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4-22 00:24
 글쓴이 : 성영희
조회 : 387  

구들장

 

 

 성영희

 

 

 어린 날 아버지는 마냥

 뜨거운 사람인줄 알았다

 쪼그리고 앉아 불꽃을 빨아들이던 모습은

 막 사그라져 가는

 별똥별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 기거하시던 방의 구들장을 헌다

 연기 새지 말라고 발랐던 진흙

 가뭄처럼 갈라져 있고

 무병장수를 빌었다는 굵은소금의

 부스러진 각질을 본다

 

 뜨거운 불 빨아들이고

 흰 연기 뱉어 낼 때마다

 긴 한숨의 필터를 빠져나오던 구름송이들

 구름송이를 따라가다 보면

 등 돌린 달의 잇자국이 있다

 

 눅눅한 날이면 매운 연기 새어 나오는 날 많았던 구들장

 온갖 연기 다 마시던 방고래처럼

 그 뜨거운 불길 묵묵히 견디던 구들장처럼

 몸 안에 난 불길 다 닫아걸고

 천천히 식어간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타다만 장작이 구들장을 받치고 있다

 검게 그을린 돌들

 화상 입은 불길의 고래는

 구들장 다 헐어도 여전히 매캐하다

 매운 연기의 잔영처럼

 방 한 칸의 기억이 느리게 식어간다


아라문학 2018 봄호


오영록 18-04-23 12:34
 
아버지 손끝에서

 노르스름한 별똥별의 후미를 보았다

잘 지내시지요..//

내 손끝에도 그 언젠가 그 노르스름한 후미가 새겨져 있었지요..//
허영숙 18-04-26 15:56
 
그 아랫목의 기억에
아직도 아버지는 따스하게 자리하고 있군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
덕분에 힐링이 됩니다
자주 좀 올려주세요
서피랑 18-04-30 20:16
 
시 <돌을 웃기다>에서도 많이 감탄하였지만..
이 시에서도
미세한 결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확장시켜나가는
남다른 집중력과 사유가 부럽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 18-05-10 05:35
 
시론서 중간에 있는 한 편을 고스란히 읽는 것 같습니다.
최정신 18-05-25 22:25
 
방 한 칸의 기억처럼 그대가 그립다오
잘 지내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43 축!!이호걸 동인 일기형 에세이집 『수의』 출간 (5) 최정신 09-21 40
342 그 여름 끝에서 (13) 최정신 09-21 118
341 물고기좌 (13) 문정완 09-13 170
340 땀수건(타올)/한인애 (7) 한인애 09-07 129
339 딱정벌레들 (9) 성영희 09-06 154
338 토란잎은 너울거리고 (5) 활연 09-05 159
337 처음처럼, 이라는 주문 (9) 서피랑 09-05 131
336 인썸니아 (8) 金離律 09-04 116
335 섬진강 하구에 와서 (7) 허영숙 09-04 151
334 담쟁이 (3) 김용두 08-30 136
333 고아 (2) 활연 08-30 140
332 춘화의 태도 (2) 활연 08-23 205
331 길가에는 소주병이 (2) 김용두 08-21 155
330 거미의 무렵 (2) 활연 08-16 184
329 적的 (4) 金離律 08-14 181
328 여름궁전 (5) 성영희 08-09 260
327 유산(遺産) (6) 오영록 08-09 129
326 도라지꽃 비화 (9) 허영숙 08-06 239
325 그림 같다, 는 말 (4) 서피랑 08-05 153
324 꽃이 피는 이유 (3) 김용두 07-31 168
323 뚱딴지 (6) 김선근 07-30 169
322 억수로 시다 (6) 서피랑 07-24 175
321 환풍 (4) 성영희 07-16 275
320 어린 것들이 (8) 임기정 07-15 180
319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7) 최정신 07-11 515
318 축!! 조경희 동인 첫 시집 『푸른 눈썹의 서』출간 (8) 허영숙 07-09 244
317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8) 활연 07-09 299
316 얼굴 (7) 서피랑 07-08 267
315 싸리꽃 피다 (5) 박광록 07-07 157
314 의자들 (2) 서피랑 07-04 182
313 시치미꽃 (6) 서피랑 06-25 309
312 뻐꾸기 (6) 김선근 06-20 245
311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10) 허영숙 06-17 214
310 형광(螢光) (8) 최정신 06-05 370
309 자격증을 받다 (5) 오영록 06-04 259
308 순간의 꽃 (9) 김용두 05-31 312
307 아직도 애 (6) 임기정 05-27 222
306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282
305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214
304 섬진강 (7) 최정신 05-23 409
303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317
302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302
301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414
300 감기 (12) 서피랑 04-30 426
299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431
298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331
297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377
296 구들장 (5) 성영희 04-22 388
295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334
294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80
 1  2  3  4  5  6  7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54.92.190.11'

145 : Table './feelpoem/g4_login' is marked as crashed and should be repaired

error file : /board/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