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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바람에 뒤집힌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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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0회 작성일 22-12-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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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바람에 뒤집힌 차가운 눈


 정민기



 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된바람에 뒤집힌 차가운 눈을 만나게 된다
 낙엽은 슬픔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소나무 아래 나는 잠든 그녀를 묻고 돌아선다
 수십 번을 되물어도 그녀는 역시 대답 없다
 나무는 불을 태우며 슬픈 새처럼 울었고
 그렇게 울다 깃털을 떨구고 서녘으로 날아갔다
 그리운 산사에는 탑이 깡마른 겨울을 지킨다
 칼바람은 속삭이는 정도가 아니라 살을 에고 있다
 산문에 삐딱하게 기대어서 구름을 펼쳐 읽는다
 눈이 내리면 세상은 우윳빛 시린 맨발로 서 있다
 바람이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밥바라기로 떠 있는 만취한 별 하나
 반짝반짝 웃음 한 벌 지어 입혀 주는 손길에
 한겨울에는 그분의 눈빛을 닮고 싶었다
 팽목항엔 아직 유채꽃 같은 나비가 날고 있을까
 주경야독에 밤낮이 따로 없는 소 한 마리가
 워낭소리를 우물물처럼 끌어와 실컷 울고 있다
 달마의 뒤에 떠오른 달이 내 뒤에도 떠오르고
 나는 달을 맞이하는 달맞이꽃으로 연등을 든다
 낮에 봤던 귓불 같은 낮달을 떠올리면 정전이다
 마음도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격렬비열도 같은 날이 있는데
 고향 섬 용두봉 그 아늑한 치맛자락에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께서 수행처를 찾을 때
 날린 나무 새 세 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날아가 앉았다던
 용두봉만큼 아담한 송광암이 있고
 송광암 앞에는 그 자리를 지키다 고목이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연로한 모습으로
 자비스럽게 서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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