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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05-08 10:26
 글쓴이 : 오영록
조회 : 207  

푸른 수의(授衣)*


성스런 행위여서 경계로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친다

산천이 푸르기 시작한 것은 수다스러운 제비 입 때문이다

이앙기 지나간 논두렁으로 콩나물 콩 모종이 제 몸보다 큰 음표로 씨줄을 느리고

산비탈 고추밭이며 감자밭이 구불텅구불텅 날줄을 건다

새벽. 밤의 홑청 한 귀를 물고 수탉이 제 엉덩이 탁탁 치다가

목을 길게 빼 비틀면 동녘이 뱀처럼 실눈을 뜬다

소쩍새가 노을을 자분자분 시침하고 나면 또 하늘 홑청이 이슬처럼 내렸다

사이사이 할미꽃, 개나리, 수국, 아카시아 꽃이 수를 놓고

불근불근 주먹 쥐는 감자 때문에 밭이랑엔 울퉁불퉁 힘줄이 서고

매미 소리 시끄럽다고 옥수수도 연신 팔뚝질이다

꺼병이도 제 아비와 갈나무 숲을 노닐며 설익은 울음을 꺼내고

시침할 실이 떨어진 부엉이 바늘귀를 꿰느라 밤을 새울 때

개구리도 새벽녘까지 개골개골 말동무를 했다

아침이면 배추가 푸른 통치마를 두르고 홍당무도 말뚝박기 놀이에 해가 짧다

새소리로 한 코 나비 날갯짓으로 한 코 뜨다 보면

어느새 씨줄은 보이지 않고 한 폭 푸른 옥양목이 된다

풀을 먹이듯 고추잠자리 먹먹히 날면

여치 귀뚜라미 쓰르라미 베짱이 기러기가 협연하듯

푸른 옥양목을 한 귀씩 물고 제집으로 당겨 들면 푸른 홑청은 팽팽하게 풀을 먹는다

새파랗게 풀 먹은 하늘에 조 기장 수수 벼 이삭들이 감사하듯 고개를 숙이면

그때야 상강(霜降)이 안수하듯 푸른 초고에 염료를 붓는다

곱지도 화려하지도 않게 은은히 채색(彩色)되는 홑청

산천은 자서 같은 여름날 푸른 채록으로 겨울을 날 것이다

수의(授衣)다.


* 수의(授衣) : 겨울옷을 준비함. 또는 겨우살이를 준비함.


鵲巢 17-05-08 19:23
 
자연과 더불어 사시는 선생님
선하게 뵙습니다.
모두 겨울을 준비하는 수의 입니다. 선생님

별고 없어시지예......^^
건강하시고요...
香湖김진수 17-05-08 20:57
 
글 한편으로 일년을 다 살았네
천천히 천천히 사소
그러다 밍대로 못 살드레요
그구 제비는 어디서 봤드래요
제비추리 제비꽃 아니드래요
이종원 17-05-16 07:40
 
도농을 넘나들고 詩와 현실을 투과하는 모습이 흡사 축지법을 쓰는 도인 같아 보입니다
예리한 눈매가 찍어오는 먹잇감은 어느 곳, 어느 대상일지라도 황홀한 잔칫상이 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형님!!!
임기정 17-05-16 23:33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옵니다
옥필하시고 또한 건강유념하십시요
허영숙 17-05-22 10:29
 
제비의 수다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온통 진초록이네요
바쁘신 중에도 시의 집도 단단하게 잘 지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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