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보도블록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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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보도블록 위에서 / 유리바다이종인
5월이 시작되고 나는 가로수 그늘에 서 있다
캔맥주를 주욱 들이키자 인사처럼 트림이 나왔다
이처럼 속에 가득 찬 사람도 시원히 나왔으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나오는 순간 친구가 되고 마는 소리 말이다
혼잣말로 허공을 쳐다보니 나뭇잎이 부르르 떨었다
딱새가 놀라 이웃 동네로 날아갔다
나 사정 여의치 않아 친한 시인들 뒤로 하고
일출 보다 노을 벗 삼아 지낸 지 오래되었구나
5월이 무슨 대수냐, 계절이 무슨 대수냐
아무래도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 같다
2,800 세대가 넘는 아파트에 아직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웃어도 그러하고 맞춤으로 농을 해도 물어뜯긴다
노을이 예쁘게 번지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이여
이제 그만 나를 놓아 달라
오늘 밤에도 은하수 물결을 타고 헤엄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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