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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을 흐르는 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923회 작성일 23-02-05 20:42

본문

세상 밖을 흐르는 강 / 정건우

일찌감치 이승의 하루 잠을 덜어낸 노인은

아파트 사잇길을 누비고 가는 새벽을 배웅하고 있다

서민아파트 귀퉁이 철제 난간에서

허물어진 아래턱을 양손바닥에 받친 채

자동차 불빛으로 밝아오는 국도를 바라보는 노인

저 넓은 도로가 세상 밖으로 흐르는 강이라 생각한다

신호 바뀔 때마다 출발하는 정지선의 차들

강 건너는 승선표에 도장을 찍은 것이라 생각한다

벌써 몇 달째, 꼬질꼬질한 바지 대님을 다시 고쳐 묶으며

꼭 오리라 믿고 기다리는 내일

감내할 수 있어서 선적해버렸던 젊은 날의 한 짐

그 화물선의 만재 귀항을 갈망하면서

자고 나면 꼭 하루만큼 더 가까이 밀려오는

그 강의 환한 물빛을 기억한다

세상 밖을 흐르는 강은 소리 없이 흘러

아파트 사잇길을 휘돌고 가파른 계단을 거슬러올라

잠든 노인의 고단한 베개 밑에 고인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든 노인의 고단한 베개 밑에 고"인 시심이
탁월한 묘사로 깊은 멋이 우러납니다.

감정은 시가 될 수 없는데,
우리들의 마음에 감정이 수북이 쌓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시는 이런 시대를 묘사로 살려내십니다.

예향도지현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예향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 우리도 세상 밖을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다 생각합니다
귀한 작품에 함께합니다
포근한 한주 행복 하십시오^^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예전보다 정지선 지키는 게 좋아졌고
우회전할 때 더 조심하게 됩니다
점차 봄기운 느껴지듯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길 빕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홍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꼭 오리라 믿고 기다리는 내일
....쓸쓸한 노인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노인은 무엇을 기다릴까요..
세상 밖에 사는 자녀들 온다는 소식이겠지요?
그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겠지 않나 상상해봅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시인님!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복지
천국이 되었음 희망합니다
이승을
아무리 들어내도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남은 여생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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