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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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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영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50회 작성일 17-12-27 10:14

본문

맛의 단상

강촌역에서 -

 

이영균

 

 

칠색 조칠면조는 못 돼도 여러 번 털을 갈아입지요

그 옷이 다 벗겨지면 화려한  속에

몸을 숨기며 맛나게 요리되길

사실은 그건 약육강식의 위곡이지만요

 

벼슬은 야망이라고 소리치는 건데도

보지 못하는 이들은 털만 뽑지요

잠든 사이 노란 털옷을 누군가 벗겨 가더니

몸집이 좋아질수록 요염하게아니 먹음직스럽게

제법 귀골인 듯 최상품 인증을 받고 나서

제모기(除毛機)에 들어가 홀라당 벗는

목욕 아닌 모욕을 당하고 나면

위생검열이 끝나기 무섭게

대형 냉동고에서 시퍼렇게 얼지요

 

그때도 난 또 다른 옷을 생각하지요

출사엔 피나는 고생 아니

털을 가는 인고는 필연이라고 하죠. 적어도

토막이 날 때까지는 요

 

황급히 야채 속으로 몸을 숨겼는데

아뿔싸 그건 옷이 아니었어요

내 몸을 먹어치우기 위한 미끼였지요

기왕이면 노릇노릇 맛나게 죽어주자 마음먹고는

입속으로 뿔뿔이 나뉘어 먹혀주면

남은 그 몇 점도 밥 볶아 끝장을 내더군요

 

순식간에 출사는 결국 거기까지

이를 쑤시며 나서면 나는

그 밖에서는 그 밖일 뿐 저들에게는

다만 춘천닭갈비 쫀득했다는

기억뿐이겠지요


날개는 비명에 가도

 

 

* 2004년 5월 격월간 좋은문학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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