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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4-22 00:24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305  

구들장

 

 

 성영희

 

 

 어린 날 아버지는 마냥

 뜨거운 사람인줄 알았다

 쪼그리고 앉아 불꽃을 빨아들이던 모습은

 막 사그라져 가는

 별똥별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 기거하시던 방의 구들장을 헌다

 연기 새지 말라고 발랐던 진흙

 가뭄처럼 갈라져 있고

 무병장수를 빌었다는 굵은소금의

 부스러진 각질을 본다

 

 뜨거운 불 빨아들이고

 흰 연기 뱉어 낼 때마다

 긴 한숨의 필터를 빠져나오던 구름송이들

 구름송이를 따라가다 보면

 등 돌린 달의 잇자국이 있다

 

 눅눅한 날이면 매운 연기 새어 나오는 날 많았던 구들장

 온갖 연기 다 마시던 방고래처럼

 그 뜨거운 불길 묵묵히 견디던 구들장처럼

 몸 안에 난 불길 다 닫아걸고

 천천히 식어간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타다만 장작이 구들장을 받치고 있다

 검게 그을린 돌들

 화상 입은 불길의 고래는

 구들장 다 헐어도 여전히 매캐하다

 매운 연기의 잔영처럼

 방 한 칸의 기억이 느리게 식어간다


아라문학 2018 봄호


오영록 18-04-23 12:34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잘 지내시지요..//

내 손끝에도 그 언젠가 그 노르스름한 후미가 새겨져 있었지요..//
허영숙 18-04-26 15:56
 
그 아랫목의 기억에
아직도 아버지는 따스하게 자리하고 있군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
덕분에 힐링이 됩니다
자주 좀 올려주세요
서피랑 18-04-30 20:16
 
시 <돌을 웃기다>에서도 많이 감탄하였지만..
이 시에서도
미세한 결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확장시켜나가는
남다른 집중력과 사유가 부럽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 18-05-10 05:35
 
시론서 중간에 있는 한 편을 고스란히 읽는 것 같습니다.
최정신 18-05-25 22:25
 
방 한 칸의 기억처럼 그대가 그립다오
잘 지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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