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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에서 성묘를 하며 / 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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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09회 작성일 23-09-12 08:17

본문

산소에서 성묘를 하며 

                   박의용 


처서 백로 지나도 여전히 무덥습니다

조상을 모시는 산소에 성묘를 했습니다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에

나보다 먼저 간 동생까지

묘지를 보니 인생 무상이 확 다가옵니다

결국은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살아 생전 온갖 영욕은 한갓 헛된 꿈이었으리라

그러니

살아서 무리하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으랴


서열 대로 자리한 산소를 보며 생각합니다

돌아가시면

처음엔 각 방을 쓰다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한 방을 쓰시는구나


살아선 갓 결혼하여 한 방을 쓰다가

늙어감에 따라 각방을 쓰는 게 편하더니

저 세상 가서는 그 반대로구나

저 세상 가는 날이 다르니

각 방을 쓰다가

내외가 다 저 세상에 당도하면

다시 한 방을 쓰시게 하는구나


북망산천 얼마나 춥고 외로우면

다시 한 방에 모실까

춥고 외로운 그곳에서

서로의 싸늘한 체온일 망정

부둥켜 안고 계시겠지

체온은 비록 싸늘하게 식었어도

마음만은 아직도 따뜻할 테니


정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니

그 마음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

우리 부부 살아 생전

때론 상대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미워도

마음만은 미워하지 말고

서로 따뜻하게 보듬어주자고

산소에서 다시금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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