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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65회 작성일 23-01-15 20:25

본문

벽장 / 정건우

벽장을 열면 튼튼한 어둠

배내옷에 게워놓은 내 젖내가 숙성해 있고

고민 많던 청년의 눈물이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절어 있다

사랑해서 차마 버리지 못한

색 바랜 가방 같은 물건들이 숨을 쉬다니

밤 잠을 설치다 울음으로 떠났던 그때로 돌아와

이토록 가슴 아린 향기를 품다니

첨이자 마지막으로 입술 주고 떠난 여자와

이별 끝에 만져지던 손톱처럼

먼지 속에서도 번들거리는 저 표면들

가슴 세우고 깨금발로 서서

눈물 고이게 숨을 들이켜본다

미련에 떠돌다가

숨길을 타고 들어 온 콧속의 먼지들이

숨 쉴 때마다 파리하게 소스라친다

허파 속 가장 깊은 곳을 돌아 나온 벽장 공기가

보이차 같은 쿰쿰한 향내로

가여운 먼지들을 삭인다.

댓글목록

예향도지현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예향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벽장의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지 싶습니다
그 오래된 공기 냄새가 나는
그 추억이 오늘따라 그립네요
오늘도 귀한 작품 감사합니다
춥다 하니 따뜻한 한주 되십시오^^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 주택의 안방에는 커다란 벽장 하나에 
꿀이며 사탕 같은 귀한 게 있어
생각나면 한 번씩 열어
달콤한 맛을 만끽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길 빕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벽장이라는 낱말이
세월 때 묻은
삶의 이정표 같습니다
잊혀가는
추억의 향수를 소환해 주셨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설 명절,
다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벽장 참 오랜 그 시절의 단어인 것 같습니다
먹을 것도 숨겨 있고 찾을 것도 구석에서 먼지 쓰고 숨어 있고
컴컴한 벽장 안 시인님의 시를 읽고 추억에 젖어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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