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4-19 13:41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316  


오동집


 성영희
      


  오류동 기찻길 옆 수선 집에는 배냇 웃음을 가지고 나온 여자가 있다 한 여름 이파리 뒤에 숨어서 까맣게 익어가는 오동나무 열매처럼 간간이 드러나는 삐뚤어진 웃음, 여자는 아침을 수선해서 오후를 벽에 건다. 그 옛날 증기를 내뿜으며 출발하던 기관열차처럼 뭉툭한 옷 선을 마무리하는 스팀다리미는 그녀의 오랜 직장이다.
 
  유행지난 코트, 찢어진 청바지도 감쪽같이 수선하지만 아무리 고쳐 웃어도 헐렁하기만 한 그녀의 웃음, 치맛단을 즐겨 줄이는 생머리도 수선불가 민머리도 오동집을 말할 땐 입삐뚤네 그런다. 한번은 삐뚤어진 입도 수선했으면 오죽 좋겠냐고 해서 골목이 한나절 쫙 펴졌다는데, 삶도 죽음도 그녀의 재봉틀에선 한 낱 천조각일 뿐,
 
  오동집 앞에는 죽다 살아났다는 오동나무가 있다 그늘이 넓어서 쓸쓸도 긴 오후, 새들은 죽은 가지도 마다하지 않고 햇살을 물어 나르지만 햇살은 푸른 소란을 다 박음질하고서야 그늘을 꺼낸다. 자투리 시간도 한 땀 한 땀 잇다보면 그럴듯한 나무로 열매까지 맺는다는데

 

  입삐뚤네 얼굴에는 새들이 산다. 청실의 부리와 홍실의 날개가 하루에도 수백 번 밑실을 뽑아 올리며 짹짹거린다. 불편도 수선하면 새것이 될까, 장롱에 처박힌 거북한 옷들도 오동집에 오면 어깨를 편다.

 

 

 

계간 <다층> 2017년 봄호

 


鵲巢 17-04-20 00:10
 
어찌 보면 현대인은 케케묵은 마음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동집 수선집은 소탈한 삶을 잇네요....
오동집에 가, 마음 한 자락 놓이고 갑니다.

성영희 선생님
잘 감상했습니다.
허영숙 17-04-25 21:13
 
차분한 서술이 돋보이는 오동집에 마음을 얹어 들어가봅니다
이 시도 좋지만 모임에서 낭독한 시도
참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님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임기정 17-04-28 23:30
 
언니시는 참 맛있어요
아참 여기서는 예의를 갖추어
잘 읽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6 초록 서체 (4) 오영록 10-18 80
255 나는 걸었는데 너는 안 왔다고 하는 전화 (3) 허영숙 10-17 71
254 칼의 노래 (3) 강태승 10-14 112
253 점이 (4) 박커스 10-12 85
252 꿈틀, (3) 성영희 09-30 161
251 해녀들 (2) 성영희 09-21 202
250 딱따구리의 독서법讀書法 (5) 강태승 09-18 250
249 매미의 사랑법 (2) 김용두 09-15 177
248 총량의 법칙 (4) 이종원 09-12 166
247 소행성 B612 (2) 활연 09-10 254
246 포구, 본제입납 (6) 최정신 09-05 373
245 향일암에서 (4) 이종원 08-25 300
244 촉과 축 (4) 鵲巢 08-18 225
243 조율 (10) 이종원 08-17 293
242 구름슬러시 (7) 조경희 08-16 304
241 재정비할 때 (6) 이시향 08-15 186
240 한 여름의 꿈 (10) 박미숙 08-13 324
239 이발 (9) 鵲巢 08-13 237
238 상실기 (6) 활연 08-10 355
237 천둥번개 (5) 강태승 08-02 294
236 파놉티콘 (4) 활연 07-28 317
235 햇살 상담소 (8) 김선근 07-26 318
234 상쾌한 고문 (4) 오영록 07-25 264
233 남 탓 (12) 임기정 07-23 300
232 누룽지 (9) 이명윤 07-23 280
231 회전목마 2 (10) 시엘06 07-20 261
230 자폐증 앓는 나무 (6) 김용두 07-20 228
229 우리들의 천국 (2) 활연 07-19 310
228 참깨를 키우는 방법 (3) 강태승 07-15 264
227 나도 누군가에게 (6) 김용두 07-14 305
226 꿈의 현상학 (4) 활연 07-14 379
225 수타사 (5) 활연 07-11 303
224 너랑 살아보고 싶다 (2) 활연 07-11 340
223 로드킬 (6) 이종원 07-10 247
222 지구가 아프데요 (4) 임기정 07-09 255
221 그늘 (8) 김용두 07-07 315
220 같은꼴 닮은꽃 (6) 강태승 07-05 372
219 셔틀콕 (6) 성영희. 07-04 419
218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7) 허영숙 07-04 428
217 쓰러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10) 이종원 07-03 338
216 칼 가세 (10) 시엘06 07-03 292
215 인동자살고시마술 (10) 활연 07-01 414
214 소조, 알리바이 (8) 활연 07-01 342
213 단봉낙타의 하루 (14) 김선근 06-30 317
212 뱀의 허기 (5) 강태승 06-29 292
211 이동 만물상 (6) 성영희. 06-29 344
210 물구나무서기 (8) 시엘06 06-29 285
209 강물 (12) 김용두 06-28 300
208 통증의 미학(美學) (5) 강태승 06-28 263
207 벽화 (7) 박커스 06-28 258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