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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다중 우주/ 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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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1회 작성일 24-08-25 11:15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825)

 

오는 날의 다중 우주/ 임지은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간다: 비 오는 우주

우산을 쓰지 않고 지나간다: 아직 안 오는 우주

우산 없이 사람이 지나간다: 우산을 깜박한 사람의 우주

이 순간 러닝을 하는 사람이 지나간다: 땀과 물의 구성성분이 같다는 걸 아는 사람의 우주

창문을 열어 놓고 나온 사람이 지나간다: 창문이 스스로 닫힐 리 없는 우주

창문이 스스로 닫힌다: 집에 누군가 있는 사람의 우주

우산을 써도 비를 다 맞는다: 우산이 미니어처인 우주

반은 내리고 반은 내리지 않는다: 비구름의 경계선에서 반반의 원리를 실현하는 우주

내놓은 배달 그릇에 물이 튀기지 않는다: 다 그친 우주

잠깐 좋다 말았네: 가난한 우산 장수의 우주

 

(시감상)

 

지구는 하나지만 지구 속에는 최소 80억 이상의 지구가 존재한다. 나의 지구, 너의 지구, 당신의 지구, 우리의 지구, 내가 중심이 되어 사는 곳이 지구이기 때문에 나의 우주이기도 하며 당신의 우주 이기도 한 것이다. 공동체이면서 공동체가 아닌, 다면화된 세상을 살면서, 다중 우주에, 다중 지구에 살면서, 가끔은 다른 사람의 우주를 훔쳐볼 필요가 있다. 내 우주보다 찬란한지 아니면 더 빛나는지, 그 차이는 무슨 차이인지. 세상은 충분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비교가 아닌, 다름에 대한 인정이 필요한 때다. (/ 김부회 시인, 평론가)

 

(계간 Position 2024 여름호 181)

 

(임지은프로필)

동덕여대 문창과 및 동 대학원, 2015 문학과 사회 등단, 시집(무구함과 소보루) (때때로 캥거루)


임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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