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4-24 12:35
 글쓴이 : 오영록
조회 : 264  

함박눈 필법

 

 

 

어찌나 펑펑 내리던지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기역 자로 끝날 것 같았던 눈송이가

슬쩍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미음이 됐다

 

완전한 착지가 이루어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장

가끔 단문을 놓을 때면 멧돼지가 목욕하거나

까마귀가 알사탕처럼 먹어버렸다

 

한번 휘두르면 좀체 붓을 놓지 않는 어마어마한 필력

밤새 장문을 놓는 날은

산닭이 큰소리로 읽어주기도 했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고라니가 울타리까지 내려와 밑줄을 그었다

 

그럴 때면 박새도 따라 추녀 밑에 매달려 조곤조곤 읽어 내렸다

문장가는 독경 소리를 듣다가

획이 빠지거나 부족한 문장엔 슬그머니

솔가지를 흔들어 첨삭하기도 했다

 

그 위로 토끼가 껑충껑충 따라다니며 동글동글한

마침표를 까맣게 찍었다

 

그런 날이면 나도 덩달아 종가래로

종일 마당 가득 써 논 경전을

뒤척이며 읽었다.


오영록 18-04-24 12:38
 
오랜만에 인사 놓습니다.//
화창한 봄입니다.
마음도요..

더불어 화창하시길요
香湖김진수 18-04-24 14:41
 
오시인님 한테  걸리는 사물은 꼼짝 마라구만요
다 싯귀가 되어
구가 되고 행이 되고 장이 되네요
부럽습니다요
조경희 18-04-25 09:48
 
봄날에 읽는 함박눈 필법, 운치 있네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은
밤새 읽어도 못읽을 것 같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당
허영숙 18-04-26 15:55
 
녹슬지 않는 필력으로
봄에 함박눈을 만납니다.
묵묵하게 고요하게 지켜주시니
동인방 아랫목이 따뜻합니다
서피랑 18-04-30 19:52
 
이번에 못 뵈어 아쉬웠지만
머릿속에 늘 잊혀지지 않는 얼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의 품격이 느껴지는 시 한 편...
부러운 마음으로
잘 감상했습니다.^^
활연 18-05-10 05:27
 
부드럽고 깊네요.
똑똑똑 타법으로나마 인사
올립니다.
최정신 18-05-25 22:22
 
보이는 족족 딱 걸리는 시안
이 계절이 지난 후 몇 편의 필법이 남을지?
대단한 다작에 박수 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47 음전한 기의 활연 07-21 30
346 종이는 인간보다 잘 참고 견딘다 (2) 활연 07-20 72
345 환풍 (2) 성영희 07-16 126
344 어린 것들이 (6) 임기정 07-15 80
343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6) 최정신 07-11 195
342 축!! 조경희 동인 첫 시집 『푸른 눈썹의 서』출간 (7) 허영숙 07-09 139
341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8) 활연 07-09 170
340 얼굴 (7) 서피랑 07-08 142
339 싸리꽃 피다 (5) 박광록 07-07 82
338 의자들 (2) 서피랑 07-04 105
337 시치미꽃 (6) 서피랑 06-25 197
336 절흔 (4) 활연 06-22 161
335 천궁 사파리 (3) 활연 06-20 149
334 뻐꾸기 (6) 김선근 06-20 167
333 축!!! 신이림 동시집 <춤추는 자귀나무> 출간 (10) 허영숙 06-17 158
332 우린 수정거울 속 겨울을 알고 있지 (4) 활연 06-12 192
331 종달새를 위하여 (2) 활연 06-11 187
330 형광(螢光) (8) 최정신 06-05 294
329 자격증을 받다 (5) 오영록 06-04 189
328 순간의 꽃 (9) 김용두 05-31 209
327 아직도 애 (6) 임기정 05-27 159
326 먼 생 (2) 활연 05-25 204
325 축!! 장승규 동인 시집 <민들레 유산> 출간(시집 증정) (14) 허영숙 05-25 202
324 공손한 손 (8) 임기정 05-24 149
323 섬진강 (7) 최정신 05-23 292
322 알지 못하는 앎 (4) 활연 05-22 238
321 운주사 깊은 잠 (8) 서피랑 05-22 217
320 절편의 발생 (6) 활연 05-21 272
319 발가벗은 사미인곡 (4) 香湖김진수 05-12 229
318 봄, 본제입납 (7) 허영숙 05-09 336
317 두꺼비 (5) 활연 05-04 349
316 감기 (12) 서피랑 04-30 356
315 푸른 눈썹의 서(書) (8) 조경희 04-25 358
314 함박눈 필법 (7) 오영록 04-24 265
313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8) 香湖김진수 04-23 289
312 구들장 (5) 성영희 04-22 306
311 이시향 동인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9) 허영숙 04-18 257
310 컬링 (2) 香湖김진수 04-16 227
309 사월, 아주 길고 긴 노래 (3) 서피랑 04-15 337
308 노을 부동산 (4) 문정완 04-13 313
307 등꽃 (3) 장남제 04-11 259
306 우리 집에 찾아온 봄 (5) 이시향 04-05 323
305 쉘부르의 우산 (7) 조경희 04-05 357
304 고드름 (8) 서피랑 04-03 343
303 낙화 (6) 장남제 04-03 284
302 노을 (3) 김용두 03-30 312
301 고레섬 (4) 장남제 03-19 294
300 꽃방귀 (4) 이시향 03-19 336
299 폐가 (5) 김용두 03-08 355
298 거꾸로 보는 풍경 (7) 조경희 03-08 453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