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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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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안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2회 작성일 18-09-10 08:04

본문

벌초/김안로

주인도 모르는 산소에 소를 풀어놓고

함께 메뚜기 잡던 그 소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선풍기 날개처럼

섬뜩하게 돌아가는 저 칼날이

내 몸 어딘가를 덮칠지도 몰라

바짝 긴장하고 기계낫을 돌려야 한다

연장의 탈바꿈은 편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가끔 사람을 서툰 인물로도 만들지

서 지난 여름 끝

장마와 가뭄을 버티고 억세게 웃자란 잡풀들이

문명의 칼끝에서 춤을 추고

풀벌레들 파도를 타네

그래, 오늘은 너희들도 이사하는 날

널브러져 태양빛에 꼬인 잎새들 걷어내니

조상의 뜨락이 다 간정(乾淨)하다

풀더미 쪽에서

짝짓기 하고있는 방아깨비 한 쌍

툭 툭 툭

무겁게 내려오는 산그늘을 떨어내고 있었다

함께 놀던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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