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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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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柱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8회 작성일 20-11-04 07:02

본문

방범 근무

 

의경 기동대는 데모를 막는 게 주요 업무지만

데모가 없는 평화 시에는

4시간, 4시간씩 하루 두 번 방범 근무를 하게 했다

 

졸병 시절 나를 괴롭히던 한 고참은

밤 근무 중에 으슥한 골목길로 끌고 가서

손가락 깍지를 한 상태에서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손가락에 잔 돌멩이가 박히는 고통보다

경찰복까지 입고서 길거리에서까지

그 짓을 해야 하는 게 참으로 서글펐다

 

또 어떤 고참은 밤 근무 중 발길 뜸한 곳으로 데리고 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 강제로 담배를 피게 했다

연기를 제대로 안 마셨다며 주먹으로 턱을 치며 겁박했다

콜록, 콜록 거리며 괴로워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또 어떤 고참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닭장차 안에서

두 손을 펴 무릎에 올린 상태에서 곤봉으로 손가락을 때렸다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주리를 틀듯 비틀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입을 더 꼭 물어야 했다

나중에 보니 손가락이 퉁퉁 부어서 주먹을 쥐면 손이 둥글래졌다

 

고참들 입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말들은

살벌한 욕으로 시작해 살벌한 욕으로 끝났으므로

주위 공기는 항상 살얼음보다 더 얼어있었다

갖은 폭력은 계속 대물림 되었으니

더할 수 없는 공포와 위험은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국가는 폭력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이런 애들에게

국민 안위와 치안을 위해 범죄를 막겠다고

경찰복에 커다란 모자에 검정단화에 곤봉까지 멋있게 장착한 채로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방범 근무를 서게 했다

이런 일들에 비하면 정작 방범 근무는 아무것도 힘들지 않았으니

실로 배보다 배꼽이 1000배나 더 되는 군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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