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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촌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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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최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8회 작성일 17-12-02 21:08

본문

철거민촌 잔상

-확인사살

 

보십시오. 저 빈집들을 확인사살하려는 포크레인을, 무장해제당한 침묵들

이 비가 오기 전 피난하는 개미떼의 행렬로 변하는 걸, 퇴락한 골목길 밤을

밝혔을 전주에 붙은 알전구가 한때 무수히 적멸했을 부나방 그림자를 데리

고 세상끝 바닥에 떨어져 깨어지는 소리를 포크레인의 배경으로 서서 나뭇

잎 하나 피었다 지는 시간만으로 허공을 높이 기어오른 건너편 아파트 저

차가운 벽들은 들었을까요. 잡동사니들이 연탄재를 뒤집어쓰고 있는 공터

에 비가 옵니다 타버리다만 폐목에 찢긴 상처로 걸린 빈 봉지들을 보세요

후줄그레 젖은 만장(輓章)으로 쿨룩거리자 구겨진 활자들이 만가(輓歌)

흘러내립니다 제 나이테 무게만큼 하늘을 이고 있기로 한 빈집의 나무들 벽

과 벽 사이를 위태롭게 떠받치던 생의 잔영 녹슨 잎으로 매달고, 그 아래 화

려한 꽃들의 텃새에 밀려난 풀씨들이 꽃 몇 점 버려진 화분 속에서 꿈으로

피워 올린 걸 보셨나요 언젠가는 떠나고 싶어 했을 아이의 책상이 다리 부

러진 꿈으로 처박혀 있는 금간 마당, 하루살이 생들이 젖은 채 걸려 몸을 말

렸을 빨랫줄이 도살당한 소의 등뼈로 걸려 있는 처마 밑은 보지마세요 잘

우려진 곰탕으로 일어나는 날……. 보세요 저! 솥째 엎어 빈집 바닥에 묻어

버릴 포크레인을, 묻혀버렸습니다 비 오는 날 철거민촌 침묵들 확인사살당한

후에.

 

 

 

 

2005년<문학세계>7월호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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