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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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참
ㅡ 이 원 문 ㅡ
어멈들아
저녁들은 먹었니
오늘밤 우리 집에 오너라
내 화로에 불 가득 담아놓고 기다릴테니
간난이 어멈은 올때 빈 그릇 하나 들고 오고
무엇들이나 해먹었는지 오늘도 죽 끓였을텐데
눈 내린 어제 오늘은 달도 밝구나
내나 네나 계집 팔자라 하니 된박 팔자가 아닌가
내 너희들 집에 숟갈 종지가 몇개인 줄 다 알고 있으니
무엇을 속일까 뭐가 부끄럽고 다 그런거지
그 집들 내력까지 다 알고 지내 왔지
내 팔자는 별다른가 너희들 그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도 굴곡이 심했어 밥술이나 먹는 것뿐이지
너희들은 무슨 복이 많아 시집 살이 그 잠깐이냐
말도하지마라 말도하지마
들어오는 날부터 엊그제까지 그 시집 살이 어떻게 말로 다할까
층층시하 구남매 모지리 시동생까지 유난 떠는 시누이 하나는 어떻고
그 시누이 어쩌다 오면 너희들이 보잖니 젊어서는 말도마라
그 고모부 속꽤나 황색이 젓 썪듯 썪을 것이다
얼마 전 못 살겠다 연락 오더니 지금은 잘 살고 있는지 그 버릇 개줄까
그렇게 한 세월 꽃이 몇번 피었고 낙엽이 떨어졌을까
뻐꾸기 울음에 친정 생각 앞 논에 숨어 우는 그 뜸북새 울음
비 부슬부슬 내리면 마당 끝 맹꽁이 울음에 그리도 슬펐던지
겨울이면 식구 많아 다듬이질 빨래에 손 떨어질뻔 했고
그 고생에 있으면 뭐하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낳지
그래 이렇게 저렇게 지난 세월이 오늘이구나
한때는 영감쟁이 때문에 속 썪어 죽을뻔 했지
장날만 되면 그 주막집 년에게 미쳐 안 들어오니
얼마나 속이 썪었겠니 쌀 말이나 퍼 나르고
시어머니 눈치 보느라 쫓아 가보지도 못했어
그래더니 몹쓸 병이들어 그렇게 먼저 가는구나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내버려둘 것을
애 어멈들아
내 이야기만 늘어 놓았구나
밥 넉넉히 해놓았으니 밥 비벼 먹자
너는 김치 광에 들어가 동침이 두서너 사발 퍼 오너라
무 그리고 삮힌 고추 넉넉히 더 띄우고
에미 너는 다락에 올라가 들기름 병 들고 내려오고
막내 너는 찬장문 열어봐
묵은 고추장 퍼놓았으니 그거 들고 오면서 짱아찌 들고와
나는 작년 봄에 뜯어 모은 산나물 볶아 무쳐놓았으니
그거 준비 해놓을께 문밖에 내놓았지
화롯불이 식었으니 그냥 비벼 먹기가 그렇구나
부엌 작은 솥에 불 살짝 집혀 살짝 집히려무나
그리고 아끼지 말고 다 넣고 비벼보려무나
간난 어멈 너는 갈때 들고온 그릇에 가득 담아 가거라
뭘 먹어 아이 젖을물리니 쌀 됫박 퍼놓았으니 들고 가고
너희들도 모자라면 오너라
내가 그거 못 퍼주겠니
작년에 고생들 많았다
암 많고 말고 그 바쁜데
이 늙은이 도와 주느라 고생들 했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시골에서 보고 들었던
낯익은 소리들에 추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없는 살림에도 흔쾌이 나눠 먹던 시절
모든 게 아름답고 누구나 꿈이 있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저는 어릴적
겨울 밤이면 생고구마를 먹으며
긴긴 밤을 보냈습니다.
수숫대로 엮은 발에
고구마를 몇 가마니씩 쌓아놓고
아버지가 맘대로 깍아 먹으라하여
신나게 먹던 생각이 납니다.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밤참! 잘 감상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