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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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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23-12-15 08:17

본문

다소곳이   


이삼현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만큼 자랐구나

살았구나

 

이 길이만큼의 목숨을 잘라내며

기쁨도 조금

감추고 살아온 슬픔도 조금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지난 무덤덤한 날들을

미움인 줄도 모르고 섞인 흰 머리카락을 함께 자른다

 

동에서 서로 저무는 달처럼

아내 쪽으로 기울어 잠든 밤에도

너는 깨어 있었구나

 

일손을 놓지 못한 순간에도

칼바람이 뿌리를 드러낸 틈새 속에서도

너는 속도를 잃지 않았구나

키를 키웠구나

 

밀어 올렸던 성장판은 닫히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걸 잊었지만

이만큼 버리는구나

깍아야 하는구나

 

 

이삼현 시집 <봄꿈> 중에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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