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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3-22 01:39
 글쓴이 : 鵲巢
조회 : 284  

     흑태찜 / 鵲巢

 

     칸막이 놓인 방에 구르마 끌며끌며 온 흑태찜 있었네. 콩나물이 살아 있었어, 아주 맛깔스런 흑태찜 아삭거리네. 살아 있었단 말이야, 사이사이 등대 같은 섬 우리는 방향만은 잊지 않았지. 곧장 허공을 가르며 집은 살짐, 신세계 그리네. 뒷문 닫은 눈은 큰 사람 같네. 접시에 담은 트렁크보다 바다는 깊어, 바닷속 헤집으며 운전만 했네. 어느 사거리 신호등 없이, 힐끗 바라본 백미러 하나 없이, 뒷문 닫은 눈은 큰 사람, 눈만 동그랗게 떠서 심해에 누웠네. 보드라운 물거품보다 부드러운 습자지보다 한 겹씩 읽은 물살, 너무나 짧은 시간 긴 바다를 한껏 공백의 구석진 자리에 채웠네. 숨 헐떡거리며 바다를 끝끝내 붙잡으려 애썼네, 싱싱 달리는 차 혼선 하나 없었네. 동그란 눈알 잃은 바다, 덩그렇게 길가에 놓이네. 시신경 끊은 눈알 하나가 데굴데굴 구르네.

 

     부질없는 일 / 鵲巢

 

       태후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지. 여불위는 노애가 궁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며 거짓으로 궁형을 가하는 척했네. 눈썹과 수염을 모두 뽑은 뒤, 환관으로 변장시켜 태후의 궁중에 들여보냈다네. 노애가 태후의 궁중에 들어간 뒤, 두 사람은 자주 간통했네. 두꺼운 문이 열리는 순간, ! 말해서 뭐하겠나? 말 그대로 교잡이었어, 그러니까 그건 임신이라고 하세. 태후는 남들이 알까 봐 두려워서 몰래 아이를 품고 있었던 걸세. 결국, 유명한 점쟁이를 매수하기까지 했네. 점은 참 묘하게 나왔네. 궁을 옮겨 옹 땅에 살아야 한다는 거야. 그 후 태후는 옹 땅에 궁궐을 짓고 살았네. 노애는 한 치도 태후의 곁을 떠난 일 없었네. 올 붙어 있었지.

       에휴 마! 어떻게 되었겠는가? 진 시황은 모두 불태웠지

 

     안개는 참 아름답다 / 鵲巢

 

     지표면은 실타래처럼 단단한 야구공이었어 사인받은 책처럼 꽃병에 꽂은 장미가 며칠은 붉었어 차선이 몇 가닥 보이지 않는 도로, 비가 되지 못한 물방울은 바닥에 흘러내렸어 고온 다습한 발은 한 발씩 떼며, 차고 어린 현실을 버릴 때 꽃은 피었다니까 뿌리가 없는 꽃이므로 태양은 오로지 밝았어 발을 잊고 잠자리에 든 유치원은 발목까지 못쓰게 되었어, 어른들은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경기장 바깥으로 튀어나온 야구공, 실밥은 하늘거리며 지휘대로 긴 방망이만 그릴 거야, 안개 그친 날 아버지는 다시 긴 공을 던질 거야

 

    

     바람의 두께 / 鵲巢

 

     누구는 가슴에 뜨지 않는 달이 하나 있네. 한마디로 거절하는 개미의 반대를 무릅쓰고 싸리문은 걸어 잠가야 했네. 담장 너머 핀 참꽃은 저리 붉으랴. 하루도 쉬지 않고 골목을 거닐며 내다본 산마루는 저리 높으랴. 반듯하게 길을 긋고 잘못된 돌은 바로잡고 졸음을 꺾으며 새웠던 필봉, 조그마한 마을이라 해도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네. 그 깊이를 들어내는 것은 어제의 것을 다시 읽으며 떠올려 보는 일, 좁은 마을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찢어 놓는 것 춘추필법만이 올곧게 세우는 일이네. 큐브의 긴 호흡과 짤막한 각주는 가위처럼 타기함세. 두 안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쓰다 시바새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네. 그러면 마을은 꽤 산책하기 좋다네.

 

     *쓰다 소키치 소리 은유

     만주철도주식회사와 조선사편수회 출신으로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 등의 조선 식민사학 이론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쓰다 소키치는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했다는 한 군현이 평양을 비롯한 한반도 북부에 존재했으며 한반도 남부에는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하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역사학자 이병도는 쓰다 소키치의 제자다.

 

 

     어느 소년의 행보 / 鵲巢

 

     하나(Hanah)는 긴 꼬챙이에다가 하얀 보자기를 묶어 어깨에 둘러메고 여행한다. 예멘에서 다마스쿠스로 이동한다. 현실과 미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간다. 예멘은 예멘이 아니고 다마스쿠스는 다마스쿠스가 아니다. 우리는 오늘 걸었던 양만큼 사고의 깊이를 가져야 한다. 마치 오아시스에 당돌한 낙타가 물을 흠뻑 마셔두는 것과 같다. 언어의 사막을 우리는 쉼 없이 걸어야 한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언제 저 모래바람에 파묻혀 영영 깨어나지 못한 삶으로 마감할지도 모른다. 하얀 뼛골로 풍화되고 수천 년 모래에 휩싸여 떠도는 운명이다. 모래의 역사를 밟으며 다시 다마스쿠스에서 예멘으로 우리는 걷는다. 마치 지도에 지난번 걸었던 여정을 표시해 두었듯이 어쩌면 공간의 벽을 계속 파기하면서 타기한다. 우리의 고향은 어딘가? 오아시스와 같은 영혼의 안식처 말이다. 간이침대를 펼치고 따가운 햇볕을 잠시 피하는 파라솔 같은 잠은 어떤가! 잠을 취하는 수련은 어쩌면 본능이다. 긴긴 다시는 오지 못할 이 땅에 가벼운 모래로 우리는 남는다. 하나(Hanah)는 오늘도 예멘에서 다마스쿠스로 간다. 다마스쿠스에서 낙타 등을 타며 흰 보자기 펼치며 모래바람을 더듬으며 무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별 총총 밤하늘 보며 은하수 걷는다.

 

 

 


최정신 17-04-24 06:44
 
.시계바늘을 천년 전으로 돌려
전생의 고도에서 잠깐 스친 만남...
세월이 익는다는 건
덜 슬프고
덜 외롭고
덜 화나고
덜 그립고
산딸꽃잎처럼
맺었다 흩어지던 시간에
스친 정도 일고보면 정.
작소...
鵲巢 17-04-24 13:35
 
선생님
잘 들어가셨는지요....^^*
가슴 따뜻하게 안아주어 감사해요...
만남은 참 설레고 훈훈하고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느낌입니다. 선생님

점심시간이었죠...선생님 옆에 앉아 함께 한 식사가 생각나요...
음식을 싱겁게 드시는 모습에 훈훈하게 닿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춘추가 더할수록 맛은 짠맛에 길든다고 하는 것 같은데
뜻밖이었습니다. ㅎ,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하는데 하며 옆에 앉아 많이 생각했네요..
선생님

다음 모임때 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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