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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5-09 11:59
 글쓴이 : 허영숙
조회 : 413  

, 본제입납

 

-어느 실직자의 편지

         

봄은 땅을 지펴 온 산에 꽃을 한 솥밥 해 놓았는데 빈 숟가락 들고 허공만 자꾸 퍼대고 있는 계절입니다

라고 쓰고 나니

아직 쓰지 않은 행간이 젖는다

 

벚꽃 잎처럼 쌓이는 이력서

 

골목을 열 번이나 돌고 올라오는 옥탑방에도

드문드문 봄이 기웃거리는지,

오래 꽃 핀 적 없는 화분 사이

그 가혹한 틈으로 핀 민들레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봄볕과 일가를 이루고 있다

 

꽃들이 지고 명함 한 장 손에 쥐는 다음 계절에는 빈 손 말고

작약 한 꾸러미 안고 찾아 뵙겠습니다 라는 말은

빈 약속 같아 차마 쓰지 못하고

 

선자의 눈빛만으로도 당락의 갈피를 읽는 눈치만 무럭무럭 자라 빈한의 담을 넘어간다 라고도 차마 쓰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다 그치는 봄날의 사랑 말고 생선 살점 발라 밥숟갈 위에 얹어 주던

오래 지긋한 사랑이 그립다 쓰고

방점을 무수히 찍는다. 연두가 짙고서야 봄이 왔다 갔음을 아는

햇빛만 부유한 이 계절에,

 

        

* 본제입납(本第入納) : 자기 집에 편지할 때에 겉봉 표면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

 


활연 18-05-10 05:14
 
위에서 좋은 시로 누르니 압사하겠습니다. 어느 곳에 옮겨
읽도록 권했더니, 눈알 씻고 합장(환장)하고 읽더만요.
시도 동안도 한 미모하신다에 방점.
조경희 18-05-10 11:59
 
꿈과 희망이 연두빛 새싹으로 꽃으로 피어난 봄
아직 빛이 들지 못하는 그늘진 가슴에도
꽃이 환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네요

며칠 전 운문사에 핀 작약 몇송이 떠올려보며
아름다운 봄날 되시고요~^^
서피랑 18-05-10 14:16
 
시를 읽느라
잠시 눈이 삐딱해졌습니다만
마음은 바로 해야겟습니다.
이 시 참 좋네요..
오영록 18-05-11 13:22
 
계절이 앞섶을 풀어 젖히니
활짝 열어놓은 시의 도입부가
아조 당당한 몸매처럼 읽힙니다.
잔잔한 다짐발처럼 걷는 걸음의
춤사위가 곱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참말로~좋아요.
허영숙 18-05-16 11:41
 
다녀가신 활연님, 서피랑님,조경희님, 오영록님 감사합니다
좋은 일 많은 날들 되십시오
요즘 저는 바쁜 날들을 보내는 중입니다
임기정 18-05-18 22:29
 
오늘 문자가 왔는데
313을
913으로 와 노안에 그것도 모자라
숫자마저 눈알을 흔들고 있구나 하며
가까이 봤다 멀리 보고 있는데
전화번호 313 맞다 며
죄송하다는 순간
휴~
삐딱하게 보다 어이쿠
허리가 결립니다.
역시 맛이 납니다. 허영숙시인님의 시
쓱 비벼 잘 먹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최정신 18-05-25 22:19
 
시란,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담긴 사유는 월척을 건져야 하는데
서툰 방점만 놓는 나는 무릎이나 꿇어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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