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4-19 13:36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505  

 

우물우물 맛있나요

 

성영희   

 

 

여든다섯 어머니는 잇몸운동론자예요

가지런한 새 이도 마다하시죠

그렇다 보니 가장 맛있게 드시는 건 우물우물 이죠 

어머니의 모든 음식에는 우물우물이 들어있어요, 함구

입을 열 면 다 달아나고 말까 봐

이 빠진 잇몸이 문턱을 만들었어요

뚝뚝 끊어지는 말

뭉툭한 말들이 빠져버리더니

언제부턴가 쭈물쭈물도 더해져서

바람 빠진 입술, 꼭 움막 같아요

 

우물거린 말은 거의 다

목구멍으로 다시 넘어가요

입속에서 오래 우물거리다 보면

단맛 쓴맛 다 빠져버린 밍밍한 맛

욱여넣듯 꿀꺽 삼켜요

 

누군들 이 밍밍한 맛을 좋아할까요

성근 말은 이제 핀잔을 부른다는 것쯤은 다 알아서

속말 되어 넘어가요

어머니는 말을 할 때도 잇몸으로 해요

가시가 다 녹을 때까지

성급히 넘기거나 내뱉지 않고

맨 마지막으로 맛없는 것을 꾸욱, 삼켜요

 

그 옛날 잇몸으로 태어난 내가 그랬을까요

아기처럼 자꾸 뒷걸음치는 어머니

둥개둥개 눈 맞추면

얼굴에는 달처럼 환한 우물 하나 떠올라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물우물 번지다 쭈물쭈물 몰락해요

 

잇몸뿐인 저 입에

나의 빈 젖을 물리고 싶어요

 

 

계간 <다층> 2017년 봄호


鵲巢 17-04-20 00:16
 
소곤소곤 ^^
저도 하얀 이 깔아봅니다. ㅎ....

어머님 생각도 잠시 하고 가네요...
건강하세요...
성영희 선생님

잘 감상했습니다.
최정신 17-04-25 14:53
 
시가 우물우물 맛나서 몇 번을 곱씹고...
임기정 17-04-28 23:12
 
우물우물
참 가슴에 와 닫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때문에
우리가 나이 들면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우물 우물이 더 와 닫는가봅니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시원 하게
들이킨 물맛이라 할까요?
잘 마셨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25 텃새 장남제 02-19 25
324 가을비 장남제 02-09 99
323 어느 가을날의 후회 (2) 김용두 02-09 109
322 김진수 동인께서 시집 <설핏>을 출간하셨습니다 (5) 허영숙 02-05 103
321 희망봉- (7) 장남제 02-03 138
320 사랑 (7) 오영록 02-01 175
319 어긋난 사랑 (13) 香湖김진수 02-01 172
318 지붕문서 (7) 성영희 01-30 227
317 어린 복에게- (7) 장남제 01-30 121
316 깃대- (6) 장남제 01-27 145
315 겨울장미- (3) 장남제 01-21 211
314 행복한 집 (4) 金富會 01-15 299
313 허물벗기 (3) 강태승 01-12 293
312 갯마을- (4) 장남제 01-12 191
311 동침신전앙와장 (5) 활연 01-06 269
310 낯선 섬- (5) 장남제 01-05 217
309 아 ~ 봄 (7) 오영록 01-03 216
308 1장 1절에 대한 단테의 보고서[퇴고] (8) 金富會 01-03 204
307 새해 아침에 (4) 박광록 01-02 167
306 박*수 (7) 박커스 12-28 243
305 등꽃여인숙 (10) 김선근 12-27 315
304 돌부처 (10) 강태승 12-26 306
303 소리굽쇠 (7) 활연 12-24 364
302 꽃의 원주율 (17) 문정완 12-23 382
301 첫 임플란트- (7) 장남제 12-23 217
300 고사목 (9) 성영희 12-22 386
299 필생의 호흡 (11) 활연 12-22 327
298 발굴 (9) 박커스 12-21 253
297 억새풀 당신- (8) 장남제 12-21 265
296 나목 (9) 김용두 12-20 247
295 우울의 풍경 (17) 최정신 12-20 429
294 경산역 (16) 문정완 12-19 306
293 수묵화- (3) 장남제 12-18 254
292 시비월 시비시 (7) 이시향 12-15 214
291 강물도 그리우면 운다- (4) 장남제 12-14 261
290 단풍든 나무들에게 (5) 김용두 12-13 232
289 무엇을 위한 시인들인가 (9) 강태승 12-11 368
288 구름 (11) 이명윤 12-10 399
287 김 씨 (13) 이종원 12-08 301
286 한해를 돌아보니 (9) 오영록 12-07 329
285 여의도- (9) 장남제 12-07 276
284 첫눈의 건축 (14) 박커스 12-05 309
283 지천명 (8) 활연 12-04 399
282 이종원 동인께서 시집《외상 장부》를 출간 하셨습니다 (16) 허영숙 12-04 286
281 위함한 그곳 (15) 이명윤 12-03 371
280 나가사키 하역장- (9) 장남제 12-01 276
279 날아라 십정동 (16) 김선근 11-30 344
278 죽로차竹露茶 (7) 강태승 11-30 279
277 거룩한 사무직 (9) 이명윤 11-29 394
276 (7) 성영희 11-28 333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