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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악보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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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91회 작성일 15-07-18 16:02

본문

바다의 악보 / 강인한
- 벤 구센스의 "바다의 아름다운 노래" 에 부쳐

바다가 저만치 물러나자
썰물이 뱉어놓은 모래밭에 악보가 드러났다
당신의 입술은 동그랗게 모음을 발음하다가
그만 악보 받침대에 갇혀 나를 바라본다

오, 달콤한 붉은 입술은 적포도주를 담은 글라스
아니 두 장의 장미 꽃잎 같다
하지만 오래 전 당신은 이 해변을 떠났다

저만치 과거로부터 떠밀려온 트렁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두근거리며
들키고 싶은 당신의 사랑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두려운 비밀을 향해 걸어가는 내 발자국마다
한 장 두 장 물 젖은 악보가 따라오고
입 벌린 소라고동이 트렁크 위에 앉아 소리친다
이제 곧 태풍이 불어온다고 내 마음 속
잠자는 태풍이
검은 수평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그리운 당신의 기억을
이 해변에 떠도는 세이렌의 노래로 남겨두고서는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돌아갈 곳이 없다

* 생 각

시인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벤 구센스" 의 썰물 빠지는
해변 사진 작품(바다의 아름다운 노래)을 감상하면서 본 작품을 구상한 듯 한데
사진 속 풍경과 화자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해변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아름다운 선률을 이루며 그리운 옛 기억이 가슴 속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 입 벌린 소라고동이 트렁크 위에 앉아 소리친다
  이제 곧 태풍이 불어온다고 내 마음 속
  잠자는 태풍이
  검은 수평선을 끌어낼 것이라고

  그리운 당신의 기억을
  이 해변에 떠도는 세이렌의 노래로 남겨두고서는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돌아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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