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포장 상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배달된 포장 상자
노장로 최홍종
문밖 다른 집들에는 누가 왔다가며
길거리에는 버림받은 애완견들이 서성거리고
무슨 차가 왜 왔다 가는지
귀 기우릴 필요도 못 느끼고 귀 막고 눈감고
엉뚱하게 세상저편에서 혼자세상 살았는지
골목이 미주알고주알 은근히 일러주며 탓하고 나무라며 일깨운다.
멍청한 삶일 때는 귀도 잠을 자고 코도 숨을 죽여
누구의 집 앞에 뭘 던져두고
쿠팡이 자기혼자 칭얼대고 구시렁거리고 있구나!
제발 초인종 소리 나고 소리쳐 부르면 응답이라도 해주고
포장 상자의 고민이나 넋두리를 상상도 못했고
엄동설한에 추위를 이기며 벌벌 떨고 있는지
비바람이 몰아치는 빗속에서 흠뻑 비 맞으며
지글지글 끓는 더위에 숨을 죽이고 땀을 뻘뻘 흘리고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신세를 한탄하는지 기뻐하는지도 모르고
저 속앤? 원망과 아픔이
누구의 손이 발가락이 큰소리조차 못치고
우당탕 덜컥거리는 소음에 파묻혀 의식을 못하고
문전에 후다닥 냅다 던져 박대하는 울컥 차오르는 푸대접을
새벽이슬을 맞고 속은 얼마나 쓰리며
잠은 얼마나 고픈가 느낌도 없었다.
그렇게 포장 속에서 꽁꽁 맨 상자가 남몰래 울고 있었던 것을 ...
2025 9 / 14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