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꿈꾸며 =조연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을 꿈꾸며 =조연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8회 작성일 24-09-24 20:58

본문

불을 꿈꾸며

=조연호

 

 

    더러운 싸전 골목길로 비둘기들이 흙먼지처럼 내려온다. 아이들처럼 손에 흙을 묻히고 말없이 놀던, 할아버지의 치매는 겨울나무처럼 깡마르고 적요로웠다. 열린 문 뒤쪽이 싸한 박하사탕을 물고 보조개 가진 여자애처럼 웃고 있었다. 어미 밖으로 바글바글 몰려나오는 빨간 거미 새끼들이 황혼보다 붉고 아름다웠다. 풀들에 의지해서 소들이, 소들에 의지해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겨울잠이 몽당연필처럼 짧아지고, 깊은 겨울잠 속에서 찬피동물들은 푸른 물결보다 싱싱했을 것이다. 가끔씩 이 지리멸렬한 끈 놓친 풍선처럼 부풀며 하늘로 날아올라 가뭇없이 터져버리곤 했다. 누군가 강 저편으로 외롭게 돌 던졌고, 항상 돌은 더 아프고 더 외로운 쪽으로만 날아갔다. 어떤 이가 몸속에 깊은 웅덩이를 파고 목마름을 담는다. 식물에게 사주(四柱)가 없는 것이 슬펐다.

 

 

   문학동네포에지 016 조연호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 19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불을 꿈꾸며불은 봄날에 대한 희망이겠다. 인식은 그다음 문제겠지만, 라이타 부싯돌처럼 금시 꺼져버리고 말, 바다는 멀고도 먼 항구다. 더러운 싸전 골목길로 비둘기들이 흙먼지처럼 내려온다. 싸전은 쌀과 곡식을 파는 가게다. 싸전과 비둘기는 구체를 상징한다. 그 주변을 맴도는 시 객체의 묘사다. 아이들처럼 손에 흙을 묻히고 말없이 놀던, 할아버지의 치매는 겨울나무처럼 깡마르고 적요로웠다. 아이와 할아버지는 대조이다. 아이가 바닥에 놓인 자를 상징한다면 할아버지는 그 바닥을 바라보며 꿈꾸는 자다. 열린 문 뒤쪽이 싸한 박하사탕을 물고 보조개 가진 여자애처럼 웃고 있었다. 박하사탕 시어 한 자씩 감상해 볼 일이며 보조개 또한 보조+개로 감상해 볼 일이다. 서로 대비가 된다. 어미 밖으로 바글바글 몰려나오는 빨간 거미 새끼들이 황혼보다 붉고 아름다웠다. 바글바글 하나의 부사지만, 시적 장치로 꽤 괜찮은 어감을 갖는다. 빨간 거미 새끼, 홍조가 저녁놀처럼 지나간다. 풀들에 의지해서 소들이, 소들에 의지해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풀은 식물의 대표로 낙서의 일종으로 본다면 그것을 뜯어먹고 분석하는 일은 소다. 상소에 우리는 긴장하듯이 죽음의 예견이기도 하다. 겨울잠이 몽당연필처럼 짧아지고, 깊은 겨울잠 속에서 찬피동물들은 푸른 물결보다 싱싱했을 것이다. 찬피동물은 다른 말로 하면 변온동물이다. 체온조절 못 하는 바깥 온도에 따라 변하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시의 상징이자 죽음의 대변이다. 가끔 이 지리멸렬한 끈 놓친 풍선처럼 부풀며 하늘로 날아올라 가뭇없이 터져버리곤 했다. 끈 놓친 풍선, 말풍선으로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고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을 묘사한다. 누군가 강 저편으로 외롭게 돌 던졌고, 항상 돌은 더 아프고 더 외로운 쪽으로만 날아갔다. 강은 하나의 기준이다. 피안과 사바세계에 대한 경계다. 돌은 시의 고체성이다. 어떤 이가 몸속에 깊은 웅덩이를 파고 목마름을 담는다. 시의 행로다. 식물에게 사주(四柱)가 없는 것이 슬펐다. 상대에게 심은 것으로 그것을 통칭한다면 식물이겠다. 사주가 없는 건 당연지사다. 읽고 나면 죽음임으로 사장되든지 변이가 되었든지 둘 중 하나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5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09-28
45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9-27
45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09-27
45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9-27
45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09-26
4556
건축 =나금숙 댓글+ 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9-26
45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9-26
45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9-25
45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09-25
45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9-25
45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9-24
45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9-24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9-24
45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9-23
45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9-23
45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9-23
45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9-22
45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09-22
45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9-22
45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09-21
45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9-21
45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9-21
45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9-21
45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9-21
45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9-20
45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0 09-20
45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09-20
45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9-20
45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9-19
45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09-18
45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9-18
45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9-18
45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9-17
45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9-17
45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9-17
45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9-16
45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9-16
45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9-16
45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09-15
45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09-15
45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09-15
45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9-14
45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9-14
45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09-14
45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09-13
45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9-13
45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9-13
45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09-12
45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9-12
45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09-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