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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3-31 22:16
 글쓴이 : 鵲巢
조회 : 474  

 

 물수건(수정) / 鵲巢

 

모든 죽음은 물수건이 받든다.

 

그건 찔레꽃과 얼룩이 수천만 개의 변이한 눈의 죽음이다.

 

죽음을 닦는 것은 작은 정원에 심은 담쟁이에 대한 생각,

면봉처럼 푸른 세계를 지향하며 바닥에 깐 이빨을 닦는 것,

바닥이 바닥을 헤어나 바닥이 될 때 과일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바닥을 닦는다는 것은 식탁과 마주하며 풀처럼 하루를 보는 것,

조금 전에 지나간 자리가 남긴 얼룩과 심지어 어제 밤늦게 앉아 자리가 남겨놓은 화석을 지우는 일,

가끔은 온몸 찢기는 고통으로 틈새 총구를 만드는 것,

 

공중을 날며 허공의 부조리로 위생을 생각한다.

 

어두운 골목을 닦다가 물기가 사라지면 허공에 바람처럼 나뒹굴러 보는 일,

바람이 지나가면 온몸 몸서리쳤다가 비처럼 물기 적셔 보는 일,

매번 죽음은 낯설지 않고 끝까지 봉한 입처럼 하얗게 말라 가는 일,

풀과 소금을 위해 가파른 절벽을 탄 여린 발굽을 닦는 일,

 

때 낀 얼룩을 끌어안고 죽은 찔레꽃처럼

 

 

 

 



치수사업을 잘 해놓은 강변 / 鵲巢

 

     강변은 치수사업을 잘 해두었던 거 같다. 나무들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물이 흐르는 양 가는 맑은 돌로 잘 쌓아 두었다. 맑고 깨끗한 물은 푸르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유심히 보았다. 강 둔덕에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 사이사이 구멍이 나 있었는데 격구를 하기 위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좌 삼삼 우 삼삼 모인 사람은 대체로 나 많은 사람으로 타구 채 어깨에 둘러메고 둔덕을 걷고 있었다. 그리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봄날, 운동하기는 딱 좋은 날씨였다. 나무는 꽃도 이파리도 틔우지 않았다. 거저 말갛게 하늘 보았다. 한 사람이 좀 길게 때렸나 싶었는데 공은 구멍에 근접하지도 않았고 또 한 사람은 미치지 못한 것 같아도 구멍에 근접한 공을 보았다. 그렇다고 그 공을 완벽하게 밀어 넣는 것도 아니었다. 대충 보고 그 공을 손에 쥐며 구멍만 보았다. 또 한 사람이 연이어 그렇게 행사를 치르고는 모두 어딘가 가고 있었다. 이렇게 강 언덕에서 바라보는 것만도 좋아 보였다.

 

문 앞에 오래된 쓰레기를 치웠다 / 鵲巢

 

     문 앞에 오래된 쓰레기를 치웠다. 언제 다듬었는지 모르는 작은 정원을 정리했다. 지나는 고양이는 늘 이곳에다가 똥을 누고 가곤 했다. 어느 과일 장수도 그 친구도 이 작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정원을 보며 커피 한 잔 마시고 가곤 했다. 다 마시지 못한 커피 찌꺼기는 여기다가 버리고는 훌 가버렸다. 때론 종이컵마저 픽 던져놓고 갔다. 담쟁이가 싹을 틔우고 있었는데 이것도 모두 정리했다. 꽃집에서 샀던 작은 꽃 화분을 분갈이하듯 심었다. 모종삽으로 밭을 매듯 이리저리 파헤치며 정갈하게 구멍을 내고 꽃 화분을 놓고 흙을 돋웠다. 아주 작은 정원은 깔끔하게 정리했다.

     갈비 먹으러 갈래? 이 근처 갈비 하는 데 있나, 있지, 교동면옥, 됐다, 다시 정원을 보고 꽃을 보고, 짬뽕 먹으러 가자, 그래 가자 여 앞에 갈 건가? , 그러지 말고 본점 뒤 몽짬뽕 가자, 그래 거기 가자,

 

 

    

그는 절대 붓을 잡지 않았다 / 鵲巢

 

     사람이 오가는 길목, 큰 빨대를 들고 가까이 와 빤히 쳐다보았다.

     ‘자를 쓰고 자를 쓰고 있었다. 형광등이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순간 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방은 여전히 커피를 만들며 분주하게 잔을 채웠다. 알 수 없는 메뉴처럼 그는 불안한 행보를 선택했다.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길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케이크 하나 들고 문을 두드리며 보았을 때 이미 알았지만, 오렌지를 선택하며 걷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몇 년 지난 그 오렌지를 내렸을 때 그는 이 일이 그때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밑 자본은 두둑한 사람이라 어떤 일도 개의치는 않았다.

     나는 를 정히 쓰며, 한 번 써보시라 했다. 그는 절대 붓을 잡지 않았다.

 

   

 

     살구꽃 핀 따뜻한 봄날 / 鵲巢

 

     살구꽃 핀 따뜻한 봄날이었다.

     만두처럼 꽃에 앉아

     살구꽃처럼 만두피 성장을 노래했다.

     오늘은 일요일 만개한 꽃에

     많은 벌이 찾아왔고

     다섯 꽃잎은 바람에 나부꼈다.

     둥근 바닥을 그리며

     은하수처럼 벌의 축제에

     뿌리를 굳게 다졌다.

     노을은 짙게 깔리고

     산 그림자 온 마을을 덮을 때

     살구꽃은 달빛 보며 환하게 웃겠지,

     고향처럼 은하수 별빛 보며

     꽃을 보고

     벌을 알고

     바람에 순응하자.

     올봄 지나면

     만두처럼 씨알 굵은 살구가 열리겠다.

 

 

 


오영록 17-04-03 16:43
 
잘 지내지요..// 가볍게 쓰던 물수건 한 장 뽑아 썼는데요..
사유가 깊군요..// 봄이 살구처럼 익었네요.
鵲巢 17-04-06 00:50
 
ㅋㅋ.....선생님 다녀가셨네요......
봄비 촉촉 내리고 있어요...경산은 요
건강하셔야 합니다 .
LA스타일 17-04-13 06:30
 
잘 보고 갑니다..건필하세요..
鵲巢 17-04-24 13:37
 
LA스타일 선생님^^*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
건강한 하루 되시길요...^^*
허영숙 17-04-25 21:15
 
늘 공부하고 발견하고 끌어내는 향기나는 시인 작소님
그 열정을 저도 배워야 할텐데요 자꾸만 게을러져서 ㅠㅠ
주신 책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읽으며
작소님의 사색에 동승해 볼게요
鵲巢 17-04-25 23:15
 
누나 오셨습니다.
꽃들의 모임이었습니다. *^^
아직도 그 향을 잊지 못하겠네요...
따뜻한 우리 동인의 모습은 영영 잊지 못할겁니다.
모두모두 아름다운 한 송이 꽃보다 더 진한 꽃이었요...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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