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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 깊어진 마당에 / 이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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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6-0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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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 깊어진 마당에

이삼현

막다른 골목집에 이르러 어머니를 부르면

오냐, 대답 소리뿐 한동안 적막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끊긴 소식이 아닙니다

부름을 받고 달려 나오려는 지체가 부지런히 팔을 뻗어 허리를 굽히고

무릎 관절을 펴는 소요의 시간입니다

자전과 공전을 되풀이하던 어느 행성이

끙끙거리며 저를 들어 올리는 만근 고요의 무게입니다

삐거덕 방문이 열리고

부스럭거리던 소리가 다시 멈춘 대문 틈새를 들여다보면

토방을 내려오던 걸음이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신을 거부하려는 몸짓이 아닙니다

발원지를 떠나 굽이쳐 흘러내리던 강물이 잠시 휘돌다 고르는 숨결입니다

초침이 닳은 시곗바늘이 분침을 향해 좁혀 가는 간극입니다

애야, 어지러워서 그런다

유성우가 내려 우물이 깊어진 마당에 반딧불이가 날고

서릿발처럼 하얗게 센 어미가 매미 우는소리를 엿듣고 있습니다

깨물어도 아프지 않다던 열 손가락 끝

지문의 소용돌이를 따라 한동안 넋을 놓고 맴도는

나를 뜨겁게 품어주었던 젖내 나는 둥지가 천천히 식어 가고 있습니다

(2025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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