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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4-19 13:41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264  


오동집


 성영희
      


  오류동 기찻길 옆 수선 집에는 배냇 웃음을 가지고 나온 여자가 있다 한 여름 이파리 뒤에 숨어서 까맣게 익어가는 오동나무 열매처럼 간간이 드러나는 삐뚤어진 웃음, 여자는 아침을 수선해서 오후를 벽에 건다. 그 옛날 증기를 내뿜으며 출발하던 기관열차처럼 뭉툭한 옷 선을 마무리하는 스팀다리미는 그녀의 오랜 직장이다.
 
  유행지난 코트, 찢어진 청바지도 감쪽같이 수선하지만 아무리 고쳐 웃어도 헐렁하기만 한 그녀의 웃음, 치맛단을 즐겨 줄이는 생머리도 수선불가 민머리도 오동집을 말할 땐 입삐뚤네 그런다. 한번은 삐뚤어진 입도 수선했으면 오죽 좋겠냐고 해서 골목이 한나절 쫙 펴졌다는데, 삶도 죽음도 그녀의 재봉틀에선 한 낱 천조각일 뿐,
 
  오동집 앞에는 죽다 살아났다는 오동나무가 있다 그늘이 넓어서 쓸쓸도 긴 오후, 새들은 죽은 가지도 마다하지 않고 햇살을 물어 나르지만 햇살은 푸른 소란을 다 박음질하고서야 그늘을 꺼낸다. 자투리 시간도 한 땀 한 땀 잇다보면 그럴듯한 나무로 열매까지 맺는다는데

 

  입삐뚤네 얼굴에는 새들이 산다. 청실의 부리와 홍실의 날개가 하루에도 수백 번 밑실을 뽑아 올리며 짹짹거린다. 불편도 수선하면 새것이 될까, 장롱에 처박힌 거북한 옷들도 오동집에 오면 어깨를 편다.

 

 

 

계간 <다층> 2017년 봄호

 


鵲巢 17-04-20 00:10
 
어찌 보면 현대인은 케케묵은 마음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동집 수선집은 소탈한 삶을 잇네요....
오동집에 가, 마음 한 자락 놓이고 갑니다.

성영희 선생님
잘 감상했습니다.
허영숙 17-04-25 21:13
 
차분한 서술이 돋보이는 오동집에 마음을 얹어 들어가봅니다
이 시도 좋지만 모임에서 낭독한 시도
참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님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임기정 17-04-28 23:30
 
언니시는 참 맛있어요
아참 여기서는 예의를 갖추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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