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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가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53회 작성일 18-09-19 18:01

본문

   기억의 가을

                           ㅡ 이 원 문 ㅡ

 

가을이 가르치는 인생을 배우던 날

기억의 거울 속에 그날들이 뚜렸하다

가을은 그렇게 새 떼 쫓는 들녘으로 데려 갔고

서늘한 바람으로 추운 것을 가르쳤다

돋는 솔음에 추운 것만 배웠나 그 서로움도 배웠다

뜨락으로 끌어내어 귀뚜라미 울음을 들려 주었고

밤이 깊었다 지붕 넘는 달을 보여 주었다

소에 멍에 걸 듯 등짝에 지게 올려 힘든 것을 가르치더니

그 다음 굼겨가며 배고픔을 가르쳤다

가을이 어디 그것만 가르쳤겠는가

방앗간에 데리고가 이웃 쌀 가마니 보여 주고

거미줄 친 쌀광으로 몰더니 빈 항아리를 보여 주었다

단풍 질 무렵이면 우물둥치 떠놓은 물에 손을 담그게 했고

옆 장독대에 데리고가 종이 얼음을 걷어내게 했다

코찢어진 고무신에 입은 누더기

침 뱉는 아이들을 왜 못 말려 주었나

먼 옛날로 가버린 희미한 그 가르침

밤마다 흘린 눈물에 내일을 배운 인생

지붕 위 둥근 박에서 외로움을 배웠고

수수밭 둑 억새꽃에서 서글품을 배웠다

바람은 왜 그리 억새꽃을 눕히는지

이제 더 무엇을 배울까

해기울 듯 기우는 세월 더 배울 것이 걱정 된다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슬부슬 가을비가 조금은 구슬프게
내리고 있어 울적해 지는 듯 합니다.
기억의 가을을 감상 잘하고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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