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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작성일 : 18-06-11 12:27
 글쓴이 : 활연
조회 : 143  

종달새를 위하여 
 


     활연




  새를 굽는다 타들어가는 새를 깊숙이 빨아당길 때에도 나는 다시 새를 태우고 싶다 한 갑 안에 나란히 누워 있던 그들은 전생이 닮았다 한 마리를 물고 있는 순간에도 또 한 마리가 그리운 아침은 온다 모래들이 스르르 내륙으로 밀리듯 새의 가랑이를 찢어놓듯 뽁뽁이를 붙여 놓은

  유리창 무릎이 시리다

  커튼을 친 유리창은 밤새 무릎을 접었다 폈다 다시 유리로 돌아가기 위해 유리質 눈물을 흘리다가 동틀 무렵 자신의 눈을 찌르고 유리眼을 닦으며 유리가 되었다 안은 유리有利해졌고 밖엔 유리遊離가 생겨났다 강원도 사람은 왜 노을을 유리라 불렀을까 동쪽에서는 노을을 깨트리는 일이 잦고 몇 시간 전 도착한 아침을 서쪽으로 공수하느라 노을을 아침 일찍 열어젖히는지 방언을 수습해야 말이 쾌청해지는 아침에는 말에다가

  귀를 달아주어야 한다
  모서리가 생긴 말들을 닦으며

  숲에서 숙고한 공기를 탁자에 놓고 무얼 마실까 고민한다 유리병에 담은 아침 한 병甁/病은 차다 어젯밤 희미한 독들이 나를 헹구었고 유리棺에 눕혔다가 등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저승을 떼어낸다 훌훌 턴다 육체를 두고 떠났던 여행은 현기증을 느낀다 광속보다 빠르게 몇 개의 생을 돌았던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 부르는 행성에서는 먼지가 되어를 부르고 이층에서 본 거리에서는 수녀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꿈은 섬모를 달고 헤엄치는 빙하기 전 오후여서 언제 결빙이 될까 꼬리를 사리기도 했다

  숙주는 잠들었느니
  이슬을 처음처럼 마셨다
  독주는 착한 이름을 가졌다
  독버섯이 아름답듯이

  수족관에 꽂아둔 장미가 사타구니를 벌리고 활짝 사랑의 정열 따위를 읊조린다 장미는 발목을 구하러 물속 깊이 가라앉았다가 아침에 떠오르면 비린 웃음을 삼키며 정열이 불타던 밤, 이라고 푸념조를 기울인다 그러니까 장미는 자신이 가진 술을 수조에 따르고 있는 것 이맘때 몇 가지 정의는 떠올려야 오늘 강을 건너가는데도 넉넉하겠는데 파랑이나 빨강이나 노랑이나 꽃물든 맹세들만 기억하면 간밤에 몸속에 넣고 희미한 색을 떠올리듯이 생각이 정박한 아침의 숙주가 낯설다 죽었던 나를 끼워 넣거나 창문을 찌른 투명으로 깁거나 널브러진 레고를 맞추고 유리顔을 끼우듯 데스마스크를 문지른다

  핏속에 사는 타르族들은 무척이나 내가 그리운가 보다 자꾸만 연기足을 당긴다 허파꽈리는 검은 종鍾 같아서 웃을 때마다 희디흰 이빨이 인상적이지만 나와 같이 죽기로 맹세한 혈족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낭떠러지에만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있듯이
  낭떠러지에서만 날개를 펴는 새가 있듯이


   누군가 관에다 스무 마리 연기演技를 차곡차곡 눕혀 놓았다 그 관 칠부능선쯤에 있는 띠를 벗겨 낼 때마다 상자의 관능을 느낀다 상여를 세우고 관을 열어보듯 관에서 얼굴을 따다가 얼굴에 맞춰보듯 유리琉璃는 유리遊離를 포기하지 않는다 백년이 십년 남은 아버지와 백년 전으로 돌아간 어머니는 아무렴 나를 다시 구워내지 못한다 어머니의 산소에는 산소가 풍부하지만 새가슴이 부풀어 올라 자꾸만 뒤를 돌아보곤 했다 소나무는 지하에 달린 눈을 뜨고 수십 미터를 흘러와 죽은 몸속에 혀를 넣고 몽상에 잠긴다는데 나무의 뇌가 땅속에 있다고 주장한 식물학자들은 나무의 사타구니를 살피며 부끄러움을 배우지만 원숭이들은 생각이 땅속에 박힌 나무들을 희롱하느라

  비 오는 캄캄한 밤, 나무의 발가락을 핥으며
  피 냄새를 맡곤 한다

  게놈 서열이 인간보다 두 배나 많은 벼는 목을 부러뜨리고 인간의 목구멍을 흘러가며 하등동물의 기관을 답사하지만 볏과 포유류를 숟가락으로 떠넣으며 공연히 쾌락에 빠지는 날에는 배가 고픈 밤보다 더 깊은 칠흑이었다 연기로 연기演技를 잇는다 굴뚝이 나를 하염없이 증발하지만 결코 기화될 수 없으므로 뼈와 살이 연소 되기까지는 아직 아침이 남았다 아침과 기침의 유대관계를 생각하다가 

  담배가 마려운 것처럼 침針의 서열을 생각한다

  연기로 쓴 철학서를 읽는 아침에는 유리창이 데카르트적이다 연기는 방법적회의에 빠지고 동작은 베이컨적 아침을 쓸고 유리창에 맺힌 인상주의자들의 눈물은 거둬내야 한다 수십 개의 수필로 된 한 편의 시가 가난한 행성에선 담배는 담비 같아서 나에게 젖을 물리듯 오는 아침, 족제빗과 담비속 연기 속에서 나는 무럭무럭 피어난다 꽃상여 밀고 가다 문득 관을 열어 지긋이 다문 입을 벌리고 방물장수 아파牙婆에게 건네준 참빗 같은 시들을 검은 입술로 조몰락거린다 모래 흘러내리는 이빨들을 주머니에 넣고 상여를 태우듯이 나는 연기를 내 목구멍으로 마시고 싶다 그러므로 모든 연기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수억 개의 꽈리들을 가지고 싶은 날이 있다

  소리에 다친 베토벤이 귀머거리가 되듯이 연기에 미친 나는 마르크스가 되고 싶다 지저분한 거리 이층집에서 날카로운 연필로 부드러운 인간을 쓴, 그러나 그는 돌연변이를 모르고 죽었다 실제와 이론 사이를 가리는 연기는 인상적인 연기演技로 뿌옇다







서피랑 18-06-11 13:06
 
절창입니다...
     
활연 18-06-11 14:17
 
궤변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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