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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비(雨)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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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2회 작성일 23-09-21 20:27

본문



걸어가는 비(雨) 9 / 유리바다이종인



내가 질그릇 항아리가 되어 기다린 세월이 얼마냐

간수 빠진 소금처럼 비 내리는 오늘은 

내 안에서 소금 맛이 달달하다


질그릇도 귀히 쓰이는 때가 있고

금잔 옥잔도 자기 생각으로 욕심이 차면 

질그릇이 보는 앞에서 쫓겨남을 당한다

내가 천한 그릇으로 태어나 다행이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위로부터  

내려주는 말씀으로 듣고 산다 그러므로

값없이 그저 받았으니 

걸어가는 비가 되어 말해 줄 수밖에 없다


약속은 지키는 믿음에 있는 것이며

믿음은 약속이 이루어질 때 보고 깨닫는 것이 믿음이다

말로만 사랑한다 믿는다 하는 게 아니다

실체가 없는 모든 약속이나 말은 헛된 것이다   


한입에 두 가지 말이 범람하는 강을 걸어가며

나는 시방 풀숲에서 무수히 날름거리는 혀,

뱀의 갈라진 혓바닥을 

맨발로 밟고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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