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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의 기억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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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4회 작성일 24-07-22 18:37

본문

수진의 기억

=안희연

 

 

나는 파란 대문을 가지고 있다

죽음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드나드는 대문을

그렇게 겨울이 겨울의 속도로 흐르고

어느새 봄이 왔다며 화분을 들고 걸어나오는 사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작은 놀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네는 우리를 태우고 바다와 숲을 오간다

아이가 엄마가 되고 노인이 풍선이 되어 날아갈 때까지

그네는 멈춰본 적이 없다 풍선은 아이 손에 들려 되돌아 올 때가 많았다

 

나는 거울과 저울을, 망원경과 현미경을 가지고 있지만

나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측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토록 많은 골목이 생겨나고 집들이 세워졌을 것이다

미용사의 손이 분주히 잘라내도 또다시 자라나는 머리카락들

 

발치에 수북이 쌓인 마음을 본다

공터가 눈에 띄게 자라고 있다

 

울기 위해 숨어드는 고양이에게나

옥상에서 빨래를 걷다 말고 노을에 붙들리는 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도착하는 편지, 그것이 저녁이라면

 

나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벽, 무수한 이름들의 주소지,

이삿짐 트럭이 떠나가고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작별은 언제나 짧고 차마 실어가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

 

누군가 두고 간 안부를 화분에 옮겨 심는다

파란 대문을 열면 놀랍도록 무성해져 있다

나는 불 꺼진 창을 서성이는 온기, 모든 것을 기억한다

 

*성남시 수진동

 

 

   문학동네시인선 214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122-123p

 

 

   얼띤感想文

    아마도 시인은 성남시 수진동에서 살았나 보다. 시 아래에 구태여 토를 달지만, 여기서 수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수진이 수진壽進처럼 그러니까 시의 생명력을 근간으로 한 글쓰기 아니면 수진水塵으로 속세에 묻은 때 같은 거 풀어내는 장 뭐 그 어느 것도 상관은 없겠다. 시에서 는 시적 자아로 시적 객체를 다루고 있다. 나는 파란 대문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파란 대문이 하나의 이상향처럼 들려온다. 그러나 그 대문은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생각도 가져볼 수 있겠다. 죽음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드나드는 문, 대문이다. 삶은 언제나 그 죽음을 늘 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하루의 삶은 궁핍함에서 벗어나려는 도전이며 그 자체가 의지일 수도 있겠다. 그것은 겨울로 묘사하고 겨울의 속도로 흐른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얼었다. 어떤 일말의 희망조차 없는 삶의 기억이다. 어느새 봄이 왔다며 화분을 들고 걸어 나오는 사람이 있고 마치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시에 도통한 노파로 보인다. 봄은 희망이며 열려 있는 세계관을 상징하고 화분은 그 세계관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적 자아겠다. 그러고 보면 시는 내 작은 놀이터나 다름이 없다. 그곳은 바다처럼 다양한 어종이 있으며 그 어종을 다루는 어부와 교류도 하며 실지 낚아 올린 물고기 어를 송송 쓸어 먹는 일, 그야말로 파닥파닥 튀는 질감과 육질 그리고 그 고기 맛에 한 옴큼 소주까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하루 일거리다. 그것을 숲에 던지듯이 숲이 다시 바다가 될 때까지 젖먹이를 키우듯 풍선을 선사하는 일까지 그 아이가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는 날 바닥은 한없이 초록으로 이루며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거울이자 저울이며 저 먼 곳을 향한 마음의 망원경이자 세세 미루어 예견할 수 있는 현미경 같은 것을 그러므로 마음은 백만 평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토록 많은 지류가 생겨나고 집은 또 새로이 오르듯이 우리의 문자는 하루가 다르게 풍성한 바람을 이룰 것이다. 세종께서 이를 바라건대, 발치 아래 수북이 쌓인 저건 무엇인고 할 때 한 신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입니다. 그래! 그러면 저 담쟁이덩굴은 무엇인고? 할 때 네 저건 이십팔 자 자모로 이룬 한글이라 일컫는데 저 때는 스물네 자만 쓴다고 합니다. 어허 저건 내가 만든 문자가 아니던가!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전하 그러니까 이 시는 시의 순환론적 발성에 가깝다. 시는 파란 대문을 하고 있고 그 대문에서 나온 화분을 들고 걸어 나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시는 열려 있는 세계관을 묘사하며 다시 그 세계관을 화분에다가 심는다. 그러니까 겨울과 봄, 봄과 겨울로 잇는 그 매개체는 파란 대문이며 그 안은 놀랍도록 따스한 온기가 있지만 그 밖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성한 숲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을 놀이터에 옮기는 일이야말로 시인의 일이며 이를 그네로 상징하기까지 했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으로 이루는 이룰 수 있는 이 세계에서 모든 것 품을 수 있다면 저녁은 비록 쓸쓸하지는 않을 거 같다. 초라한 삶이 초라한 삶이 아니었던 것처럼 실패가 낳은 비굴은 어쩌면 겸손이었던 것처럼 훈훈 미소를 지으며 죽음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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