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4-23 10:17
 글쓴이 : 香湖김진수
조회 : 212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꽃 미남도 아닌데

손목 잡힌 그녀 발그레 지오

미인도에나 나올 법한 단아한 얼굴

앞에 앉혀놓고 종일 쳐다보고 있으려니 참 미안하오

보고 또 보지만 돌아앉으면 기억이 없소

끌쩍거려보아도 윤곽만 잡힐 뿐

애간장 끓이던 뜻 모를 미소는 한숨처럼 흩어져 하나의 얼굴이 되지 못하오

 

그녀의 가벼운 눈짓에 나는 애완견처럼 따라가오

눈앞에 펼쳐지는 면면이 생소하오

먹물 든 여인은 참 말이 많소

권하는 편편 다 음미하려니 문장도, 쪽도 너무 많소

찬찬히 들다보면 알맹이는 한둘이고 거지반 너스레요

이거다 하는 것에 밑줄을 긋고 울타리를 쳐 훗날을 기약하오

간택 되지 못한 문장들이 무리지어 울을 넘으려 하오

울타리는 의외로 견고하오

어제 보다 오늘이 더 신선하고 맛나오

바로 밑줄 쳐 저장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려는데

중독이라도 된 듯 앞이 침침해지오

미혼산 뿜어내는 글자들이 맴을 돌며 그녀를 보호하고 있소

사랑해야 하는데

혼미해 고백을, 고백을 못하겠오

 

눈을 감소

음악이 흐르고

희멀겋고 코 큰 회회아비* 붉은 입술엔 재즈가 찰랑거리고

가면 벗은 처용이 리듬을 타오

예쁜 각시 1이 술을 치오

슬몃 술 치는 각시의 손을 잡소

이런! 이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흘리는 웃음이 너무 가볍소

어허 소문 날까 두렵소

소문이 나면 저 웃음 흘린 그녀 탓이라 하겠오

홍등은 절로 붉어

각시 2가 각시 1을 부러워하오

발 달린 소문이 벌써 여기 까지 왔나보오

각시 2가 꽃단장을 하오

나는 어쩌면 좋소

사나 여럿 잡았다는 각시 3이 배시시 웃고 있소

선(sun)서방은 언제 일어나는 거요?

까마득하게 줄서 있는 각시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소

눈을 들어 혼자서도 잘 노는 TV 화면을 넘기오

거기에도 예쁜 각시들이 가득하오

그녀들이 나에게 어여오라 손짓을 하오

나는 뒷걸음질 치오

각시 4가 내 어깨를 잡고 입술을 훔치오

나는 이미 내가 아니오

나는 어쩌면 좋소

소문이 무섭소

소문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는데 나는 너무 연약하오

그녀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희희덕거리오

 

초인종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무쇠로 만든 옷을 입고 있소

옷이 다 헐어야 놓아주겠다는 그녀 앞에 내가 앉아 있소

다북다북 핀 미스김라일락마저 벌 나비 부르는 4월에

나는 또 한숨이고

망나니가 뿜어내는 물 한 모금 필요하오

물 먹은 칼처럼 섬뜩해져야 하오

 

그녀를 다시 배알하오

무릎 꿇고

오직 그녀만 사랑하겠다고 맹세를 하오

하지만 마음과 머리는 따로 따로요

둘은 불가분의관계라 나는 그 관계를 믿어야 하오

그러하기에

오늘도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하오

벗겨도, 벗겨도 양파처럼 눈물만 짜내는,

하루에 열두 번 더 버리고 싶어도

죽는 날까지 나는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소이다

 

 

* 3연과 4연 일부는 고려속요 쌍화점을 패러디 함


香湖김진수 18-04-23 10:47
 
고전시가론 공부하다
제멋에 겨워 흥타령 한번 불러봤으니 '글 같지도 않은 것' 하지마시소 이쁘게 봐 주이소
오영록 18-04-23 12:40
 
이쁘네요../// ㅋㅋ
이뻐요../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됐네요..

비는 오고요..~
     
香湖김진수 18-05-03 08:55
 
예쁘면 데리고 사소
그냥 줄테니까
조경희 18-04-25 09:52
 
오늘은 장시를 배알하게 되네요

눈물나게 즐겁게 잘 읽었다 전해주시오~

즐거운 하루 여십시오!!
     
香湖김진수 18-05-03 08:57
 
쓰잘데기 없이 지면만 잡아 먹었시다
웃자고 쓴 글인데 눈물나면 이글 잘못 썼네
팍 삭제해야겄다
고맙심더
서피랑 18-04-30 20:03
 
시를 읽어 내려가다....문득
제게 요즘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이 시에서 꺼리낌없이 파도치는 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정관념도 버리고
무거운 눈치도 버리고
거추장스러운 옷가지 같은 것들 훨훨 벗어 버리고
아담처럼 마음껏 사유의 동산을 뛰어다니고 싶다는 생각...
 
잘 감상했습니다.
香湖김진수 18-05-03 09:09
 
흥타령이라 했습니다만 실은 신세 타령이지요
가리늦게 시라는 님이 어스름 스미듯 찾아들어 맞이하기는 했으나
날로 앙앙거림이 심해져 눈치밥 먹지 않으려 늘그막에 그녀에 대해 공부 좀 해
보겠다고 덤벼들었으나 쉽지 않은 일이라 그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 옵니다
글같지도 않으니 감상이란 말은 거두어 드리소서
활연 18-05-10 05:30
 
이상의 재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게 선하고.
고차원의 유머를 가지신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경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62 아직도 애 임기정 05-27 9
361 왼발주의자 활연 05-27 14
360 봉초 활연 05-27 18
359 선수 (4) 활연 05-26 60
358 좀 낡은 연애 (2) 활연 05-26 51
357 먼 생 (2) 활연 05-25 64
356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1) 허영숙 05-25 63
355 운동화 세탁소 (4) 활연 05-25 61
354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61
353 섬진강 (7) 최정신 05-23 148
352 알지 못하는 앎 (4) 활연 05-22 128
351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108
350 절편의 발생 (6) 활연 05-21 179
349 농사작법農事作法 (6) 강태승 05-18 130
348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160
347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252
346 두꺼비 (5) 활연 05-04 267
345 감기 (12) 서피랑 04-30 271
344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268
343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00
342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213
341 빗물 (8) 강태승 04-22 232
340 구들장 (5) 성영희 04-22 221
339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179
338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164
337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250
336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242
335 등꽃 (3) 장남제 04-11 196
334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255
333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288
332 고드름 (8) 서피랑 04-03 271
331 마르코 修士 (10) 강태승 04-03 258
330 낙화 (6) 장남제 04-03 220
329 노을 (3) 김용두 03-30 238
328 신춘문예용新春文藝用? (5) 강태승 03-19 409
327 고레섬 (4) 장남제 03-19 229
326 꽃방귀 (4) 이시향 03-19 266
325 나는 내게 반성하기로 했다 (8) 강태승 03-15 371
324 생각해야지 (7) 서피랑 03-14 322
323 폐가 (5) 김용두 03-08 290
322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382
321 마리아 칼라스- (6) 장남제 03-06 237
320 빨래하다가 (6) 오영록 03-05 309
319 어쩌면 좋을까 (7) 성영희 03-04 410
318 베트남쌀국수 (8) 서피랑 03-02 313
317 나미브 사막에서- (6) 장남제 03-02 249
316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5) 이시향 03-01 234
315 자연自然도 시를 쓴다 (7) 강태승 02-28 341
314 엇노리 (9) 최정신 02-27 387
313 엄니의 흔적- (6) 장남제 02-26 282
 1  2  3  4  5  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