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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1-05 01:14
 글쓴이 : 장남제
조회 : 428  
낯선 섬/장 승규



파도에 밀리는 섬이 있다

파도는 늘 한 방향으로만 미는데
저무는 바다에
닻을 들고 떠다니는 작은 섬
어디든 닻을 내리지 못하고
엎어진 물방개처럼
키 낮은 너울에도 휘둘리고 있다
이생의 바다에선
어디든 닻을 내려도 너울성 멀미가 나
차라리 들고 한 생을 떠다니는가
닻이 뿌리가 되도록
동백섬처럼 깊이 내리지도 못하고
미는 대로 밀리지도 못하고

떠다니는 삶에게는 태생 같은 건지
파도는 와아와아 소리로 몰려와 
항구 밖으로 내민 적이 없다 항변하는데
먼 바다 여기 낯선 섬 하나
파도 소리에도 밀리고 있다

처음 그 항구로




** 오래전에 해운대 미포항에 간 적이 있는데,
갈려고 간 게 아니니 발견이었다.
참으로 우연히 발견한 작은 어항이었다.
해운대 우측 끝에는 동백섬이 있는데, 좌측 끝에는 뭐가 있을까 싶어서
달맞이고개 아래, 좌측 끝에 갔더니,
세상에, 그곳에 이리 작은 포구가 있을 줄이야.

그런데 그 앞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고깃배들
포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약간은 움직이긴 하나 편해 보이는데,
닻이 있는데도 닻을 내리지 않고
파도에 휘둘리고 떠다니는 모습이 어째 나의 처지 같아서... 여기가 이 시의 1차 시발점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로 서울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까지...
무엇하느라 떠도는지.
섬처럼 어디든 닻을 깊이 내려서 살지 못하고 떠도는지.
고깃배야 고기를 잡느라 떠돌겠지만,
나는 왜 떠돌아다니는지.
그 작은 배들은 물 위에 사니까 파도에 휘둘린다 치고
땅 위에 사는 나는 왜 이리 허둥대는 걸까
이건 아무래도 떠도는 것들의 태생이지 싶었다.

남아공에 닻을 내리고 산 지 어언 30년
그래도 역시 타국이라 섬처럼 산다
그때의 시를 퇴고하다 보니
이즈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싶기도 하고...

나도 결국 고기를 잡느라 떠도는 거였고,
나에게 닻은 결국 나의 의지였다.

임기정 18-01-07 09:34
 
맞습니다,
젊을 때에는 고향을 등지고
긴 항해를 하였는데
점차 나이가 들어가니
나도 모르는 사이
고향 근처로 와 있었습니다,
공감 가는 시 잘 읽었습니다.
이명윤 18-01-07 13:02
 
습작노트 마저 읽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시를 쓰시는 일이
조그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장남제 18-01-07 14:33
 
기정님
아무래도 낯 선 바다에선
파도가 더 심하지요.

낯 익은 사람들, 풍경들...
고향 근처로는 못가더라도 한국으로는 가야겠지요.

명윤님
마음이 무거워지시면 안 되는데. ㅎ
의도한 바가 아니거든요.

오랫동안 쉬고있다가,
최정신동인님의 아름다운 성화에 못 이긴듯 시작했더니
시를 쓰는 일이
많이 위안이 된답니다.
고맙습니다
허영숙 18-01-11 10:53
 
미포항, 지금은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가득합니다
미포라는 이름답지 않게,
그 많은 배들은 이제 없습니다, 유람선만 떠다니지요

그래도 이 시를 읽으니 그 미포가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시의 좋은 점은 이렇게 과거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장남제 18-01-11 12:39
 
영숙님

남제가 우연히 미포항을 발견하였던 때가 아마
1998년 쯤 되지 싶어요.

도심 같던 해운대 한 쪽에
그림처럼 어항이 있다는 거
통통배가 떠있기도 했구요.
신기했었어요.

많이도 변하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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