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4-19 13:36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154  

 

우물우물 맛있나요

 

 

 

여든다섯 어머니는 잇몸운동론자예요

가지런한 새 이도 마다 하시죠

그렇다보니 가장 맛있게 드시는 건 우물우물 이죠 

어머니의 모든 음식에는 우물우물이 들어있어요, 함구

입을 열면 다 달아나고 말까봐

이 빠진 잇몸이 문턱을 만들었어요

뚝뚝 끊어지는 말

뭉툭한 말들이 빠져버리더니

언제부턴가 쭈물쭈물도 더해져서

바람 빠진 입술, 꼭 움막 같아요

 

우물거린 말은 거의 다

목구멍으로 다시 넘어가요

입속에서 오래 우물거리다 보면

단맛 쓴맛 다 빠져버린 밍밍한 맛

욱여넣듯 꿀꺽 삼켜요

 

누군들 이 밍밍한 맛을 좋아할까요

성근 말은 이제 핀잔을 부른다는 것쯤은 다 알아서

속말 되어 넘어가요

어머니는 말을 할 때도 잇몸으로 해요

가시가 다 녹을 때까지

성급히 넘기거나 내뱉지 않고

맨 마지막으로 맛없는 것을 꾸욱, 삼켜요

 

그 옛날 잇몸으로 태어난 내가 그랬을까요

아기처럼 자꾸 뒷걸음치는 어머니

둥개둥개 눈 맞추면

얼굴에는 달처럼 환한 우물하나 떠올라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물우물 번지다 쭈물쭈물 몰락해요

 

잇몸뿐인 저 입에

나의 빈 젖을 물리고 싶어요

 

 

계간 <다층> 2017년 봄호


鵲巢 17-04-20 00:16
 
소곤소곤 ^^
저도 하얀 이 깔아봅니다. ㅎ....

어머님 생각도 잠시 하고 가네요...
건강하세요...
성영희 선생님

잘 감상했습니다.
최정신 17-04-25 14:53
 
시가 우물우물 맛나서 몇 번을 곱씹고...
임기정 17-04-28 23:12
 
우물우물
참 가슴에 와 닫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때문에
우리가 나이 들면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우물 우물이 더 와 닫는가봅니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시원 하게
들이킨 물맛이라 할까요?
잘 마셨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1 꽃핀 이팝나무 (2) 김용두 05-24 50
180 팔만대장경을, (5) 강태승 05-19 111
179 장미 (6) 이종원 05-18 114
178 고향 같은 글 썼으면 좋겠다 (4) 香湖김진수 05-15 104
177 우리 엄마 (6) 임기정 05-14 108
176 신전리 이팝나무 (4) 이시향 05-12 100
175 열십자 (4) 鵲巢 05-09 85
174 푸른 수의(授衣)* (5) 오영록 05-08 100
173 아담스애플 (3) 오영록 05-08 84
172 약단밤 (8) 이종원 05-06 106
171 찜 갈비 (4) 鵲巢 05-05 78
170 연주자의 음 (4) 鵲巢 05-04 89
169 (3) 김용두 04-30 116
168 연탄불 (8) 김용두 04-25 171
167 간절곶 (10) 최정신 04-25 245
166 간절곶에는 간절함이 없다 (10) 香湖김진수 04-24 168
165 보문단지에 가면, (6) 강태승 04-23 198
164 오동집 (3) 성영희. 04-19 160
163 우물우물 맛있나요 (3) 성영희. 04-19 155
162 물수건 한 장 뽑는다 (6) 鵲巢 03-31 177
161 봄이 오는 소리 (4) 박광록 03-23 210
160 장엄한 노을 (4) 鵲巢 03-22 168
159 흑태찜 그리고 부질없는 일 (2) 鵲巢 03-22 162
158 이빨을 찢자 鵲巢 03-20 148
157 그게 바로 만남이다 (1) 김용두 03-17 168
156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 (2) 鵲巢 03-14 163
155 화엄사華嚴寺 흑매화… (4) 강태승 03-14 185
154 여우 선생님 (3) 이시향 03-09 194
153 봄 들판에 서서 (4) 한인애 03-07 258
152 껍질 깨기 (4) 이종원 02-23 268
151 구두를 닦다 (7) 강태승 02-22 282
150 겨울 숲 (5) 김용두 01-28 364
149 클립 (6) 성영희. 01-12 414
148 (6) 오영록 01-09 376
147 축!! 2017 신춘문예 강태승, 성영희 시인 당선 (9) 조경희 01-02 513
146 종이학 (4) 오영록 12-20 357
145 0으로 반성, (5) 강태승 12-14 402
144 역사는 진실만을 말한다 (2) 박광록 12-01 357
143 저물녘 또는 저물驛 (4) 강태승 11-23 495
142 오히려 객지 (12) 허영숙 11-15 644
141 숲 섶 (14) 최정신 11-04 711
140 당신은 언제나 꽃잎 (8) 박광록 11-03 477
139 메타세콰이아 나무 (10) 김용두 10-26 408
138 붉은 가을 (14) 이종원 10-25 537
137 가을이라 불렀더니 詩라고 답했다 (15) 허영숙 10-25 616
136 춘천1 (16) 香湖 10-24 441
135 일박이일 (7) 박커스 10-23 355
134 가장들 (7) 성영희. 10-17 543
133 휴전하는 방법 (12) 이종원 10-09 439
132 입김 (8) 김용두 10-06 437
 1  2  3  4  

 

(커뮤니티)

(합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