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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7-12-22 20:35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629  

고사목

 

 

성영희

 

 

바람의 집결이었을까

죽음의 대피가 모두 모인 듯

한쪽으로만 뻗어있는 가지들

푸른 귀를 쫑긋거리며 펴냈을 그늘의 한 때가

연대 잃은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

선 채로 죽고 죽은 채로 서서

천천히 말라갔을 귀들

수피가 벗겨진 몸통에는

바람의 문고리가 달려 있다

 

갈참나무와 잡목들이

몇 채의 살림을 들고 나는 동안

벗은 몸으로 한사코 기둥이 되는 시간들

죽은 나무에는 죽은 새의 영혼이 앉았다 갈뿐

죽음의 기억에는 물기가 없다

 

북쪽으로 휩쓸려가는 바람

그곳에 가서 죽으려고

북풍이 불어와 초록을 데려가는 것이다

초록 속에다 한 겨울 눈보라를 키우는 것이다

산등성이 나무들의 가지를 보면

다 따라간 흔적이 있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따라가다 그대로 굳어 방향이 되었다

 

깜깜한 잠을 깨우는 저 순백의 나비들

고사목은 한 겨울에도

흰 꽃피는 방식을 안다


장남제 17-12-22 21:11
 
오래 기다렸습니다

참 좋은 느낌
고맙습니다
     
성영희 17-12-22 22:12
 
오래 기다렸다는 한 문장이 마음 뭉클하게 합니다.
또 한분의 독자가 어디선가 글을 기다리고 계시다니
더욱 분발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남제 선생님^^
문정완 17-12-22 23:47
 
방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니까 확 시향기가 코끝을 장악합니다
짙은 듯 은은한 듯 꽃향기와 시향기는 동급이다  새삼 느낍니다
첨벙거리는 향기에 금방 취해서 휘청이다 갑니다

새해 성시인님의 한해가 되시길 발원드립니다^^♡
이명윤 17-12-23 12:09
 
건조한 이미지가 잘 살아있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용두 17-12-23 14:37
 
다채롭고 배부른 시를 읽고 갑니다.^^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과 낯설게 하기로 인해
신선함과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활연 17-12-23 18:48
 
섬세하고 다정한 눈[目]길을 가져서
'선 채로 죽고 죽은 채로 서서'
'기억에는 물기가 없'도록 하는 것!
행간마다 은빛 물고기떼들이 밤하늘 은하처럼
촘촘합니다. 한 줄도 그냥 부려놓는 법이 없다.
죽은 것들의 이마를 짚어주며
'흰 꽃피는 방식'
미려하고 깊네요.
박커스 17-12-24 14:44
 
그곳에 가서 죽으려고 북풍이 불어 와 초록을
데려가는 것이다./
따라할 수 없음에 자주 되 읽기만 해 봅니다.^^
필승!
임기정 17-12-24 23:00
 
지리산 정상
아마도 천왕봉 내려올때 보았던 것 같아요
가슴 벅차게했던 고사목을
또한 성시인님 시 보면서
뭉클~~~~
저 펜인지 팬인지 잘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무조건 하여튼간
새해 아니구나 메리부터 시작하여
새해까지 복 이따시만큼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영숙 17-12-27 15:30
 
락포엠에서 영상시로 먼저 만났지요

활연님 말씀대로 한 줄도 그냥 부려 놓는 것이 없는
성시인님의 시

겨울 고사목의 풍경을 또 누가 이리 담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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