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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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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4-09-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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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황인찬

 

 

    중간이 끊긴 대파가 자라고 있다 멎었던 음악이 다시 들릴 때는 안도하게 된다

 

    이런 오전의 익숙함이 어색하다

 

    너는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왜 나를 떠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거지?

 

    통통거리는 소리는 도마가 내는 소리다 여기로 보내라는 소리는 영화 속 남자들이 내는 소리고

 

    어떤 파에는 어떤 파꽃이 매달리게 되어 있다

    어떤 순간에나 시각이 변경되고 있다

 

    저 영화는 절정이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이 끝나 버린다

    그런 익숙함과 무관하게

 

    찌개가 혼자서 넘쳐흐르고 있다

    불이 혼자서 꺼지고 있다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나친다

 

 

   민음의 시 189 황인찬 시집 구관조 씻기기 46-47p

 

 

   얼띤 드립 한 잔

    큰 무리가 음악처럼 오기는 왔다. 마치 내 앞에 펼친 어떤 익숙함으로 그러나 어색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가 화까지 내는 너는 무엇 하나 잘한 거 없는데 무작정 떠나겠다고 말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는 그렇게 오고 소리를 내며 여전히 떠나지 못한 인디언처럼 서 있었다. 어느 한 족장은 그렇게 지팡이를 들며 여전히 서 있었고 그 순간 순식간에 지각 변동을 겪게 되었다. 익숙한 춤처럼 현란한 꽃밭에서 절정의 맛을 피의 대가로 받들며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찌개가 혼자서 넘쳐흐르고 불은 뜨겁게 달아 있고 달은 저 홀로 밝아 지구를 비추고 있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저녁 무렵이었다.

    바깥에서 감자탕 먹자고 하던 여자는 오지 않는다 난데없이 비가 오고 있었다 주차장 공간 하나를 더 비워야 했기에 차를 몰며 우측으로 붙여놓았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곧 연락이 오거나 차가 올 것 같아 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내었다 여유는 내일을 생각한다 지울 수 없는 화를 불러들여 연붉은 노을에 휩싸일 때 들어간 까끄라기를 뱉어내려고 연거푸 기침한 거처럼 소고기를 굽고 숙주나물을 얹고 버섯을 가위로 자른다는 것 그것은 저녁이었다 설거지는 설거지를 겹쳐놓고 그릇은 그릇을 지워나갔다 밤은 골목을 돌고 돌아 더욱 짙은 안개를 몰며 팔자로 팔과 다리를 잡으며 그림자를 제압하려고 하였으나 그만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겨울은 내내 빙판 위 찍어 놓은 곰 발바닥과 멧돼지만 오고 가는 거 같았다

    시 발화는 펄펄 끓는 찌개에 한 숟가락 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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