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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58회 작성일 22-12-27 03:13

본문

 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정민기



 이 땅의 냄새가 이유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개 짖는 소리처럼 할 일 없어 뒹굴뒹굴하다가
 등불처럼 환한 지난가을 단풍 아래
 밀리고 밀려 여관 밖에서 신청곡처럼
 잠을 청해 듣다 보면 밀린 설거지 따위는
 이발소 회전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벌초가 되듯 아무것도 아니었다
 솥 밑바닥만 박박 긁는다고 누룽지가 나오랴
 마음을 긁는다고 실연당한 사랑이 또다시 오랴
 간판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비슷하다
 다이어트하는 바람이 알몸으로 거리를 다닌다
 구두가 길을 건너기 전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낚시하는 사람이 망부석처럼 바다만 바라본다
 달의 마음이 우물처럼 깊어만 가는 어두운 밤
 별들이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반짝거리고 있다
 떠돌이 바람이 낡고 오래된 악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나뭇가지로 나뭇잎을 드럼처럼 치며 노래한다
 가난을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지겨운 사람
 아이를 밴 여자가 태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걸어 다니는 유모차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쓰라린 보약 같은
 마음 한 잔 끓이며 거리를 걷는 남자가 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날이 얼마나 많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호우주의보가 이어지는가
 개가 사라진다고 개 같은 날도 없어지겠는가
 나무를 떠나 내게 온 나뭇잎이 모두 다
 하나같이 마음을 바스락거리며 말라간다
 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풍잎 떨군 나무엔
하얀 눈꽃이 피어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한겨울 추위도 그리 나쁘지만 않습니다
마음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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