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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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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5회 작성일 23-11-20 10:53

본문

고가사다리 / 정건우

내다보지 않아도 알겠다

둔중했던 소리가 무람하고 자작자작하니

이삿짐 올라가는 중이다

서슬이 시퍼런 직립의 하늘로

단단하게 틀어 묶은 세간이 배달되고 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비밀이

저 아슬아슬한 경사의 극점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널 찾으려 삼 년을 울며

마침내 한계령 고갯길을 지났을 때

몸뻬 바지와 호미 자루와 너무도 자유로웠던 너는

푸성귀 같은 산골 아낙이 되어있었지

짐을 부리는 도르래 소리가

아파트 단지의 반나절을 온통 쥐어흔들고 있다

죽을 만큼 억울했던 고개를 돌아 나오며

그 길을 사랑하기까지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갔던가

발코니의 저 이, 그 고개에서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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