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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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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26-03-10 09:25

본문

아버지

 

지난겨울 온 세상이 하얀 눈 속에 묻힌 날,

아버지는 호올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병원, 요양병원 수차례 전전하다

끝끝내 고향 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거인처럼, 차력사처럼, 온몸에 바늘을 꼽고

고무호스 주렁주렁 늘어뜨린 채

이승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다

생전에 아버지는 개미 한 마리 밟지 않으려고

고갤 숙이고 땅만 보고 다녔다

짐 자전거를 많이 끌어서

왼쪽 어깨는 주저앉고 오른쪽은 솟아올랐다

영하 18도의 살뚱맞은 추위 속에

하늘은 연사흘째 사카린 같은 눈을 뿌렸다

적막하디적막한 새벽 한 시-

비보를 받고 달려간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칸막이가 쳐진 하얀 시트 위에 반듯이 누워

아버지는 단 한마디 말이 없고

고향에서 올라온 홍시 하나, 머리맡에

빨간 조등을 켜고

아버지의 마지막 밤을 꺼질 듯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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