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셔요 어머니
뭣하시려고 곶감, 박대 몇 마리는 보따리에 싸셔요
그날, 까막까치 울던 날
천둥이 할미산을 통째로 삼키던 날
천지를 진동하며 용암처럼 꿈틀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죽다 살아난 날
당신의 큰아들은 마파람에 할미새처럼 꼬리를 흔들며
먼 피안의 세계로 날아갔어요
뭐라고 말씀드리겠어요 어머니
목구멍에 성긴 가시처럼 도무지 말이 막혀버렸어요
그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날 궂으면 반짝 볕이 나듯이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라도
우수수 꽃피면 꽃 지듯이
그저 그러려니
입 닫고 귀도 먹어버린 먼 산만 바라보는
저 영혼을 상실한 바위처럼
물끄러미 바라만 보셔요
한낮의 태양이 안 보이면 붉은 노을 수놓으며
서산에 저버렸거니
어쩌다 볼 날도 있겠거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