사유들 눈부십니다.
저도 이런 유의 시 쓰기를 시도 해 보았지만 번번히 막혔습니다.
세련된 현대시의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시 기대합니다.^^
최정신 17-02-21 11:33
 
우리도 꽉 묶여있는 클립

사유의 지평이 만 평 ㅉ ㅉ ㅉ...
이종원 17-02-23 14:51
 
꼭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날려버리면 그뿐일 수도 있는...
그러나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작은 연결고리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묶어주려고 버티고 있는 작은 힘!!! 그의 역할이 필요한 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늘 좋은 시로 마음을 붙잡아 주십니다. 성시인님!!! 건강하시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3 남 탓 (4) 임기정 07-23 35
232 누룽지 (3) 이명윤 07-23 47
231 회전목마 2 (8) 시엘06 07-20 70
230 자폐증 앓는 나무 (5) 김용두 07-20 67
229 우리들의 천국 (2) 활연 07-19 103
228 참깨를 키우는 방법 (3) 강태승 07-15 101
227 나도 누군가에게 (6) 김용두 07-14 104
226 꿈의 현상학 (4) 활연 07-14 155
225 수타사 (5) 활연 07-11 136
224 너랑 살아보고 싶다 (2) 활연 07-11 131
223 로드킬 (6) 이종원 07-10 98
222 아프데요 (4) 임기정 07-09 100
221 그늘 (8) 김용두 07-07 131
220 같은꼴 닮은꽃 (6) 강태승 07-05 182
219 셔틀콕 (6) 성영희. 07-04 219
218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7) 허영숙 07-04 204
217 쓰러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10) 이종원 07-03 157
216 칼 가세 (10) 시엘06 07-03 133
215 인동자살고시마술 (10) 활연 07-01 215
214 소조, 알리바이 (8) 활연 07-01 178
213 단봉낙타의 하루 (14) 김선근 06-30 147
212 뱀의 허기 (5) 강태승 06-29 138
211 이동 만물상 (6) 성영희. 06-29 170
210 물구나무서기 (8) 시엘06 06-29 112
209 강물 (12) 김용두 06-28 123
208 통증의 미학(美學) (5) 강태승 06-28 117
207 벽화 (7) 박커스 06-28 100
206 새의 저녁 (13) 문정완 06-27 184
205 긍정의 풍경 (5) 오영록 06-27 123
20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2) 시엘06 06-26 200
203 입양 (14) 최정신 06-26 216
202 월척을 꿈꾸며 (10) 이종원 06-26 132
201 객관적 상관물 (13) 활연 06-25 200
200 푸른 하늘의 잠언 (5) 강태승 06-23 149
199 수컷들 (10) 김선근 06-22 141
198 유리 (5) 활연 06-22 167
197 돌을 웃기다 (6) 성영희. 06-21 196
196 진달래 개나리 목련 (4) 강태승 06-21 130
195 (2) 활연 06-21 130
194 청람에 지다 (2) 활연 06-21 140
193 시와 장미와 첫사랑 (6) 이종원 06-19 137
192 마음의 뒤꼍 (6) 활연 06-19 157
191 연장의 공식 (4) 성영희. 06-16 165
190 창문이 발끈, (4) 성영희. 06-16 155
189 나의 비문 (6) 장남제 06-16 156
188 월인천강지곡 (4) 활연 06-16 165
187 키스하는 법 (4) 강태승 06-15 171
186 어리둥절 (10) 활연 06-14 244
185 묵시적 계약 (7) 오영록 06-14 151
184 수행일기 (5) 강태승 06-12 147
 1  2  3  4  5  

 

(커뮤니티)

(합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