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2-26 16:30
 글쓴이 : 장남제
조회 : 327  
엄니의 흔적/ 장 승규



새벽 5시 5초 전
아라비카 콩을 갈다가
커피콩에게 커피향을 맡인다
오래 밀봉 당한 커피콩이 비틀거리다가 
고향길에서 혼절한다, 모기처럼

에티오피아, 그 산간고원
한 가지에 몽글몽글 참새처럼 앉았던 형제들
모두 도회로 나가고
산 등에 양철지붕들 
갯바위 따개비처럼 필사적으로 붙어있는데
옛집은 흔적만 남겼다
그 부엌쯤에서
밥 먹어라. 학교 가야지
그래, 저 소리 끝에 엄니가 붙어있다
불러도 버티면
답답한 엄니가 흔적에서 떨어져 나올 거다

버-티-지-마-라 
산 것들은 살아야지
부엌 부엉이도
혼절까지 하는 커피콩의 위험한 심중이 짚이나보다
다섯 번을 같은 자리에 나와 앉아서 
찬물 끼얹듯 운다

새벽 다섯 시에 혼절에서 깨어나는
오래 밀봉된 영혼
아라비카 콩의 진한 향


<Note>
오래전에 고향 옛집을 찾아가본 적이 있다
주소로는 사천읍 금곡동(지금은 사천시)이지만
약간 외진 마을이다.
그 마을은 1968년 진주고에 입학하면서 떠나온 후
부모님이 살아계시던 동안에는 자주 다니긴 했다
그러나 대학 1학년 엄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형님따라 부산으로 가신 후에는 거의 가보질 못했다.
68년에 떠나온 고향을 2002년에 가니까
옛집은 집터, 흔적만 남기고 떠나고 없었다. 
부엌이었던 자리에 서니, 
어릴 때 엄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여기가 시발점이다
마당에 감나무만 그 자리에 있는데, 훌쩍 늙어서
나를 못알아 보는 것 같았다

최정신 18-02-27 10:11
 
엄니라는 어원을 시의 상징으로 차용한 후에는 더 나갈 말이 꽉 막히는...
그러나 우리는 그 엄니를 수도 없이 써먹고 또 써 먹곤하죠
사랑의 옹달샘 태초이기에...
커피콩을 갈다가 고향집 향기를 맡는 일
시인이 아니면 누가 하리요
요즘 장시인한테 옴마 기죽어 임돠^^
서피랑 18-02-27 10:28
 
빈 집, 부엌에 붙어있는 엄니  목소리...

참 뜨거운 시선입니다...
허영숙 18-02-27 12:10
 
옛집이란 단순히 과거의 주거 개념이 아니라
한 권의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나이들수록 마음이 자꾸만 과거로 향하네요
저 역시~
장남제 18-02-28 10:54
 
산골님
모두가 산골님의 성화로 이루어진 일 아니겠습니까.ㅎ
고맙습니다

서피랑님
엄니, 우리 모두의 시작점이니까요

허시인님
그렇지요
앨범이구 말구요
갖가지 추억이 켜켜이 담겨있는 그런 앨범이네요.
임기정 18-03-01 19:20
 
저 역시 고향에같다 예전 살던집 가 보았는데
유년이 숨쉬던 곳
툭 치면 넘어갈 듯한 집을 보며 마음이 어찌나 아프든지
시인님 시 무척이나 공감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장남제 18-03-02 00:29
 
기정님
그래도 툭 치면 넘어갈 듯이
서 있기는 했던 거로군요.

터만 남아 있었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45 환풍 (2) 성영희 07-16 97
344 어린 것들이 (6) 임기정 07-15 66
343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6) 최정신 07-11 161
342 축!! 조경희 동인 첫 시집 『푸른 눈썹의 서』출간 (7) 허영숙 07-09 129
341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8) 활연 07-09 162
340 얼굴 (7) 서피랑 07-08 136
339 싸리꽃 피다 (5) 박광록 07-07 79
338 의자들 (2) 서피랑 07-04 101
337 시치미꽃 (6) 서피랑 06-25 187
336 절흔 (4) 활연 06-22 155
335 천궁 사파리 (3) 활연 06-20 144
334 뻐꾸기 (6) 김선근 06-20 163
333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10) 허영숙 06-17 155
332 우린 수정거울 속 겨울을 알고 있지 (4) 활연 06-12 191
331 종달새를 위하여 (2) 활연 06-11 185
330 형광(螢光) (8) 최정신 06-05 292
329 자격증을 받다 (5) 오영록 06-04 188
328 순간의 꽃 (9) 김용두 05-31 208
327 아직도 애 (6) 임기정 05-27 158
326 먼 생 (2) 활연 05-25 199
325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201
324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148
323 섬진강 (7) 최정신 05-23 286
322 알지 못하는 앎 (4) 활연 05-22 235
321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213
320 절편의 발생 (6) 활연 05-21 268
319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227
318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336
317 두꺼비 (5) 활연 05-04 348
316 감기 (12) 서피랑 04-30 353
315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356
314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64
313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289
312 구들장 (5) 성영희 04-22 303
311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253
310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27
309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336
308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313
307 등꽃 (3) 장남제 04-11 258
306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321
305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356
304 고드름 (8) 서피랑 04-03 342
303 낙화 (6) 장남제 04-03 283
302 노을 (3) 김용두 03-30 311
301 고레섬 (4) 장남제 03-19 293
300 꽃방귀 (4) 이시향 03-19 336
299 폐가 (5) 김용두 03-08 354
298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452
297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289
296 빨래하다가 (6) 오영록 03-05 382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