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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 배월선)

 

, 소설, 광고, 영화 등에서 감명깊게 본 짧은 문안, 대사 등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8-02-28 12:06
 글쓴이 : 조경희
조회 : 399  


그림 밖으로 내리는 눈

 
 강인한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일리야 레핀의 그림 속으로 들어와 눈을 털고

낡은 외투 뼈아픈 세월을 털고

검정 모자를 벗어든 저이!

깜짝 놀란 건 의자였다, 딸꾹질처럼 피아노가 멎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잿빛 시간 속으로

가뭇없이 눈이 내렸다.

 

미술관 유리창 밖으로도 먹먹한 눈이 내리고

당신은 내 곁에 앉아 있었다, 참새처럼

러시아의 눈 내린 광장에 새 발자국을 쿡쿡 찍고

백 년 전 가난한 사람들이

손 흔들며 흩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오래 쌓인 눈의 무게를 마음에 달아 저울질하며

더운 커피를 번갈아 마시는 것,

타고 온 마차를 돌려보내고

돌아가는 바퀴 소리에 옛날의 아픔을 실어 보내는 것.

 

녹기 시작한 층계에 다시 눈이 내려

서로서로 꼭 붙들고 층계를 밟는 건 즐거운 일,

반짝반짝 아르페지오로 빛나는 음악

날리는 벚꽃 사이로 한 줄씩 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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