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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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부르스 / 유리바다이종인
당신 참 고생했어요
서로 이 한마디 가벼운 인사조차 못 하고 살아왔네요
더 잘해줄 걸 그랬습니다
이마저 물컵을 떨어뜨리듯 땅에 스며든 세월이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여행이나 떠납시다
지도의 꼬리 아래부터 시작해서
아주 느리게 가는 동해안 열차를 타고
캄캄 밤에 어느 유명 무덤의 도굴꾼처럼 가봅시다
비록 시골 해변가 고급스러운 호텔은 아니어도
우리 신혼 첫날밤처럼 한 이불로 잠을 잡시다
싫다고요? 그럼 내가 바닥에서 잠을 자리다
내일은 비린내 물씬 풍기는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 회라도
아니 여태 아끼느라 못 먹어본 회라도 여러 먹어봅시다
그냥 돌아가자고요? 알겠습니다
아무 감동 없이 단막극으로 곧잘 끝나고 마는
우리의 젊은 자식들의 시대를 위해서라도
돌아가는 길 역시 천천히 달리는 낡은 열차를 타고 갑시다
차창 밖에 나무와 풀도 알뜰히 보고요
날아가는 새소리도 들어봅시다
당신 참 고생했어요
나의 수고는 그 눈빛 속에서 생략하겠습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라도 더 많았으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부디 좋은 세월 만나 행복한 미소로 살아가시기를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미운 정도 고운 정도 황혼 빛에는 쓸쓸 합니다
좋은 아침 유리바다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