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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7 13:49
 글쓴이 : 찬란한빛e
조회 : 490  


꺼지지 않는 불꽃 되어...




어느 해였던가?

철강산업의 본거지인 북유럽지역의 출장업무를 끝내고 귀국항공편을 탑승하려 러시아를 경유하게 
되었는데, 문득 학창시절에 탐독했던 ‘보리스 파르테르나크(Boris Parternak.1890-1960)’의 
불후의 명작인 ‘닥터 지바고’를 떠 올리며, 그곳의 산야에 펼쳐진 아름다운 대자연의 신비를 눈에 담는다.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과 ‘평화의 종’, 그리고 마치 양파를 얹어 놓은 듯한 ‘바실리’성당의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로마노프’왕조의 화려했던 옛 영화(榮華)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마침 환승시간에 여유가 있어, ‘크렘린’궁전 인근에 위치한 무명용사의 묘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쌀쌀한 겨울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웨딩드레스차림의 커플들이 곳곳을 거닐기에, 
마치 우리나라의 결혼풍습처럼 촬영차 왔겠거니 하며 무심코 지나치는데, 함께 수행하던 
송윤순 전무가 한마디 거든다. ‘촬영이 목적이 아닌듯 한데요?.’ 한다.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결혼식을 끝낸 신혼부부들이 친구들과 함께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란다. 

충격이었다. 
순간 애국심이 넘치는 이들 젊은이들의 반듯한 모습을 가슴 뭉클하게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이들이 다시금 옛날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라고 예단해 보았다.


지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의 전쟁에서 산화한 이곳 무명용사들의 묘지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66년 6월 건립)’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힘차게 타 오르고 있었다. 

어느 계층이나 성별, 연령을 초월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마다 맨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이 무명용사의 묘지라는 사실은 그들의 자존심이며 또한 애국심일 것이다. 히틀러의 침공을 
목숨 걸고 격퇴한 구국(救國)용사들을 섬기는 그들의 이 같은 관습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이러한 훌륭한 관례를 앞세워 체제수호를 위한 교육으로 승화 시켰겠지만, 
그날의 인상 깊었던 그 장면이 필자에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까지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암담한 현실을 견
주어볼 때, 우리가 본받을 바가 과연 무엇인가를 똑똑히 가늠해 보는 것일 게다.

그러면 또 다른 선진국들은 어떠한가?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링턴’국립묘지는 ‘포트맥’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DC와 마주보고 있는데, 
‘여기에 오직 하느님만이 알고계신 미국의 위대한 용사가 영광 속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 라는 문구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그들의 전몰장병기념일(Memorial Day)에 
이곳에서 펼쳐지는 헌화(獻花)행사는 실로 범 국가적이다.


그리고 이 행사에 참석코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참배객들의 끝없는 행렬 또한 감동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러한 추념행사는 몇 날 몇 밤을 두고 미국전역에서 엄숙히 거행된다. 
특히 도심복판에 위치한 미해병대의 ‘이오지마’ 상륙작전을 재현한 성조기 계양장면의 동상과, 
뉴욕의 중심가에 세워진 한국전쟁 때의 장진호 전투를 조명하는 부조물 앞에서 거행되는 
추모행사를 접할 때마다, 그들의 국가를 위한 충성심에 고개 숙여 감탄할 뿐이다.


영국도 그렇다. 런던의 도심에는 ‘제 2차 세계대전 전사자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에도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무명용사들을 기리는
‘영원한 불꽃’이 단 하루도 끊이지 않고 타 오르고 있다. 



또한 그리스 ‘아테네’의 국회의사당 벽면에도 이들을 기념하는 ‘무명용사의 부조(浮彫)’가 
조각되어 있는데, 특히 그 하단부에 기록된 195명의 한국전쟁 참전 전몰용사의 명단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 급히 인근 꽃집을 찾아 추모의 꽃을 준비해 헌화한 적도 있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북경의 천안문광장 남쪽, 가장 요지의 중심부에 높이 38m의 ‘오베리스크’가 
위용을 자랑한다. 궁금해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표면에 ‘인민영웅 기념비(人民英雄 記念碑)’라고 
적혀있다. 이 비석엔 중국혁명을 위해 숨진 용감한 전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정면에 
‘인민의 영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人民英雄 永垂不朽)’ 뜻의 황금빛 휘호가 
모택동(마오쩌뚱)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리니..!.

이처럼 자본주의국가나 혹은 사회주의국가를 막론하고, 온 세상의 모든 국가들은 조국을 위해 
귀한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라를 위해 한 몸을 아낌없이 던진 무명용사들을 
추모하는 것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불가결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수민족으로 이뤄진 구미각국이 국가의 위기 때마다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비결은, 바로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죽어간 이들을 기념하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국민의식’에 기인된 국가의 성스러운 사명일게다.


인구 12만명이 채 안 되는 이 조그마한 항구마을은 영국 도버해협과 거리 20마일에 불과해, 
영국과 프랑스 파리의 중간쯤 지점이기도 하다. ‘깔레’의 시청 앞 광장에 서 있는 세계적인 이 조각상은 
6명의 시민이 목에 밧줄을 감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옮기는 조각상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깔레’시민의 명예이며 프랑스국민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귀족의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단어의 상징이 
바로 이 ‘로댕’의 조각작품이기 때문이다. ‘로댕’은 이 ‘깔레’의 용감한 6명의 시민을 모티브로 1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정성껏 이 조각상을 다듬고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았다.

이 조각에 얽힌 사연은 대략 다음과 같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1337-1453.)때 ‘깔레’시민들은 끝까지 영국에 저항하다가 
약속된 구원군이 오질 않아 1374년이 서서히 저물 무렵, 끝내 백기를 든다. 

분노한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누군가는 이 저항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6명의 ‘깔레’시민이 
자발적으로 목에 밧줄을 걸고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와 처형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 이 지역에서 제일 부자였던 ‘외스타슈트 피에르’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뒤이어 이 시의 책임자인 ‘쟝 데르’ 시장이 나왔고 이에 부유한 상인 ‘피엘르 드 위쌍’이 
나섰다. 게다가 ‘드 위쌍’의 외아들마저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따르겠다며 나오는 바람에 
감격한 일반시민 3명까지 합쳐 모두 7명이 되었다.


이에 ‘외스타슈트’는 만일 남는 한명을 제외시키려고 제비를 뽑는다면, 
인간인 이상 행운을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일아침 처형장에 제일 늦게나오는 
사람을 빼자고 제의했다. 

다음날 아침, 6명이 일찌감치 처형장에 모였을 때 유독 ‘외스타슈트’가 보이질 않아 
의아하게 생각한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는 이미 자결한 뒤였다. 
처형을 자원한 7명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순교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먼저 죽음을 택했던 것이다.

이 가슴 아픈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고, 이윽고 영국왕실에까지 알게 되었다. 
이 소문을 전해들은 ‘펠리페’왕비가 크게 감동하여 ‘에드워드’국왕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간청했다. 당시 왕비는 임신 중이었기에 왕은 왕비의 이 같은 간절한 소망을 신중히 받아들여 
처형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그 후 ‘깔레’시는 ‘노블레스(귀족) 오블리제(의무)’라는 단어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며, 
이후 5백년이 지난 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깔레’시민들은 ‘로댕’에게 요청하여 
이 불후의 조각상이 탄생하게 되었다.

조국이 위태로워 나를 부르면 깨워다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이처럼 나라사랑과 희생정신에서 비롯된 애국심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귀족계급의 남성중에 1/4인 25%가 전사했고,
 ‘옥스포드’와 ‘캠브릿지’대학생 1/3 이 전장에서 돌아오질 못했는가 하면, 
이 나라 상류층 자제들의 명문인 ‘이튼스쿨(Eaten scool.)’에선 양차 세계대전 동안에 
무려 5천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전하여 희생됐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때 ‘엘리자베스’여왕이 당시 공주의 신분으로 수송병과 하사관으로 참전했던 것이나, 
혹은 왕자를 필두로 왕족과 귀족들이 과거 장미(薔黴)전쟁, 또는 십자군전쟁을 위시한 ‘포클랜드’전투, 
그리고 최근의 이라크, 중동전에 최 일선에 참전하여 선봉에 서는 등의 모범이 바로 이 시민정신의 상징일 것이다.


글/ 金武一(김무일) 
(前)현대제철㈜ 부회장

*본 이야기는 
월간 경제풍월 제211호 (2017년 3월호)에 실린 
김무일 前 현대제철 부회장(김포 애기봉에 있는 시비 '옛 소대장의 소망' 작가)의 
'봄은 언제 오려나' 기사내용 중 가운데부분인 여행부분만 발췌 해 여러분들과 공유코저 
사진도 확대해서 재편집했습니다.
좋은 글을 안내해 주신 前 현대제철 김무일부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찬란한 빛/ 김영희드림


        
                

        
        

찬란한빛e 17-03-18 11:19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링턴’국립묘지는
‘포트맥’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DC와 마주보고 있는데,
예전 미국 워싱턴DC 여행시 포트맥강가에서 강건너 멀리 바라만 보고 왔던 곳으로
그 광경이 선합니다. 정감이 가는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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