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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한 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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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6회 작성일 23-04-02 09:42

본문

둥지 한 뚝배기


 정민기



 어둠 같은 겨울이 바쁜 듯 외출하고
 녹음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봄
 하늘의 등짝에 화석처럼 박힌 낮달
 가는 세월이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다
 그 나뭇가지에 세워진 한 채의 둥지
 허전하게도 한 톨 남김없이 비운 듯
 인기척 하나 연인처럼 맴돌지 않는다
 세월이 또 봄이라는 발자국을 찍자
 사방에서 지지배배 들려오는 새소리
 나무 기둥 하나로 끝까지 버티던 둥지
 시끌벅적 새들이 포근하게 날아든다
 먼 길 날아온 피곤한 날개를 접고
 입구를 가린 거미줄을 콕콕 쪼아댄다
 그동안 그림자 같았던 둥지를 단장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새들의 아침
 햇살도 덩달아 눈부시게 지저귀고 있다
 나무 아래 연애편지가 둥지 속 봄을 부른다
 뻐꾸기가 아침 일찍 알람을 울리자
 진달래가 기지개 쫙 켜고 연주하는
 개나리 플루트 소리가 벌레 우는 듯하다
 녹음이 물감처럼 번지고 번져 짙어지고
 오르골 태엽을 감아놓은 듯 지저귄다
 따끈한 봄이 깃들인 둥지 한 뚝배기
 연필처럼 깎아놓은 꿈속 가장자리
 외톨이로 서 있는 나무 위에도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외로운 풍경을 서서히 지우는 저녁》 등, 동시집 《봄이 왔다!》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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